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딸 아이와 데이트를 하는 날입니다. 바쁘다고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가다 보니 놀아주는 날은 주말 밖에 없는데, 그나마다 딸 아이가 주말에 스케줄이 있는 날은 놀아주고 싶어도 못 놀아 줍니다. 딸 아이가 이제 5학년이 되니, 곧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 놀 날이 더 많겠지요. 그럴 날이 곧 올 테니. 기회가 될 떄마다 놀아줘야지 하면서도, 또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코스는 이렇습니다. 삼성동 코엑스 영화 보기 -> 코엑스 몰 구경 -> 점심 식사 -> 안과 검진 -> 집. 뭐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아빠와 딸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의 첫 코스. 영화 보기입니다. 마침 방학이라 그런지 초등학생들이 볼만한 영화로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란 것이 있더군요. 어디서 들었는지 이 영화가 보고 싶다길래 보게 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봤던 황금나침반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재밌었다고 해야겠네요. 판타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보라고 권할 만한 영화네요. 물론 딸 아이가 하고 같이 봤으니 그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서도요. 어른들하고 봤다면 평가가 약간 달라질 수는 있겠습니다. ^^
요정들의 세계를 발굴하게 된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 비밀을 감추지 못하고 한 권의 책을 남깁니다. 절대 읽지 말라는 글과 함께. 그러나 안 읽어볼 수 있나요. 우연히 할아버지가 남긴 책을 찾아 읽게 된 손주는 책을 뺏으려는 나쁜 몬스터들과 한 판 전쟁을 벌입니다. 이런 류의 판타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부부의 이혼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가정이 몬스터들과 싸워 이기면서 가족의 행복을 다시 찾게 되죠. 하긴 구성만 본다면 ‘완전 뻔해!’라고 박수 쳐야 할 일이지만, 트랜스포머팀이 참여했다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캐릭터들과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전개되는 빠른 이야기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 틈에 영화에 빠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출연했던 꼬마 배우가 벌써 저만큼 컸더군요.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 어거스트 러시인가 하는 영화에도 나왔다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는 별로라서 ^^ - 나중에 자료를 찾아 보고는 알았습니다. 영화 내에서는 쌍둥이로 나와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 저로서는 쌍둥이 배우를 쓴 줄 알았는데 1인 2역을 했다 하니, 연기 보다는 컴퓨터 기술에 더 감탄해야 하겠더군요.
중간 중간 커다란 소리가 고막을 압박하긴 합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홥니다. 이 영화 전에 ‘해피피트’도 딸 아이와 함께 봤는데 ‘해피피트’가 영화 막판에 뭔가 좋은 내용을 주입하려는 억지를 부려 좀 지루해졌던 것에 비하면 영화 내내 아이들이 재미에 충실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극장에도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엄마들이 아이들 몇을 데려온 경우, 저처럼 아빠가 아이를 데려온 경우, 가족이 함께 온 경우... 여튼 딸 아이는 몬스터 대장 물가레스가 설치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보긴 했고, 약간 무서움을 느끼긴 했습니다만 영화는 잘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을 넘겼네요. 딸 아이가 코엑스 몰 가면 으레 들리는 크라제버거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일 년 전쯤 갔을 때는 둘이서 하나씩 먹고 좀 허전해서 한 개 더 시켜 나눠 먹었는데 오늘은 감자 튀김 하나 시켜놓고 먹으니 별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못했네요. 단지 아빠가 전날 술을 마셔 속이 좋지 않은 상태라서 감자 튀김을 남기기는 했습니다.
코엑스 몰 가면 절대 빠지지 않는 코스가 바로 문구점 링코입니다. 딸 아이는 저를 담아서 필기구 따위를 무척 좋아하는데다가, 아빠는 꼭 거르지 않고 무언가 하나씩 사주는 걸 알기 때문에 꼭 같이 가야 하는 코스죠. 알록 달록 디자인 테이프와 포스트잇 종류를 하나씩 사고, 아빠도 마침 필요했던 사무용품 두어가지를 사고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안과에 들러 정기검진을 했습니다. 드림렌즈를 착용한지 2년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딸 아이는 부작용 없이 적응을 잘 했고, 시력 교정 효과도 꽤 좋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고 1.0이 나오니까요. 게다가 2년 동안 눈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니까 그것도 다행이네요. 눈 나쁜 거야 아빠 탓이니 뭐라 할 건 없고 ^^ 어릴 적에는 렌즈로 교정을 해주고 크면 시력 교정 수술을 해줘야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딸 아이가 크면, 곧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 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이 녀석과 말이 통하기 시작한다는 게 큰 즐거움입니다. 대화가 제법 된다는 거죠. 아직도 어리광을 부릴 나이기는 합니다만, 가끔은 어린 녀석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다 할까, 그런 기특한 면도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틈에 불쑥 자란 녀석을 발견하게 되지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딸 아이가 더 자라면 저보다는 친구들과 생활을 더 많이 할테지만, 할 수 있을 때 만큼은 더 많이 놀아줘야 할텐데, 이런 저런 핑계로 그런 시간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하긴 꼭 딸 아이하고만 그럴까요. 매사가 지나고 나면, 놓치고 나면 우리 주변엔 아까운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늦었다고 후회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잡아두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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