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미팅을 마치고 3시 40분경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바로 앞 차는 성수역행이라 보내고 뒷 차를 탔지요. 퇴근 시간도 아니니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열차가 성수를 지나 강변 역에 이를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변역을 지나 잠실철교를 타고 성내역으로 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잠실철교 중간에 열차가 서 버린 거죠. 처음에는 차간 간격을 조절하기 위한 의례적인 신호 대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방송도 그렇게 나왔죠. 앞 차가 성내역에 있으니 차 안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사람들 서서히 웅성거릴 때, 십 여분쯤 지났을까요. 앞 차가 고장이 났다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제가 탄 차로 앞 차를 구완해야 하니까 성내역에서 모두 내리라는 겁니다. 고장난 차를 제가 타고 있는 차가 끌고 들어가야겠다는 얘기겠지요.

그러고도 십여 분을 더 지나도록 열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구완을 위해 연결을 했는데 앞 차 제동장치가 풀리지 않는다나 어쩐다나… 사람들은 좀 더 웅성거리고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댑니다. 엿들으려 한 건 아니지만, 영화 시간에 늦은 아가씨도 있고, 고객 미팅 시간에 늦은 직장인도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성급한 사람들이 일부 지하철 문을 열었던가 봅니다. 출발한다고 문 닫으라고 방송이 나오더군요.

결국 삼십여 분 정도 지하철이 멈춰 있었습니다. 성내역에 진입하려 하기에 내리려 했더니 도로 운행한다고 그냥 있으랍니다. 엉거주춤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는데 눈치를 보니 성내역에 있던 열차를 다시 고친 듯 하더군요. 성내역엔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잠실역에는 역시 사람이 꽉 차 있었습니다. 지하철이 삼십 여분 정지해 있었으니 앞 차는 안 봐도 꽉꽉 채워 갔을 듯 하고, 잠실역에서도 뒷 차가 곧 들어온다고 연신 방송하기에 바쁘더군요. 저야 어차피 여기서 내려야 했지만 계속 해서 사람이 많아 질 테니 가실 분들은 고생 좀 하셨을 겁니다.

약속 시간 지켜 준다던 지하철, 오늘은 망신 당할 날이겠네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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