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광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옛날 VTR 시절부터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몇 개 정도는 꼭 샀었다. 사실 요즘은 영화를 디지털 파일로 만들 수 있어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두고 볼 수 있지만 VTR 시절엔 테이프를 사거나 복사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런데다가 테이프를 사기도 쉽지 않아 일부(정말 일부!) 대여점에서 복사해주는 불법이 판치기도 했으나(흐음, 내가 했다는 말은 아니다!) 복사한 경우 화질이 너무 떨어져 소장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소장하려면 VTR 전문 상가에 나가 사야만 했다. 내가 그렇게 구입한 영화가 더록, 쇼생크탈출 등이다(지금은 다 버렸으나 ㅜㅜ).
그러다가 비디오CD 라는 게 나왔으니 여간 신기했다. 나름 캡션 기능도 있고, 일부 오디오들이 VCD 재생 기능을 지원하면서 VTR을 밀어내나 했지만, 일단 화질이 나쁘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대안은 아니었다.
그런데 DVD가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상상할 수 없었던 화질, 끝내주는 오디오, 재미있는 추가 아이템들... 거기에 VTR의 반도 안되는 두께. 김정은이 나왔던 ‘가문의 영광’을 시작으로 나는 몇 개의 DVD를 정신없이 사모았다. 매트릭스 시리즈, 배트맨 시리즈,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팩 등등이 기억나는 소장품들이다. 거기에 여기저기서 짜 맞춘 나름 5.1 스피커 시스템까지 갖추고 나니 별로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였다.
DVD를 사 모으는데 슬슬 싫증이 날 무렵, 드디어 블루레이가 나왔다. 그런데 DVD와 달리 블루레이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단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었고 블루레이 타이틀은 비싼 데다가 화질이 좋다고는 하는데 난 DVD 정도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일로 블루레이 플레이어 두어 개 정도를 만져볼 기회가 생겼고 실제로 블루레이 타이틀 몇 개를 돌려봤는데, 기대가 워낙 컸던 탓인지 그렇게 큰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솔직히 내가 막눈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물론 아무리 막눈이 보기에도 블루레이 자체의 화질은 DVD보다 좋다. 뭐랄까, 일단 화면이 쨍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블루레이를 보다가 DVD를 보면 DVD가 약간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흐려 보이는 착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비용을 더 내고 블루레이를 봐야 할 필요까지는 느끼지 못했고 결국 블루레이와는 별로 안 친한 채로 몇 년을 보냈다.
LG인피니아 LX9500을 체험하면서 LG전자에서는 고맙게도 최신형 3D 블루레이 플레이어 BX580 한 대를 추가로 빌려줬다. 원래는 3D 블루레이 타이틀을 보라고 빌려줬겠으나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나라에선 3D 블루레이 타이틀을 구하기가 어렵다. 게임으로 등장한 아바타도 아직 들어올 생각이 없고, 다른 타이틀도 마찬가지. 시장이 없다고 생각한 수입사들이 굳이 서둘러 수입할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일까. 솔직히 파일 공유 사이트에 있는 3D 블루레이 영상들을 내려받아 보고싶은 욕심도 생기나, 나는 벌써 2년도 넘게 굿다운로더인데, 그럴 수는 없다(솔직히 나이가 들면 그거 찾아 다니는 게 더 힘들다. 그냥 돈 내고 사지 ㅜㅜ).
참고로 3D 블루레이 BX580이란 제품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시길.
인피니아 LX9500에 BX580을 HDMI 케이블로 연결하니 설치는 끝. 편하긴 진짜 편하다. 두께도 얇은 BX580은 인피니아 LX9500 아래 쪽으로도 쏙 들어가 설치 공간도 적게 차지한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함께 받은 타이틀 UP을 틀어 봤다. 과장이 아니라, 내 입에선 그저 어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선명하단 말이야? 블루레이 이거 진짜 제대로네?
그런데 솔직히 화질을 따져보려면 애니메이션 보다는 실제 영상을 봐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사 놓고 별로 꺼내 보지도 않았던 비욘세 실황공연 블루레이 디스크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원티드를 꺼내 틀었다. 푸하, 예전에 보던 그 블루레이가 아니었다. 심지어 비욘세 공연 장면에선 화장 얼룩진 부분까지 찾아낼 수 있었을 정도. 원티드의 때론 정신 없이 빠르고 때론 느린 동작으로 처리한 환상적인 액션들마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주말 내내 블루레이 타이틀 세 개나 보고 말았다는.
같은 블루레이라도 어떤 TV에서 재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사실(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을 깨달았다. 인피니아 LX9500의 화질은 정말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고 덕분에 나는 다시 블루레이 판매 사이트를 뒤지며 마음에 드는 영화 타이틀들을 고르고 있었다. 아직 체험 기간도 남아 있으니, 블루레이 영화 몇 개 정도는 더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운이 좋아 그 전에 3D 블루레이 타이틀이 하나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 FIN
PS> 사진을 보고, 이게 무슨 화질 좋은 거냐, 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듯 해서 한마디 붙이면, 내 사진 솜씨와 내 카메라로는 도저히 인피니아 LX9500의 블루레이 화질을 그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진은 그저 참고용으로 넣었다는 점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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