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넓은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하늘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엔 왠지 활기차게, 가슴 잔잔히 적시는 흐린 날엔 왠지 여유 있게, 세상을 적시는 비 내리는 날엔 차분하게 기분이 맞춰진다. 그 창이 동쪽을 향해 있다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기분을 조절할 수 있어, 더 행복하다.

하지메 미조구치의 Yours; Tears. 난 사실 잘 모르는 첼리스트였는데 - 첼로라고 하면 요요마 정도나 알 뿐! - 멜론 클래식 부문 차트에 랭크된 걸 보고 한 곡 듣다가 다른 곡도 모두 다운 받아 버렸다. 마침 다운 받은 날이 흐린 날이어서 그랬을까. 잔잔하게 울리는 첼로 소리에 그만 눈물이 날 뻔 했다.


Yours; Tears 앨범에는 모두 열 세 곡이 들어 있다. 전통 클래식이 아닌 우리가 흔히 들었던 팝이나 OST의 유명한 곡들을 첼로로 연주한 것이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여서 그럴까. 느릿 느릿 하면서도 묵직한 첼로의 음색이 말할 수 없이 풍부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앨범의 첫 곡은 Yesterday Once More로 시작하고 마지막 곡은 She로 끝난다. She라니! 그 얼마나 오랫 동안 아껴 아껴 듣던 멜로디인가.  

맑은 날에 듣는다 해도 음악이 어디 가겠는가. 또 음악이란 환경에 따라 기분에 따라 들리는 감성이 다른 법일게다. 그러나 맑은 날엔, 맑은 날 대로 들어야 할 음악이 따로 있으니 Yours; Tears는 흐린 날 용으로 아껴둬야 겠다. 오늘처럼 잔잔하게 흐린 날 소중하게 보관했던 LP 앨범을 꺼내듯, 아이튠즈를 열고 플레이를 누른다. 내 맥북에 연결된 하몬카돈의 사운드 스틱이 이런 날일 수록 더 고맙다.

오늘도 난 창 옆에서 광합성을 한다. 오늘 같은 흐린 날에도 나를 넉넉하게 해 줄 영양소는 충분하다. 하지메 미조구치의 첼로는, 넉넉한 영양소와 함께 나를 충분히 적셔줄 물 같은 존재다. 그래, 흐린 날이라고 마냥 흐릴 수는 없는 일. 흐린 날은 흐린 날 대로 즐기는 방법이 다 있는 법이다. 어차피 언젠가 해는 또 떠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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