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이 세기의 커플 중 하나였을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이혼한 데는 제3자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백만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부가 동반 출연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니콜 키드먼이 다른 남자와 뜨거운 정사 씬을 벌인 이후 둘의 관계가 멀어졌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아무리 배우이고 아무리 연기지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벌이는 애정 행각을 절대 좋게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일 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그저 배우로서의 일이지만, 이게 한 번 질투라는 감정으로 포장되면, 그 결과는 뻔한 일이다(톰 크루즈 조금 있으면 한국 온다는데… 설마 내 글을 보시지는 않겠지 ^^).

엉뚱한 예를 들긴 했지만 모름지기 질투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의 심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쌍화점은, 질투에 이은 광기, 그리고 결국엔 아무도 행복하지 못한 파국에 이르는 전형적인 멜로물이다. 문제는, 파국이 날 걸 예상하긴 하는데 도대체 어떤 식으로 날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예측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요소가 질투에 빠진 사람의 행동이었으므로, 어쩌면 그런 전개는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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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야하다(!)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다. 미인도는 보지 못했지만, 미인도보다 수위가 높다고 했다. 수위가 높다라니. 이 정도면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영화 야해!라고 홍보하기 시작한 건 일단 먹힌 셈이다. 야하다는 평을 듣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 나 한 명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초반부터 야한 장면이 들이닥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게다가 야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화면의 품질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왠걸. 어유, 예상 외로 화면 고급스러운데? 그런 느낌이 확 들어왔다(사실 이래서 처음 기대치가 높고 낮은 것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이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두 남자의 성애 씬. 남자와 남자의 성애 장면이 쇼킹했다는 건 인정해야 겠다. 오죽하면 뒤이어 나오는 홍림과 왕후의 정사씬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니까. 첫 부분에 나온 장면이 쇼킹하면 아무래도 뒤로 갈수록 충격이 덜해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물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장면이 스치듯 지나니, 수위가 높다는 건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솔직히 내가 제일 야하게 봤던 서양 영화를 꼽으라면 마돈나와 윌리엄 디포가 나왔던 육체의 증거를, 두번째론 샤론스톤의 원초적 본능을 꼽을 수 있다. 한국 영화를 꼽으라면, 이건 두 말할 것 없이 무릎과 무릎 사이다. 이들 영화들의 대부분이 노출의 수위가 높아서가 아니라(어느 정도 수위가 있기는 하지만 ^^) 당시에 내가 받는 심리적인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수위 보다는 심리적인 쇼킹 강도가 더 영향을 미친다는 걸 얘기하기 위해 별 쓸데 없는 얘기를 다 했다 ^^).

쌍화점은 야하다. 그러나 야한 걸로 승부하지 않는다는데서 난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어쨌거나 영화든, 소설이든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있으면 그만 아닌가. 홍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찐한 정사 씬과 적절한 타이밍에 섞어 넣은 액션 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꽉 차여 진행되는 스토리는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감정을 이입하는 대신 대사의 깊은 곳(!)까지 이해하는 관객들이 중간 중간 실소를 흘리기는 하지만(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직접 영화를 봐야 알 뿐!) 멜로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한 듯한 느낌이 꽤 짜릿하다. 여럿이 가서 두루 두루 보기는 좀 그렇겠지만 말이다. ^^

PS> 조인성, 진짜 드럽게(!) 잘 생겼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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