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우는 계획 중 하나가 바로 '책 읽기'다.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는 기필코 100권을 읽어야지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연말이 되면 겨우 서른 권 안짝을 읽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러워 한다. 그래도 목표를 내릴 수는 없는 법. 올해도 난 다시 백 권에 도전한다.
백 권이라는 부담감을 덜기 위해 ^^ 올해 첫 스타트는 이번에 새로 나온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로 결정했다. 사실은 내가 보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딸 아이를 위해 산 것이지만, 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지루하기 쉬운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썼고, 오랜 기간 동안 다듬어졌기 때문에 개인이 쓴 역사책에서 발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오류들도 찾기 힘들다. 물론 주관적인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역사를 체계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이만한 책은 없다고 감히 나는 추천한다.
솔직히 중학교 다닐 때 친구 집에서 빌린 만화 삼국사기 같은 책을 시험 기간에 우연찮게 보다가 그 다음 날 국사 시험에서 백점을 받은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만화 역사의 학습 효과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요즘 학생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역사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그것 보다는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테니,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는다면 기본적인 역사 지식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딸 아이의 학습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연말이다 뭐다 해서 집에서 와인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이 녀석이 와인에 대해 난데없이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들었니? 라고 묻자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 편을 펼쳐 보여줬다.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니 아이도 쉽게 새겨들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화가 발달하려면 어려서부터 역사와 철학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입시에 치인 요즘 고등학생들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물론 학교마다 다르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폭넓게 생각해야 할 청소년 시절에 역사와 철학을 배우지 않는다면 기본 감성을 쌓기가 어렵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 잘 날리던 한국인 학생들이 커서는 외국 학생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역사와 철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런 저런 이유로 2008년 새해 책 읽기는 먼나라 이웃나라로부터 시작하게 됐다. 1권 네덜란드 편을 읽으면서 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붙어있다가 떨어진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한편으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져진 로마사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기도 했다.
역사는 사람을 가르친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가 신기하게도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런 점에서 2008년을 먼나라 이웃나라로 시작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내 나이 이제 만으로 마흔(어떻게 해서든 일년이라도 늦추고 싶은...). 사람이란 나이를 먹으면 완고해지고, 지금까지 학습된 기억으로만 살기 때문에 융통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배울 것은 배우는, 그렇게 새로 시작하는 한 해이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해 마지 않는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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