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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건면류? 건면세대

행복한 음식 얘기 2007/04/13 17:32 Posted by '레이'

한 달에 한 번, 사무실 비품과 간식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가는 날은 마치 어릴 적 소풍 가는 느낌을 주는 날이다. 어릴 적 소풍에는 김밥과 사이다, 그리고 과자 한 봉지가 빠질 수 없는 동반자였지만, 남자들만 있는 사무실에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는 바로 '라면'이다. 움직이기 싫은 날의 점심식사로, 때론 배고픈 오후의 간식으로, 어떤 날은 심야 술자리 뒤의 후식으로 라면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빼 놓지 않고 사는 건 너구리, 그리고 수타면 혹은 신라면이다. 일단 이번에 낙점 받은 녀석은 너구리 얼큰한 맛 한 상자. 지난 번에 신라면을 샀던 관계로 두 번째 대상은 수타면. 그러나 그 날 코스트코엔 수타면이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코스트코에서 수타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건 상관없다. 우리가 먹고 싶어 했던 것이 없었으므로.

이상하게 그 날은 신라면에 손이 가질 않았다. 다른 뭔가가 있을까 하고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건면세대'. 최근에 광고발이 좀 오르는 제품이다. 이럴 때 쓸데 없이 생기는 모험 정신을 핑계로 우리는 덜컥 '건면세대' 한 박스를 골라 잡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 설치된 DMB에서는 건면세대 광고도 흘러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라면을 정리하기 위해 건면세대 박스를 뜯는 순간, 헉~, 우리는 모두 똑 같은 소리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글쎄, 우리가 예상했던 봉지라면이 아니라 용기라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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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라면인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는 용기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양이 적고 이단 맛이 없고 삼단 그릇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와 건강에도 해롭다 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항상 봉지라면을 샀지 용기라면을 산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당연히 건면세대도 봉지라면이겠거니 하고 샀던 것이다. 어이 없는 마음에 건면세대 박스를 열심히 뒤적여 봤지만, 박스 어디에도 컵라면이거나 용기라면이라는 표기는 되어 있지 않았다. 찾다가 찾다가 찾은 것이 박스에 그려진 '사발' 모양 그림일 뿐. 그 그림을 가지고 이 박스에 들어 있는 라면이 용기라면이라고 유추해야 한다는 말인가. 부랴부랴 농심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세상에 건면세대 이 제품은 오로지 용기라면으로만 나오는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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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어디에 용기라면이라고 써 있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지만 바꾸러 가기도 뭐하고 할 수 없이 그냥 먹기로 했고, 다음 날 점심 식사 메뉴로 정해버렸다. 드디어 그 다음 날. 김치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는 등 부산을 떤 후 드디어 건면세대 개봉.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본 순간 또 한 번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다른 용기라면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용량을 조회해 본 결과 82g.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용기라면은 86g. 소위 말하는 큰 사발은 114-1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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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바닥에 붙어 있네? 하지만 왜 이리 작아...

게다가 다른 용기라면들은 면을 잘 익히기 위해 용기 중간에 면이 걸려 있는데 건면세대는 용기 바닥에 면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김치 블록. 알고 봤더니 건면세대는 김치와 소고기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고른 것은 김치 건면세대였던 것. 김치 블록과 스프를 넣고 용기 중간의 제한선까지 물을 부었다. 건면세대 추천 시간은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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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하지 않은 김치소면 맛

맛은 어떨까. 건면세대의 특징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없는 탓에 국물 맛은 김치소면이나 김치우동을 먹는 것처럼 김치 맛이 강한 느끼하지 않은 국물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얼큰하며 시원한 맛이라고 정리해야 좋을까. 기름기 많은 다른 용기라면에 비하면 한결 먹기 편한 듯. 그러나 다른 용기라면처럼 용량이 적은 탓에 한 개로는 도저히 식사 대용이 될 수 없었다. 결국 한 개 더. 그리고 햇반 반 그릇. 그제서야 좀 과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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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사발면, 건면세대

참, 중요한 가격. 건면세대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1천1백원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용기라면들이 대개 7백원 정도인데 무려 4백원이나 더 비싼 값이다. 건면세대 포장재에는 제품의 유형이 '호화건면류'라고 되어 있을 정도.럭셔리 사발면이란 뜻인가 보다. 코스트코에서는 16개 들이 한 박스에 12,990원. 아마 1천원을 넘는 용기라면은 건면세대가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지금 심정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개운한 맛은 있어도 그래 봤자 사발면이지 뭐… 라는 생각일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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