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교회 목사님하고 저녁을 함께 할 일이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목사님한테 이런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목사님, 시스터 액트라는 영화 꼭 한 번 보셔야 합니다’. 다 알다시피 시스터 액트는 밤 무대를 휘날리던 가수가 조직폭력배를 피해 수녀원에 숨어 들었는데, 수녀원에서 성가대를 변화시키고, 그 성가대가 교회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감동시킨다는 뭐 그런 얘기다. 솔직히 교회란 얼마나 고리타분한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교회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세상이 타락한다고만 소리친다. 그러나 타락한 가수가 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건 어떤 뜻인가. 물론 기독교 내에서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화하는 ‘인본주의’ 신학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다지만, 어쨌든 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영화를 계기로 나는 우피 골드버그의 팬이 되었는데 얼마 전 은퇴 한다는 소식이 들어와 심히 안타까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스터 액트가 말도 안 되는 존재가 교회를 변화시키는 내용이라면 오늘 소개하는 이 영화 ‘맨 오브 더 이어’는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정치를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기 있는 정치 대담 쇼를 진행하는 코미디언 톰 돕스에게 방청객 중 한 명이 정치인들한테 신물 났으니 당신이 한 번 대선에 나가 보라고 한다. 우스개로 시작했던 이 말이 퍼지고 퍼져 결국 톰 돕스는 얼렁 뚱땅 대선 진출을 선언하고 급기야는 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가 나오는 TV토론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특유의 입담과 신랄한 정치 비판으로 TV 토론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만 관객들은 오랜만에 통쾌하게 정치인들의 입을 막은 그의 활약에 기립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결국,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사실은 그 해부터 도입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의 에러로 인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 개발 회사의 미모(!)의 여성 프로그래머는 이 사실을 밝히려다가 회사로부터 테러를 당하게 되고 급기야는 도망치던 도중 차기 대통령으로서 정권 인수를 준비하던 톰 돕스에게 접근해 사실을 털어 놓는다. 이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컴퓨터 투표 시스템 개발 회사는 치사한 방법으로 이를 막으려 하지만 톰 돕스가 초대받은 코미디 쇼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히는 바람에 게임 끝. 악당들은 감옥에 가고, 톰 돕스는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오고, 진실을 밝힌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중요한 것, 톰 돕스로부터 감화 받은 현직 대통령은 재선에 승리하고 정치를 잘 한다나 어쩐다나 하는 내용.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용을 너무 많이 밝혀버린 듯 하지만. 내용을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의 심리를 모르면 아무 소용 없다. 마치 무협지에서 구결을 알고 있으되 초식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 얘기하면서 내 이 무슨 망발인고.

톰 돕스 역의 로빈 윌리엄스는 그 특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래, 이게 바로 로빈 윌리엄스 스타일이야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말도 안 되게 대통령에 당선된 그의 행보는 그야 말로 기존 정치인들과 완벽하게 비교된다. 기존 정치인들이 말 한 마디 못하게 만들어 버린 TV 토론 이후 민주당 후보는 으레 그러하듯 톰 돕스의 어두운 과거를 꼰지르는(!)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톰 돕스. 마리화나 나 하고 싶어서 했다. 그 나이 때는 무엇에라도 취하고 싶은 거 아니냐며 당당하게 받아 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낸다.

컴퓨터 시스템의 에러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걸 알고 난 후, 그의 행동은 명확했다. 주변 사람들이 제보자가 다 미친 여자라고 말려도, 그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했다. 모든 것을 밝히는 TV 쇼에서 그는, 백악관에 가 그 책상에 앉아 보니 여긴 내 자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깨끗하게 그 길을 포기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왜 나는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눈 앞의 욕심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아집을 부리는 것일까.

우리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가 내게는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고 짜증나기만 했다. 마리화나 피웠다고 당당하게 시인하는 톰 돕스를 보며 향응 접대 변명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더 한심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래 좋다. 술 먹을 수 있다. 기왕 먹었으면 당당하게 먹었다고 하고,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졌다면 솔직하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변명하기 급급한 사람들과 그들을 어떻게든 둘러싸려고 애쓰는 당의 모습에 염증을 느꼈다. 저런 수준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다음 정권을 잡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10월 초, 우리 교회 성가대가 발표회를 했다. 근엄하고 장엄하기만 할 것 같았던 발표회 끝에, 시스터 액트처럼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상큼하게 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관객 모두 웃고, 박수 치고, 환호를 보냈다. 솔직히 아마추어 성가대의 실력이란 게 어디 그리 뛰어날 것인가. 그러나 격식을 털고 편안하게 다가선 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강인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속으로 말했다. ‘목사님, 그래서 제가 시스터 액트 보시라고 한 거에요’

시스터 액트는 1992년에 나온 영화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영화에서 부러워했고 내가 그렇게 바라던 현실이 이제야 이루어졌다. 맨 오브 더 이어는 2006년에 나온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그렇게 부러워했던 정치적 현실이 이루어지려면 역시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목사님에게 말했던 것처럼 대선후보들에게 말하고 싶다. ‘맨 오브 더 이어’ 꼭 한 번 보시라고 말이다. 그래도 목사님한테는 직접 말이나 했지, 대선후보들한테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으니, 바라는 것이 이뤄지기는 할까, 그게 의문이기는 하다. / FIN

Bookmark and Share Subscribe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192 관련글 쓰기

  1. 2007년 대선, 토야마 코이치 같은 사람 없나

    Tracked from ≪God-Knows.net!!≫  삭제

    서서히 날이 가면서 구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17대 대선. 물론 아직 범여권에선 단일 후보가 나오지 않았고 이름조차 생소한 무소속 후보들도 많다. 그런데 그 많은 후보들 중에 토야마 코이치(外山恒一)같은 후보가 없어서 왠지 씁쓸하다. 일단 토야마 코이치가 누군지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토야마 코이치는 2007년 일본 전국통일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에 출마한 사람이다. 선거기간에 자원봉사자를 공개모집해서 유명세를 탄 그는 삭발머리에..

    2007/10/28 00:45
  2. 이번 대선이 재미없는 네가지 이유

    Tracked from 나우리 / I Love Contents & 세상읽기  삭제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남았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엄청난 사교육비, 청년실업, 치솟기만 하는 주택문제 같은 산적한 현안들이 더 잘될 것 같다는 희망이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인 것 같다. 첫째, 시대정신에 맞지도 않고 실정법 위반 혐의가 농후한 분이 5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성공하세요”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부동산 투기해서 라도 부자되세요” “주가 조작해서 회사 운영하세..

    2007/10/28 11:42
◀ Prev 1  ... 189 190 191 192 193 194 195 196 197  ... 385  Next ▶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85)
사랑하며 사는 삶 (51)
아빠의 작은 유산 (9)
휴식 가득한 여행 (28)
행복한 음식 얘기 (107)
미디어 다시 보기 (70)
쇼핑 하는 즐거움 (27)
함께 타는 자전거 (29)
네바퀴로 가는 차 (8)
우리글 바로 쓰기 (15)
재미 있는 디지털 (41)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레이토피아 RayTopia

'레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레이' [ http://www.raytopia.net ] / 레이토피아.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