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 팬인 나에게 핸콕은 예고 편부터 필이 딱 꽂히는 그런 영화였다. 이상하게 입에선 자꾸 '햅틱'이라고 나와서 탈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우선 순위의 첫번째 리스트에 올라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토요일 심야시간에 드디어 핸콕을 보게 됐다.
뭐, 다 알다시피 핸콕은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핸콕은 하늘을 나는데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도 세고, 총알 같은 건 맞아도 끄떡 없는,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 주인공보다도 울트라 캡숑 쎈 수퍼 영웅이다. 단점은 술 좋아하고, 거리낄 것 없이 자기 마음대로 산다는 것. 그래서 악당들을 혼내주고도 오히려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런 핸콕이 개과천선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게되고, 가슴 아픈 사랑도 한다는, 영화의 구조는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영화를 풀어나가는 스토리는, 어우, 예상 밖이다.
예고편만 보고도, 난 이 영화는 윌 스미스니까 했지,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 그렇게 어울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윌 스미스는 영화 내내, 좀 망그러진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역시 윌 스미스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영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액션은 물론 코믹과 멜로, 거기에 SF까지 그닥 어색하지 않게 잘 섞여 있는 데다가 내용을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끌어가는 시나리오 덕택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윌 스미스에 거부감이 없다면 이 영화는 틀림없이 볼만하다. 부시고, 때려잡는 영화에선 딱 그만큼만 기대하면 되고, 이 영화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여인 메리 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어디서 봤다 했더니, 미니쿠퍼 몰면서 금 훔치는 영화 이탈리안 잡의 스텔라였다. 이온 플럭스에도 나왔다는데, 아쉽게도 딱 그런 스타일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이온 플럭스는 보지 못했다는… 어쩄거나, 잘 어울렸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레이라니. ^^
영화를 본다면 맨 마지막, 엔딩 크레딧 시작할 때 벌떡 벌떡 일어서지 말고 조금만 참아라. 기다리고 참으면 다 그만큼 보상이 있는 법이니까. 하긴 이미 오래전에 타계하신 영화 평론가 정영일 선생님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 끝났다고 나가는 우리 영화 관람 문화에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벌써 언제인데도 아직 우리는 그 습관을 못 버리고 있다. 엔딩 크레딧, 영화의 여운을 느끼면서 배우와 스탭들의 이름을 한 번씩 되뇌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인데, 왜 그 좋은 시간을 포기하고 그냥 일어서는지… 일어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햅틱, 아니 핸콕은 아주 작은 보답을 한다. 난 이런 식의 유며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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