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 - 섬세함에 대하여

사랑하며 사는 삶 2007/01/11 21:30 Posted by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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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으로 즐기기엔 예쁘고 귀여운 물고기 만한 것도 없다. 롯데마트에서 구입한 관상용 제브라. 한 마리 5백원, 그 정도면 몇 마리 사다 놓고 키우기에도 별로 부담이 없다. 게다가 생명력이 강해 특별히 산소 공급 장치를 해주지 않아도 물만 잘 갈아주면 별 문제 없이 잘 산다.

딸 아이가 제브라를 키우기 시작한 건 반 년이 넘었다. 처음 우리 집에 온 제브라는 줄무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꽤 작고 어렸었는데 지금은 줄무늬가 선명할 정도로 많이 컸다. 처음 들여온 여섯 마리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잘 살아온 것이다.가끔 귀찮아 하는 듯 해도, 나름대로 물도 잘 갈아주고 애지중지 한 까닭일게다. 하긴, 애초부터 제브라가 집에 올 때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주는 건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딸 아이가 난데없이 제브라 욕심을 또 부렸다. 어린 녀석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을 잘 해내서 기특하다고 선물을 주겠다 했더니, 제브라를 더 사 달란다. 어린아이 다운 욕심이려니 생각이 들면서도 약속은 약속이라서 롯데마트에 들렀다. 흔히 볼 수 있는 쥐색 제브라는 한 마리 오백원. 사람이 인위적으로 형광색을 주입해 만든 네온 제브라는 이천오백원이란다.

세마리씩 여섯마리를 달라 했더니 나름대로 인심을 써, 쥐색 제브라 두 마리를 추가로 얻었다. 그렇게 새 식구가 된 여덞마리 제브라를 조그만 어항에 담아 책상에 올려두고, 딸 아이는 시켜도 안 하던 뽀뽀를 쪽한다.

사람이라는 특권 때문에 생명을 가둬둔다는 건 어찌 보면 잔인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의 생명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는 걸 보면, 이 역시 사람이 누릴 만한 특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녀석들도 부디 이쁘게 자라길.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을 한참 쳐다보노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 틈에 삼십 분이 흘렀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 책상에도 사다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포기. 저 조그만 녀석들을 잡아가면서 물을 갈아줄 그런 섬세함이 나에게는 이제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긴, 억지로라도 물을 갈면서 섬세함을 키워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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