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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는 일석삼조다. 채소나 고기는 물론 각종 해산물을 데쳐, 때론 고소한, 때론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거나 때론 담백하게 그냥 먹어도 좋다. 주재료를 다 먹었으면 지금까지 먹었던 재료를 잘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끓여 먹고 마지막으론 죽 혹은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식사로 메인, 국수, 죽까지 세 가지를 먹을 수 있으니 이런 것이 일석삼조 아닌가. 게다가 채소나 해물도 좋아하지만 국수나 죽, 혹은 볶음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샤브샤브는 그야 말로 딱인 음식이다. 좀 얌체 같지만, 샤브샤브 먹고 나서도 면 릴레이했다고 우길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셔 난 샤브샤브라면 다 좋아하지만, 딱 질색인 샤브샤브가 하나 있다. 바로 혼자 먹는 샤브샤브다. 언젠가부터 자기 테이블에 버너가 있고 그 위에 자기 개인 냄비가 있어 거기에 샤브샤브를 해 먹는 집이 몇 군데 생겼다. 서빙하는 사람들이 재료를 넣고 가면 그냥 혼자 자기 꺼 넣어서 자기가 먹으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데 난 이 시스템이 영 맘에 안든다.

일단 사람마다 버너와 냄비를 놓아주려면 테이블이 넓어야 한다. 이 말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은 상대와 멀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앞에 냄비가 딱 솟아 있으니 얘기하는데 심히 걸리적 거린다. 멀고 장애물이 있으니 아무래도 집중이 안된다.

게다가 음식이란 건, 서로 나누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맛도 있고, 같은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얘기도 하고, 정도 솟는 법이다. 그런데 개인용 샤브샤브 집은 그런 걸 느낄 수 없다. 얘기하다가 혼자 자기걸 넣어서 먹고, 남은 어찌 먹든 신경 쓸 겨를도 없다.

그런데 나만 이런 걸 싫어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 날 저녁, 대치동 포스코 건물 건너편에 있는 모 샤브샤브 집에 들어갔다. 딱히 고기나 회가 끌리지 않아 마땅히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해 헤메다가 2층에 있는 샤브샤브가 반가워 얼른 들어가게 된 집이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아,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확 들어왔다.

손님이 없었다. 금요일 저녁 피크 시간이 틀림없는데도 그 넓은 식당에 손님이 없었고 홀 종업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놀고 있었다. 발을 돌려 나갔어야 하는데, 쉽게 그러지 못하는 게 사람이고, 꼭 후회하는 게 사람이다. 어서 오란 말도 잘 들리지 않았다.

안경에 가득 찬 습기를 냅킨으로 닦고 나니, 어랏, 테이블 자리 마다 놓인 버너와 냄비. 아씨, 절로 투덜거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추운 날씨에 다른 곳을 더 찾아가기도 귀찮고 해서 일단 그냥 앉았다.

샤브요? 이 무슨 주문 받는 말투가 이렇단 말인가? 황당해 하면서 메뉴를 보자 했더니 주문 체크하는 빌 Bill을 내민다. 봤더니 메뉴는 샤브 밖에 없었다. 그래도 처음 온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더 놀랄만한 건 음식을 가져오는 태도다. 세상에, 집에서도 난 그렇게 안 한다. 접시와 접시 끝을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집어서 테이블에 내려 놓다니. 게다가 맞은 편 손님보고 버너에 불 키라는 말을 할 때는 아에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보다 못한 내가 뭐요? 그랬더니 눈치를 챘는지 어쨌든지 그제서야 자기 손으로 버너에 불을 핀다. 개인용 버너 조절 스위치는 아주 생소한 모델이어서 좀 유심히 봐야 어떻게 켜는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끝. 음식 재료 가져다 주고는 다시는 올 생각을 안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도 없고, 맛도 없는 혼자 먹는 샤브샤브


기분 망치기 싫어서 별로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앞에 앉은 손님도 당황하긴 한 모양이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고 있는 대로 재료를 넣어 먹기 시작했다. 그냥 흔하고 흔한 채소들, 그리고 얇게 썷은 고기 몇 점, 주 재료를 먹기도 전에 내 놓은 국수 가닥. 이게 전부다. 어떻게 해서 먹으라던, 적어도 기본 설명은 해주고 가는 것이 기본 아닌가. 왜 이 집에 손님이 없는지, 절절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먹긴 다 먹었다. 다른 날 같아서는 소주라도 한 병 더 먹고 나오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안되었다. 음식이라고 맛날 수 있었겠나. 음식도 맛 없고, 식당도 불편하고, 서빙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냥 계산하고 나오면서 ㅉㅉ 그런 마음만 들었다.

식사 때인데도 사람 없는 식당이라면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건 당할 때 마다 깨닫는 진리다. 그런데도 귀찮다는 것 때문에 종종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다 내 잘못이려니 하면서도, 귀찮음에 대한 댓가치고는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오버일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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