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스웰이 뭐야? 땅에 나는 우물이야? 뭐 혼자 중얼거리면서 책을 펼쳤더니 저자들은 먼 곳의 폭풍에 의해서 생기는 파도라는 뜻의 그라운드스웰을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서 생긴 흐름이 큰 파도가 되어 기업에 밀어 닥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고 나와 있다. 오호, 이게 그런 뜻일세… 여튼 새로운 용어를 일단 하나 배웠다.
이 책의 부제 - 네티즌을 친구로 만든 기업들 - 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웹 2.0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흐름을 활용해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만든 기업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 현상들을 설명한 책이다.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를 포함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솔루션들과 동영상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이트 등등이 소비자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러 인해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를 다룬 책이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어찌 보면 행운이다. BMW, P&G, 야후, 네이버, 유니레버, 델, 베스트바이 같은 커다란 회사들이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단돈 1만8천원에 사서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저자들이 연구한 다양한 데이터와 결과들을 분석한 자료들은 웹 2,0과 소셜 네트워크의 트렌드를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자료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리한 명제들은 하나씩 적어 놓고 따라해 봄직한 일임에 틀림 없다. 따라서 이제 막 기업이 소셜 네트워킹에 참가해 어떤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실무진은 물론 경영진들도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만일 내가 대기업에 근무하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담당 임원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이다.
몇 가지 이야기들은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무슨 말이냐고? 조중동이 왜 그렇게 블로거를 비아냥거리고 천대하는지를 설명하는 말이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것은 그들의 고유 업무였는데 이젠 누구나 생산하고 누구나 배포한다. 정보를 독점하다가 그 독점을 잃어버리면 절대 마음이 편할 수 없는 법. 또 다른 얘기 하나.
플랫폼이 블로그던 홈페이지던, 카페든, 소셜 네트워크든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굳이 블로그가 아니어도 기업이 콘텐츠를 배포하면서 고객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는 뜻이다.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물론 기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는 얘기다 ^^) 그 안에 무슨 내용을 담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뜻일게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건 이 얘기다. 그라운드스웰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얼마나 기업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컨트롤하고 싶어 했었나. 기업 뿐 아니라 정보를 가진 기관들은 모두 통제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젠 원칙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고객과 함께 즐기는 것일게다. 이거 참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고, 누군가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인데도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물론 책을 쓰다 보면 합당한 사례를 설명해야 하겠지만, 실제로 기업이 블로그든, 카페든, 홈페이지든 인터넷 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면 이론적인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들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성공 사례를 분석하다보면 그 뒤에 숨어 있는 몇 가지 팩트들을 간과하게 된다. 그 팩트를 간과하고 성공 사례들을 읽을 땐 누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음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유투브에 멋진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기업이 있다. 그 기업은 배포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았고 아주 훌륭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 기업들은 ‘멋진 동영상'을 만들야 한다. 말이 쉽지, 멋진 동영상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나. 적잖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렇게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만든 동영상이 없다면, 배포 비용이 무료라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실제로 유투브에 얼마나 많은 동영상이 올라오는가. 그들 모두 배포비용 무료의 탁월한 혜택을 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 중에서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들은 그야 말로 정당한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들이다. 그들은 정당한 컴플레인과 함께 합당한 요구사항을 내놓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고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기업에 그런 고객만 있을 리는 없다. 다음과 같은 경우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일까.
백화점 프로모션 기간 중에 상품을 사면서 상품값 만큼 하는 사은품을 받아갔다.그리고 얼마 후 환불을 요청하면서 사은품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 사은품 없이 와서 상품은 손도 안댔으니 환불해 달라고 우기고 매장을 점유하고 있는 고객에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신모델이 나오자마다 구모델에서도 그런 기능이 되게 해달라고 우기는 고객은 또 어떠한가. 내가 산 차에는 없는데 요번에 나온 새 차에는 있으니 내 차에도 그 기능을 넣어줘라, 아주 간단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왜 안해주나, 라고 들이대는 고객에겐 뭐라 말해야 하는가.
솔직히 말해 이 책의 내용이 우리 기업 현실에 맞다고 할 수는 없겠다. 더더욱 한정된 마케팅 비용과 자산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맞을 리가 없다. 결국 그라운드스웰은 다른 책들보다 훨씬 더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자면 여전히 원론에 가깝고, 이 책을 필요했기 때문에 읽은 독자들은 자신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 할 게다. 하긴 원래 책이란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리고 해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기에 비즈니스도 더 짜릿한 법일게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이 남겨 준 한 마디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라운드스웰은, 즐기는 것이라는 얘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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