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글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잘 배운 사람들이 우리 말을 망치고 있다는 이오덕 선생님 얘기가 정말 실감난다. 어렵게 말하고 어렵게 써야 배웠다는 표시가 나는 건지, 아니면 어려운 한자말로 써야 대접을 받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문사든, 연구소든, 의료기관이든, 법원이든, 정부 기관이든 모두 잘 배운 분들이 가서 일하시는 곳일텐데 그 곳에서 나오는 말들이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오늘 시비를 걸 말은 바로 '제고'이다.
주로 '뭘 제고하다'라는 식으로 쓰이는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명」쳐들어 높임. ¶생산성의 제고/능률의 제고/이미지 제고/월동 준비는 전력의 유지와 그 제고를 위해서 긴급히 요청되고 있는 과제요.≪이병주, 지리산≫§
제고-되다
[ --되-/ --뒈-]「동」=>제고03. ¶이번 일로 군대의 사기가 제고되었다./세계적인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경쟁력이 제고되어야 한다.§
제고-하다
「동」【…을】 =>제고03.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다/근로자의 근무 의욕을 제고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다/회사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았다≪홍성원, 육이오≫§
참나. 우리 말로 써도 알아먹기 어렵다. 쳐들어 높임이라니. 우리 말로 풀어 놔도 어려운 이 '제고'라는 말은 혼자서는 도대체 그 뜻을 알기 어렵다. 함께 붙은 예를 보자.
아, 이렇게 놓고 보니 좀 알아 먹을 수가 있다. 뭘 높인다는 뜻이구나, 나아지게 한다는 뜻이구나 그런 감이 오는 것이다. 원래 시비 걸기 좋은 대상은 신문사니, 이번에도 신문 검색을 해봤다. 역시 딱 걸렸다.
연합뉴스를 통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다. 무슨 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위원이 한 말을 기사로 옮긴 듯 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서 하고픈 말은 무엇이란 말인가.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정확히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나는 화가 좀 났다.
연구위원이야 맨날 어려운 말 써서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치자.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읽는 신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용어를 그대로 옮겨 써 놓은 신문기자의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신문은 유식한 사람만 읽는 것이니 무슨 말인지도 모를 사람들은 신문 조차 읽지 말라는 뜻인가.
다른 말도 잘 이해가 안되지만 특히 저 '소득 이동성 제고'라는 말은 기도 안 찬다. 눈치를 보니 소득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인 거 같은데 차라리 다음 처럼 쓰면 어땠을까.
물론 남이 써 놓은 글을 고치는 것은 처음 얘기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테다. 그리고 이렇게 고쳤다고 해서 이 글이 꼭 잘 된 글이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 신문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사실을 전하고 알려주는 것이 목적일텐데 이렇게 어렵게 써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나는 매우 궁금하기만 하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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