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바로 잡기 - 의의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5/09 09:34 Posted by '레이'
입으로 말했을 때 그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한자말이 많다. 본래 한자말은 민중들이 일하는 삶 속에서 생겨나고 쓰인 것이 아니라 양반이나 관리들, 학자들이 읽고 있는 글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상대편 얼굴도 보지 못하고 말을 하고 목소리만 들어야 할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전화로 말하고, 방송을 하고 방송 말을 듣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때일 수록 한자말을 쓰지 말고 순수한 우리 말을 써야 말글 생활을 바로 할 수 있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 쓰기 1. 23쪽.

우리 생활에선 별로 안 쓰지만, 글에서 많이 쓰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한 한자말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인 한자말이 '의의'다. 자, 원래 하던 대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의의04 (意義)
[ 의ː의/ 의ː이] 「명」
「1」말이나 글의 속뜻.
홍선이 성하의 말을 듣고 그 말의 의의를 알고….≪김동인, 운현궁의 봄≫

「2」어떤 사실이나 행위 따위가 갖는 중요성이나 가치.
역사적 의의/남북 정상 회담이 갖는 의의/의의가 있는 삶/이번 탐사는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3」『어』하나의 말이 가리키는 대상.

「4」『철』어떤 말이나 일, 행위 따위가 현실에 구체적으로 연관되면서 가지는 가치 내용.

「비」<1>의미02(意味)〔1〕.
「비」 <2>뜻〔3〕.
「비」<2>의미02〔3〕.

보통 이 의의란 말은 위 설명 2번에서처럼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같은 식으로 많이 쓰인다. 신문 기사나 혹은 논문 등에서도 많이 쓰는 낱말일테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참 발음하기도 나쁜 낱말이다. 아주 천천히 발음해야 '의의' 혹은 '의이'라고 발음하지 보통은 '으의' '으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음하기도 어렵고 낱말 자체도 어렵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말은 '뜻'이란 말이다. '뜻'이란 좋은 우리 말을 놓고 굳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은 말과 글이 발달하는 방식과도 맞지 않는 희한한 일이다. 결국 글쓰는 사람들이, 많이 배운 사람들이 잘난척 하기 위해서 쓰다 보니 학교에서도 쓰게 되고 그러면서 웬지 그럴 듯한 문장을 쓸 때는 이 낱말을 써야 한다고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 논술 시험 때문에 학교에서도 글쓰기를 중요하게 가르치는데, 좋은 글이란 누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글이지 어려운 낱말로 가득찬 글이 절대 아니다. 쉬운 우리 말로 쉽게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된 글쓰기 가르침이다.

다시 '의의'로 돌아와서, 이 말은 간단히 뜻, 속뜻, 아니면 의미 같은 말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다음 예를 들어 보자.

기념제는 사당 등 추모시설 조성과 함께 1968년 시작됐다. 이제 시대 추이에 맞는 즐거운 체험·관광축전으로 구성해 그 역사적 의의를 국민과 함께 되새기려 한다고... (조선일보 2007년 5월 8일)

사실 위 글도 군데 군데 한자말이 보인다. 계속 말하지만 한자말로 쓰인 글은 한자말 하나만 우리 말로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쉬운 글이 되는 건 아니다. 말이란 참 묘해서 서로 얽히고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말을 억지로 한자말로 꾸미려하면 더 이상한 글이 되어 버린다.

기념제는 사당 등 추모시설을 만들면서 1968년에 시작됐다.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즐거운 체험, 관광 축전으로 구성해 그 역사의 뜻을(혹은 의미를) 국민과 함께 되새기려 한다고...

또 다른 예를 보자

극미량이어서 그런 문제점을 극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8일)

아주 웃긴 말이 하나 또 나온다. 극미량이라니. '아주 적은 양이어서' 혹은 '아주 조금이기 때문에' 라고 쓴다면 어감이 달라 보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렇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한자말이 잘난 체 하기 위해 쓰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이 말은 아래와 같이 바꿀 수 있겠다.

아주 적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을 극복했다는데 큰 이 있다.

사실 우리 말로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라면서 한자말이 가득 섞인 어려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배웠고, 또 주변에서 그렇게 쓰는 것에 익숙해져 왔다. 그런 까닭에 쉬운 우리 말로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이지 못한 것이다. 나부터도 조금씩 우리 말 쓰는 버릇을 들여가야 겠다는 생각, 블로그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요즘 더 간절해진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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