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난 청바지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중학교 다니던 시절 쯤, '조다쉬'라는 청바지가 한창 날릴 때도, 그 이후 '리바이스'나 '써지오 바렌테'가 밀물처럼 유행일 때도 나는 한 번도 그런 브랜드 청바지를 입어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엄마가 안 사줘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
내가 기억나는 마지막 청바지는 결혼 하기 전 아내와 커플로 산 청바지, 아마 국산 캐주얼 브랜드였던 것 같은데, 짙은 청색이 아닌 하늘색 청바지였을 게다. 왜 그걸 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신혼여행 가서 커플로 입자 뭐 그런 분위기로 사지 않았을까. 그 청바지를 몇 번 입었던 것 외에 청바지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종종 교회 행사 같은데서 단체복을 입어야 할 때 난감한 일을 겪곤 했다. 흰 티에 청바지로 복장을 통일합시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난 맞춰 입을 옷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전 청바지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참 희한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런데 내가 잘 입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지, 한 번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청바지 얘기가 나와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 청바지 입은 사람을 세보기도 했다. 사실 그 때 좀 놀랐다. 절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청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다니.
청바지에 대해 내가 호감을 느끼지 않은 건 무슨 이유 떄문일까. 아마도 어려서 한 두번 입었던 청바지의 뻣뻣함, 왠지 꽉 조이는 듯한 느낌, 알게 모르게 그런 빡빡한 느낌이 실어서였을 게다. 그리고 청바지는 작업복 같은 거라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옷이라는 선입견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긴, 나는 공식 석상에서,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선 절대로 입어서는 안되는 옷 중 하나가 청바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내가 13년 만에, 마흔을 넘어서, 청바지를 하나 샀다. 누군가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기도 했고, 그래서 한 번 입어보기나 하자 했는데, 예상했던 뻣뻣한 느낌은 하나도 없고 면바지 보다 더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청바지는 아마도 십 몇 년 동안 산 바지 중에서 제일 비싼 바지가 됐다.
안 입던 청바지를 사 들고 갔더니 집에서도 수상하게 보는 눈치고, 사실 입고 있는 나도 영 어색하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갖힌 틀을 깨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사람이란 얼마나 자기만의 틀에 갖혀 살고 있는가. 자기 스스로 만든 틀, 자기 스스로 한계를 지어놓은 틀 안에서 사람은 스스로 조그마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껏해야 십 몇만원짜리 청바지 하나 사고, 인생의 틀을 깬 것처럼 구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틀림 없는 사실, 그리고 생각의 구조가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하나씩 스스로를 가두어 놓은 틀을 깨면서 인생을 재미있게 누려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잡아 본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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