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바로 잡기 - 제고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4/29 23:42 Posted by '레이'

이런 저런 글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잘 배운 사람들이 우리 말을 망치고 있다는 이오덕 선생님 얘기가 정말 실감난다. 어렵게 말하고 어렵게 써야 배웠다는 표시가 나는 건지, 아니면 어려운 한자말로 써야 대접을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문사든, 연구소든, 의료기관이든, 법원이든, 정부 기관이든 모두 잘 배운 분들이 가서 일하시는 곳일텐데 그 곳에서 나오는 말들이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오늘 시비를 걸 말은 바로 '제고'이다.

주로 '뭘 제고하다'라는 식으로 쓰이는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제고03 (提高)
「명」쳐들어 높임. ¶생산성의 제고/능률의 제고/이미지 제고/월동 준비는 전력의 유지와 그 제고를 위해서 긴급히 요청되고 있는 과제요.≪이병주, 지리산≫§

제고-되다
[ --되-/ --뒈-]「동」=>제고03. ¶이번 일로 군대의 사기가 제고되었다./세계적인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경쟁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제고-하다
「동」【…을】 =>제고03.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다/근로자의 근무 의욕을 제고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다/회사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았다≪홍성원, 육이오≫§

참나. 우리 말로 써도 알아먹기 어렵다. 쳐들어 높임이라니. 우리 말로 풀어 놔도 어려운 이 '제고'라는 말은 혼자서는 도대체 그 뜻을 알기 어렵다. 함께 붙은 예를 보자.

생산성의 제고 : 생산성을 높이고

아, 이렇게 놓고 보니 좀 알아 먹을 수가 있다. 뭘 높인다는 뜻이구나, 나아지게 한다는 뜻이구나 그런 감이 오는 것이다. 원래 시비 걸기 좋은 대상은 신문사니, 이번에도 신문 검색을 해봤다. 역시 딱 걸렸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상대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 역시 경제정책의 잘잘못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노령화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빈곤율을 낮추고 빈곤의 고착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창출 등 소득이동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를 통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다. 무슨 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위원이 한 말을 기사로 옮긴 듯 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서 하고픈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정확히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나는 화가 좀 났다.

연구위원이야 맨날 어려운 말 써서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치자.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읽는 신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용어를 그대로 옮겨 써 놓은 신문기자의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신문은 유식한 사람만 읽는 것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를 사람들은 신문 조차 읽지 말라는 뜻인가.

다른 말도 잘 이해가 안되지만 특히 저 '소득 이동성 제고'라는 말은 기도 안 찬다. 눈치를 보니 소득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 거 같은데 차라리 다음 처럼 쓰면 어땠을까.

그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경제 정책이 잘못 되었다기 보다는 노인 층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빈곤율을 낮추고 가난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소득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남이 써 놓은 글을 고치는 것은 처음 얘기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테다. 그리고 이렇게 고쳤다고 해서 이 글이 꼭 잘 된 글이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 신문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사실을 전하고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텐데 이렇게 어렵게 써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나는 매우 궁금하기만 하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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