어떤 일이 생기고, 그 일이 다른 모양으로 부풀려 졌을 때(혹은 부풀려 졌다고 주장할 때 ^^) 흔히 '차치하고'라는 말을 쓴다. 아래 글이 가장 흔한 예다.

“사건 진상은 차치하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눈치를 보니 그 사건이 참이냐 거짓이냐는 나중에 얘기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확대된다는 뜻일게다. 국어 사전에서 정확한 뜻을 알아 보자.

그런데 이게 웬일. '차치하고'라는 말을 찾았더니 사전에 없는 말이란다. 그래서 다시 '차치'를 찾았더니 다음 그림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림을 눌러 크게 보면 알겠지만, 쓰인 예는 있는데 정착 '차치'라는 말의 뜻은 없다. 대신 같은 말로 '차치물론'이라는 발음도 어려운 한자 말이 있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이번엔 차치물론을 찾았다. 그랬더니 이제야 원래 뜻이 나왔는데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아니함'이라는 뜻이다. 아마 눈치를 보니 발음하기도 어려운 차치물론이란 말을 쓰기 번거로워 '차치'라는 말로 줄어든게 아니가 싶다(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여튼, 원래 뜻을 들여 위 글을 고쳐 보면 어떨까.

“사건 진상은 차치하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사건 진상은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않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길다. ^^ 더 줄일 수는 없을까.

"사전 진상은 제쳐두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일부에서 마치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이제 좀 낫다. 하지만 그래도 영 마음에 안 드는 건 글 앞 뒤에 한자말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고쳐 보기로 했다.

"사건의 진짜 상황은 내버려 두고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치하다'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많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말 쓰기 선두주자인 신문들을 찾아 보니 한 달에 한 두건 정도만 검색될 뿐, 매일 매일 쓰는 낱말은 아닌 듯 했다. 하긴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은 어차피 사라지는 것이 말과 글의 운명이거늘, 이상한 이유로 살아 남은 한자말들이 쉽고 예쁜 우리 말로 어서 빨리 바뀌길 바랄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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