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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선을 싫어한다. 조개, 게, 오징어, 낙지, 주꾸미 그리고 김을 비롯해 바다에서 나는 대부분의 먹거리는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물고기는 싫어한다. 어릴 적부터 잘 먹지 않기도 했지만 – 솔직히 어릴 적 나는 무척이나 편식하는 아이였다 – 식성이 많이 바뀐 뒤에도 물고기는 절대 친해지지 않았다.

생선을 싫어하는 이유는 일단 맛이 없어서이고, 이단 가시를 발라내기가 너무 귀찮은데다가 삼단, ^^ 씹고 삼키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였다. 남들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내 입 맛엔 맞지 않으니 그걸 어쩌겠는가. 그래서 난 회는 말할 것도 없고 생선매운탕, 생선찌게, 생선구이, 생선조림… 하여튼 생선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음식을 싫어했고, 그래서 거의 먹지 않았다. 이런 나 때문에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생선 먹기가 쉽지 않았고 솔직히 그 점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미안해 하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강동구 성내동, 체육대학교 사거리, 오륜교회 뒤쪽에 있는 송림동태찜을 가게 된 건 당연히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참 인생 살기 힘들다고 투덜대던 나를 무척이나 잘 챙겨주는 형님과 정말 오랜만에 운동을 함께 했던 날, 그 형님이 맛있는 집이 있다고 무조건 데려간 집이 이 집이다. 주 메뉴가 동태찜이라길래 속으로 투덜댔지만 싫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형님이었기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끌려간 것이다. 오늘 식사는 완전 새됐다 뭐 그런 기분으로 들어갔고, 식탁에 나온 동태찜도 콩나물만 건져 올렸다. 반주인 소주를 홀짝이면서 솔직히 동태찜은 그다지 밋있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다.

동태찜이 삼분의 이쯤 사라졌을 즈음, 형님이 동태탕을 주문했다. 허연 대접에 한 그릇 무성의하게 담겨 나온 동태탕. 때마침 소주 안주 거리가 없던 나로서는 어쨌든 국물이라니 반가울 따름. 생선 따위는 미뤄 놓고 국물 한 숟가락 뜨는데, 갑자기 입 안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랏? 이건 내가 겪어왔던 매운탕이 아닌데?

그렇게 국물과 남은 소주, 그리고 공기밥 하나를 후딱 해치웠다. 이거 다음에 한 번 더 도전해 볼만 한 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난 그 집을 잊어 버렸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기 때문이다.

새삼 이 집을 다시 기억하게 된 건 또 그 형님 때문이다. 어찌 어찌해서 만난 토요일 점심, 형님은 당연히 나와 또 다른 후배를 끌고 그 집으로 갔고 그 동태탕 맛을 기억해 낸 나는 처음과 달리 이번엔 다소 즐거운 마음으로 그 집에 들어갔다. 일단 처음 메뉴는 예전 그 때처럼 동태찜. 여전히 동태찜은 별로란 생각을 하면서 동태탕을 기다렸다. 곧이어 나온 동태탕.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내 소주잔은 동태탕 국물과 함께 줄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점심 식사를 위해 이 집을 다시 찾았다. 세 번 정도 방문한 후에야 글을 쓰는 나로서는 이 집에 대한 글을 쓰기는 해야겠는데 아직 방문 수를 다 채우지 못했으니, 사진도 찍을 겸 다시 가야만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동태찜은 건너 뛰고 곧바로 동태탕을 시켰다. 공기밥 포함 5천원. 사실 한 끼 식사로는 평범한 가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집 동태탕은 살집이 푸짐한 동태와 큼지막한 무, 넉넉한 두부 두 덩이와 고명으로 얹은 파, 그리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로 묘사할 수 있다. 생선을 싫어하는 나에게 커다란 동태 두 덩이는 별로 반갑지 않지만 시원한 국물을 우러내는 무와 들어 있는 두 쪽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넉넉한 두부는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 고기 한 덩이는 건져 같이 간 형에게 주고 나는 듬성듬성 두부를 잘라 국물을 얹어 먹기 시작했다.

시원하다는 말은 바로 이 동태탕의 국물 같은 맛을 가리키는 것일 테다. 그다지 맵지 않으면서 은근히 쏘는 맛을 주는 국물은 알코올에 지치고 허기진 속을 달래기엔 그만이다. 시원한 무 맛이 감칠나게 입 안을 맴돌아 생선의 비릿함은 어느 구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반쯤 국물을 먹다 보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아, 이모 여기 소주 한 병이요~ 라는 외침을 절로 나게 만든다. 도저히 국물만 먹기엔 정말 아까와 반주는 저절로 주문하게 된다.

올림픽대교에서 서하남IC쪽으로 가다 보면 한국체대 사거리가 나온다. 체대 건너편 쪽에 커다란 오륜교회가 보이는데 이 교회 앞 골목으로 들어가 두 번째 사거리에 있는 집이 바로 송림동태찜이다. 식당은 오른쪽이지만 주차장은 왼쪽. 그리 불편하지 않게 차를 주차할 수 있다.

동태매운탕은 5천원.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지리탕(맑은국물탕)을 시켜도 괜찮을 듯 하지만 나는 지리탕을 먹어보지 않았으니 여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련다. 술 마신 다음 날 속 풀기에도 괜찮고 그냥 한 끼 점심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 내가 생선을 좋아한다면 네 개 반까지는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생선을 싫어하므로 네 개. 손님과 함께 가도 절대로 싫은 소리를 듣지 않을 집이다. 대신 사람 많은 것은 각오해야 할 듯. 식당은 그리 크지 않아 점심 시간엔 다소 복잡함을 각오해야 한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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