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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에 해당되는 글 385건

  1. 2010/02/05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의지가 필요한 법 (3)
  2. 2010/02/03 음식 값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6)
  3. 2010/02/02 딸아,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거야 (6)
  4. 2010/01/25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6)
  5. 2009/12/24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 ^^ (3)
  6. 2009/12/08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역설이다 - 뉴문 (6)
  7. 2009/11/26 청이야기, 인생은 돌고 돌아 슬프지만, 그러나... (6)
  8. 2009/10/30 [송파맛집]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조개찜이 그만! (12)
  9. 2009/10/29 추억이 부활하다, 디지털 액자 (7)
  10. 2009/10/28 돈 못 버는 공중전화, 버리실건가요?
  11. 2009/10/26 위장전입,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라고요? (1)
  12. 2009/10/16 불공정한 초고속인터넷 약관은 폐지되어야 한다 (4)
  13. 2009/10/12 축하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6 (3)
  14. 2009/09/30 내 낡은 지갑 이야기 (7)
  15. 2009/09/19 토양양을 보내며 (12)
  16. 2009/09/17 음악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5
  17. 2009/09/14 아이폰 열풍, 우리는 좀 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7)
  18. 2009/09/14 지나치게 잘 포장된 책 - 창조 바이러스 H2C (4)
  19. 2009/09/12 우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4 (4)
  20. 2009/09/10 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6)
  21. 2009/09/07 카메라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2 (8)
  22. 2009/09/03 논쟁? 사랑이란 원래 다 그런 거잖아?!
  23. 2009/08/31 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8)
  24. 2009/08/31 새콤, 짭조롬으로 입맛 당기는, 묵은지쌈밥 (6)
  25. 2009/08/31 노트북 받침대, 로지텍 Alto Connect (4)
  26. 2009/08/31 안타까운 잠실 롯데월드 블루스푼 (5)
  27. 2009/08/17 [책]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 (6)
  28. 2009/08/17 [책]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 (2)
  29. 2009/07/31 가까운 곳으로 휴가를 떠나다 (21)
  30. 2009/07/31 기타는 영원한 남자의 로망이다, 기타히어로III (3)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9
손톱 - 나쁜 버릇 고치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습니다.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 뜯거나 머리를 흔들거나, 뭐 버릇 없는 아이는 없죠. 그런데 이렇게 써 놓고나니 우리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왜, 애들이 속칭 싸가지 없으면, 저 놈 참 버릇없네. 그러잖아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버릇이 있고 버릇 없는 아이는 없다고 떡하니 써 놓으니, 똑같은 낱말이 어찌 이렇게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일까요.

그건 그렇고 ^^ 딸 아이는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썼으니 고쳤다는 뜻이겠네요. ^^ 몇 년 전 이런 버릇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사실 야단도 못 치겠더라고요. 저도 어릴 떈 손톱 물어 뜯었으니까요.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물어 뜯긴 합니다만! 엄마한테는 야단도 꽤 맞았는데 못 고친다고, 아내는 저보고 어떻게 해보라는 겁니다.

아빠도 같은 버릇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나쁜 버릇있다고 야단만 쳐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듯 하고, 처음엔 잘 달래 말했습니다. 그 땐 아이도 어릴 때니까 손톱에 있는 병균이 들어가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잘 안 고치더라고요. 게다가 손톱 먹는 걸로는 배도 안 아프고. 젠장 그 손톱에 있는 병균들은 뭐했는지 모르겠어요. ^^

그렇게 몇 번은 잘 달래다가 한 번은 호되게 야단을 쳤습니다. 마침 인사동에 놀러나간 날이었는데 어떡하다가 딱 걸린 거죠. 기회는 이 때다 싶어서 인사동 길에 있는 조그만 돌의자 위에 올라서라고 했습니다.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크게 외쳐!라고 했죠. 물론 안 하죠. 고집 부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럴 땐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합니다. 아이들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벌이 있는데, 그걸 써야죠.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매를 때리면 맞고 버티는데 딱 하나, 너 오늘 밥 먹지마 이러면 바로 무릎꿇고 잘못했다고 빕니다(아, 지금은 안 그럽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 지금은 당연히 핸드폰 내놔! 이거죠~). 그 날도 원래는 스파게티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손톱 물어뜯은 걸 아빠한테 걸린 거죠. 너 손톱 먹어 배부를테니 저녁 먹지 말고 여기 서 있어! 그랬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손톱을 먹지 않겠습니다’라고 개미소리 같이 외칩니다. 속으론 웃기지만 들리겠어? 조금 더 크게? 했더니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집니다. 이걸론 안되지! 그랬더니 그제서야 좀 들릴만한 소리로 외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었는지 흘끗 쳐다보기도 하고요.

아직도 긴장하면 조금 물어 뜯습니다 ^^


그 뒤로 잠시 멈추는 듯 했지만 버릇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손톱을 물어 뜯으면 안되는 이유를 꾸준히 설명헀고, 상과 매를 미끼로 썼습니다. 이런 거죠. 일주일 뒤 손톱 모양이 예쁘면 상을 주고 미우면 벌을 주겠다... 어떤 때는 혼나고 어떤 때는 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요즘은 물어 뜯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여기엔 손톱을 치장하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이건 아빠가 못해주는 겁니다만 ^^). 하지만 시험처럼 극히 긴장하는 일이 있으면 물어뜯기도 합니다만 그런 건 봐줘야죠. ^^

아이에게 무언가로 보상하는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방법들을 적절히 섞어서 해야지 한 가지 방법만 쓰면 안되겠죠. 밥도 한 가지만 먹으면 탈 나는 것처럼요.

사실 아이도, 아빠도 사람이라면 누군가 다 나쁜 버릇 하나 쯤 있는 겁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는 거고요. 버릇을 고치려면 야단과 매 같은 무서운 계기도 필요합니다만 스스로 고쳐야 겠다는 의지도 필요한 법입니다.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꾸준히 가르치고, 지켜보는 것, 아빠가 할 수 있는 그저 작은 일일 겁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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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월드 지하 2층에 블루스푼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음식 맛이 깔끔하고 값도 적당해서 즐겨 갔었지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데이트 코스(!)에 넣기도 하더군요. 반응이 괜찮았다 이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일단 음식 양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꽤 넉넉하게 잘 먹었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음식이 왜 이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대박 났습니다. 모처럼 갔더니, 메뉴판이 바뀌었습니다. 순간 싸한 느낌이 옵니다. 메뉴판 바뀌었단 얘기는 음식 값 올랐다는 얘기잖아요. ^^ 하지만 뭐 음식 값 오를 수야 있죠. 해도 바뀌었는데.

메뉴판을 열어 보고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7천원이던 함박스테이크가 무려 8,900원! 여기에 부가세는 별도이니 결국 7천 700원짜리가 9천790원. 자그마치 2천90원이나 오른 겁니다. 20% 이상 오른 거라 순간 이걸 먹어야 하나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날도 춥고 움직일 만한 데도 없어서 그냥 시켰습니다. 뭐 좀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감으로요.

더 놀라운 건 음식이 나오고 나서였습니다. 햄버거 스테이크 고기는 예전보다 크기가 줄었고 곁들여 나오는 볶음밥도 줄었습니다. 채소 샐러드 대신 버섯 몇 개와 콘 샐러드 한 줌 올라와 있고요. 가격은 올리고 음식은 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지요. 직원들 모두 나름 충격(ㅋㅋㅋ)에 말을 잃고 조용히 음식을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지요.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커피는 없어지고, 스쿱으로 퍼 주는 아이스크림도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물론 그 집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임대료가 많이 올랐을 수도 있고, 그 동안 안 올리다가 한꺼번에 올렸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문제는 손님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거 아닐까요. 계산을 하면서 너무 올랐다고 했더니 밥 종류가 좀 올랐다고 하길래, 양도 줄었네요 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물론 알바하는 종업원이었을 테니 설명할 방법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결론은 간단해요. 받아들인 손님은 계속 갈테고, 못 받아들인 손님은 안 가겠죠. 점심 식사 한 끼에 만원이면 싼 건 아닌데  그 돈 내고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 듯 합니다.

전 얼마 전 이 집, 꽤 괜찮다고 제 블로그에 추천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추천을 취소해야 하겠네요. 블루스푼, 이젠 뜨내기 손님이나 받아들이려는 그저 비싼 음식점이란 생각 밖에 안 듭니다. 혹시라도 제 블로그에서 그 글을 읽고 블루스푼 방문하실 분들에게 참고하시라는 말씀 드려야 할 듯.

값은 올라도 음식의 질은 그대로 였으면 좋겠는데, 그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요. ^^ 비싼 점심 먹고 와서 괜히 허탈합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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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8 - "저작권"

요즘 아이들 숙제를 가만 보면 뭔가 조사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주제를 내주면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가는 건데요, 사실 엣날에도 그런 숙제들이 있긴 했었죠. 자료 찾으려고 신문 뒤져 찢어 붙이고, 대학생 형아들한테 물어보고, 사방 뒤지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좀 다르죠. 다들 인터넷 찾습니다. 검색 사이트에서 키워드만 치면 다 나오잖아요. 공식 웹 사이트도 있고, 블로그에 올라 온 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숙제 하기엔 공식 사이트보단 블로그가 훨씬 좋습니다. 체험이 곁들여 있으니까요.

한 번은, 학교에서 경복궁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 준 모양입니다.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를 몇 번 두드리더니 금새 글과 사진을 긁어 모아 자료를 하나 만듭니다. 블로그 몇 개를 스크랩 하더니 뚝딱 뚝딱 잘도 만들었더군요. 아빠가 좀 볼까? 하고 봤더니 남의 글과 사진을 모아 그럴 듯한 답사기를 만들어뒀더군요. 사실 초등학생 아이가 인터넷에 있는 자료들을 모아 뭔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건 아니겠지만, 개념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 이거, 사진은 그렇다 치고, 글은 네가 다 쓴 거니?

- 아니, 인터넷에 있는 거 가져다 붙였는데?

- 그 글하고 사진은 니거가 아니잖아. 그런 거 막 가져다 쓰면 안돼

- 왜? 네이버에서 스크랩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아! 설마 이 녀석이 네이버 스크랩을 들먹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죠.

- 만일 누군가 니 글을 니 허락도 받지 않고 갖다 쓰면 넌 기분 좋겠니?

- 음, 아니

- 그런데 왜 너는 남의 글을 막 갔다 썼어?

- 음... 그냥 인터넷에 있는 거라서 썼어. 인터넷에 있는 건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야?

- 아니야, 누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 그렇게 애써서 만든 걸 막 가져다 쓰면 될까?

-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그걸 올리는 건데?

- 그 사람들은 보라고 올려 놓는 거지,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라고 올린 건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고생해 만든 걸 가져다가 누군가 손쉽게 만들어서 장사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

- 응... 그럼 아빠 나랑 지금 경복궁 가야 해. 나 숙제는 해야 되거든.

그래서 꼼짝없이 주말에 경복궁 끌려 갔습니다. 좀 힘들긴 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사진도 찍어주고 아빠도 모처럼 딸과 바람 쐬고 데이트 했습니다.

지난 번에 잠깐 대학생들 만나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저작권에 대해서 정말 많이 모르더군요. 물론 저작권 자체가 복잡하고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긴 합니다만, 다들 한 두번씩은 알게 모르게 위반 경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대학생들 잘못이겠습니까.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빨리 체계화하지 못하고 이를 가르치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요. 게다가 공유라는 개념이 꽤 왜곡된 까닭에 저작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내 꺼 아니면 다 남의 것인 법입니다. 누가 허락 없이 내 사진과 글을 가져다 쓰면 안되는 것처럼 나 역시 남의 사진과 글을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이 말은 남의 것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얘기이면서 한편으로는 내 것을 소중하게 지키라는 말과 같습니다. 남의 것과 자신의 것을 동시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딸 아이도 이제 슬슬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겠지요. 스스로 쓴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예쁜 세계를 만들기를 아빠는 응원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만든 소중한 기록 속에 저작권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자라 결국은 나와 이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기를, 그저 아빠는 바랄 따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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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텐로이의 생각

    Tracked from bartenroy's me2DAY  삭제

    연중 기획(!) ^^ 으로 진행 중인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그 여덟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엔 저작권이에요 ^^ http://bit.ly/dxMqkp

    2010/02/01 13:25
  2.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딸 : 그냥 인터넷에 있는거라서 썼어. 인터넷에 있는 건 다 써도 되는 거 아니야? 아빠 : 아니야, 누군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 그렇게 애써 만든 걸 막 가져다 쓰면 될까? 딸 : 그럼 아빠 나랑 지금 경복궁 가야해. 숙제는 해야 되거든.

    2010/02/02 12:04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7
상실대처하는 법

지난 성탄절 선물로 딸 아이에게 아이팟 터치를 선물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겐 좀 과하다 싶기는 했었고 아내는 기도 안 찬다는 반응이었습니다만, 아빠는 아빠 대로 계산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휴대폰이나 닌텐도 같은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는 딸 아이였기에 아이팟 터치를 잘 쓸 거라 생각했고 마침 아빠가 아이폰을 장만했으니 둘이서 쿵짝 쿵짝 할 일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팟 터치를 주문하고 실리콘 케이스도 사고, 벨킨 듀얼 충전기까지 주문하면서 사실 아빠가 더 신이 났는 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아이팟 터치를 손에 잡은 그 날부터 딸 아이는 아빠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아이팟 터치에 익숙해졌습니다. 맥용 아이튠즈에서 음악 파일을 넣는 방법, 앱 스토어에서 무료 앱을 다운 받는 방법을 금새 익혔고 와이파이가 뭘 말하는 건지도 금새 깨우쳤습니다.

아빠의 아이폰과 무료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앱을 깔아주고, 와이파이 잡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딸 아이가 자주 가는 학원과 할머니 집에도 myLG070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아빠에게 문자할 땐 이걸 쓰면 돼, 돈도 안 들어” 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녀석, 하루에 한 두번은 아빠에게 문자를 하고 그 때마다 대여섯 통은 쓰니까 무료 메신저가 꽤 쓸모가 있었죠.

게임도 몇 개 받았습니다만 이런 저런 앱도 꽤 받았습니다. 몇 개는 아빠가 사주기도 했고요. 특히 영어 교육용 앱 몇 개를 받아서 아빠와 낱말 풀기를 하며 놀았더니 엄마도 싫은 내색을 더는 못했습니다. 플래시 앱을 받아 자기가 배울 단어를 직접 쳐 넣어 단어장을 만들기도 했고, 하여튼 딸 아이는 아이팟 터치로 새로운 디지털 라이프를 누리기 시작했지요. 잠잘 때 까지도 손에 쥐고 잘 정도였습니다.

삼 일 뒤, 퇴근 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 아이팟터치의 무료 메신저로 딸 아이가 쪽지를 보냅니다. 이제 집에서 공부를 다 했고 근처에 있는 할머니네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신이 나 있었습니다. 저녁 잘 먹으라고 인사를 하고 메신저를 닫았는데 십 분도 안되어 전화가 왔습니다. 이 녀석이 뭐라고 말을 하는데,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응, 왜 그래?? 다그쳐 묻는 저에게, 딸 아이는 제대로 말을 못하며 울기만 합니다.

“아빠, 없어졌어, 터치가...”

주머니에 넣고 가던 아이팟 터치가 빠졌나 봅니다. 뭔가 이상해서 돌아봤는데 주머니에서 빠진 터치가 어디로 갔는지 못 찾겠다는군요. 아이가 너무 울고, 저도 좀 당황해서 아빠가 가겠다고 했습니다. 날이 추우니, 더 찾지 말고 들어가렴. 그렇게 말하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이 녀석 아빠를 보자마나, 서럽게 웁니다. 이렇게 서럽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자기 스스로도 아빠에게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 흐느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아빠랑 한 번 더 찾아보자고, 어두운 밤 길을 플래시를 비쳐 가며 다시 찾아볼 뿐이었습니다. 경비실에 들러 혹시 주운 사람 있으면 좀 알려달라 하고, 관리실에 방송 좀 부탁해 보고.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군요. 혹시라도 터치가 인터넷에 연결이 되었을까봐 메시지를 보내봤습니다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얼마 동안 딸 아이는 잃어버린 터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어찌 있나 궁금해서 낮에도 전화 하면 아빠, 터치 찾았어? 라고 물어봅니다. 아이가 걱정되어 조금 일찍 들어가면, 아빠, 터치 연락 없었어, 라고 묻습니다. 못 찾으니까 포기하자고 말을 해도, 아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계속 힘들어하니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동전을 모아둔 저금통을 가져다 주고 말했습니다.

“아빠가 모은 저금통인데 이번에 아빠는 딱 이만큼만 도와줄거야. 나머지는 네가 심부름을 하든 뭘 하든 용돈을 벌어서 채워. 그 돈으로 다시 아이팟 터치 사렴. 대신 설날 세배돈은 포함시키면 안돼. 네가 힘들게 번 돈만 해당되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 잃은 아이팟 터치 케이스가 더 쓸쓸해 보입니다. 이젠 이 녀석도 버려야겠지요.


새로 살 희망이 보였는지 딸 아이는 그 때부터 돈 벌기에 열심입니다. 구두도 닦고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 덕분에 주말 저녁 아빠가 할 일이 하나 줄었습니다. 아빠는 놀고 딸은 청소합니다(이 무슨!) 딸 아이는 그렇게 벌어 올해 생일 쯤에 터치를 사고 싶어하는 눈치지만 제가 보기엔 올해는 못 삽니다. 아마 내년 생일 쯤엔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물건 하나 잃어버리고도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이 녀석이 커서 더 큰 물건을 잃거나 사람을, 혹은 사랑을 잃게 되면 그 상실감을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르쳐야 할까,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고 아파할 텐데 아빠는 그 옆에서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아픈 기억을 빨리 잊게 하고 또 다른 희망으로 손을 내밀게 하는 것.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몇 번의 상실을 더 겪을 아이를 위해 아빠도 상실에 대처하는 법을 좀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6개월 할부로 산 아이팟 터치의 첫 달 요금이 이제 나왔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법, 아빠는 더 빨리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상실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 / FIN

PS1> 원래 그렇게 큰 물건을 잃었으니 혼나야 하는데, 너무 서럽게 우는 바람에 혼나는 걸 피했습니다(이 녀석 이게 작전이었는지도!).

PS2> 그런데 결국 다른 물건 잃어버릴 뻔 하다가 아빠한테 혼나고 말았습니다.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아빠의 아이폰엔 손도 못대는 것이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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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터앤미디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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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성탄절 선물로 딸 아이에게 아이팟 터치를 선물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겐 좀 과하다 싶기는 했었고 아내는 기도 안 찬다는 반응이었습니다만, 아빠는 아빠 대로 계산이 있었습니다. <내 딸에게 주고픈, 상실에 대처하는 법>

    2010/01/25 16:09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 ^^

사랑하며 사는 삶 2009/12/24 10:59 Posted by '레이'
매년 성탄절이면 하얗고 빨간색들이 세상에 가득하지만 
아기 예수님이 태어난 말구유는 그저 회색빛이었을지 모릅니다 

 세상은 온통 떠들썩하고 유난스럽지만 
아기 예수님은 세상의 소란과 상관없이 그저 쌕쌕 잠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가끔 우리는 물질의 풍요로움을 쫓아가느라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삽니다. 

성탄절만큼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와 
 그가 세상에서 겪었던 모진 아픔들 그저 한 번쯤 마음에 되새겨 볼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감사할 따름인 것은 
 아기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우리를 위해서라는 것 

 아기 예수님의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고귀한 목적조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목적 자체가 비난받아서는 안됩니다. 

 즐겁게, 함께 나누면서 눈물겹도록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분 한 분, 일일이 전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저,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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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러브 스토리, 트와일라잇. 소재는 독특했으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뱀파이어 영화에 러브 스토리라니. 내게 있어서 이건 마치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그런 느낌 같은 거다(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죄송!). 트와일라잇에 대해 그냥 이런 기억만 있는 내게 난데없이 딸 아이가 트와일라잇을 보고 싶다기에, 재미없어~ 그러면서 눙치고 지나가려 했더니 책을 사 달란다. 응? 이게 책이 있다고? 알고 봤더니 4권짜리 장편소설이다. 아이고야. 그러고 나서 트와일라잇의 속편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뉴문’이란다.


첫 영화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지 않았으므로 속편을 볼 리가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말았다. 일요일 오후, 딸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젝트 숙제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것이다. 서너 시간 보낼 만한 곳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찾은 곳이 잠실 롯데시네마다. 아무리 사람 많은 주말에도 표를 구할 수 있다는 그 영화관.

역시 영화는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다. 호러도, 액션도 아닌 멜로에 나는 지루했고, 옆 자리에서 쉴 새 없이 떠드는 젊은 연인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사실 이 연인들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아내가 흘린 목도리를 찾아다 주는 선행을 베푼 까닭에, 그냥 다 용서하기로 했다. ^^

하여튼, 영화는 여전히 사랑의 역설을 다룬다. 사랑하지만 함께 갈 수 없다, 사랑하기에 같이할 수 없다는 사랑의 역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주인공과 관객들은 그 역설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거부하며 어쩔 수 없이 스토리를 따라간다. 에드워드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벨라의 곁을 떠나고 벨라 역시 사랑한다는 이유로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 한다. 과연 진정한 사랑은 뭘까. 정말 서로 사랑한다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사랑은 기복이 심한 일시적인 감정이므로 후회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 걸까.

어쩌면 애당초 사랑은 운명이어서 내가 선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까닭에 사람들은 상대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행동이 오히려 상대를 더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국,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야 할까. 그것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기에.

영화는, 사랑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 결론은 똑같으니 어차피 돌아가지 말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든 뱀파이어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어쩌면 돌고 도는 것이 사랑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한 방에 쭉 가면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소개팅이지~ 라고 우스개를 던지며 위로해 봐도, 사랑이 쉽지 않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사랑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도 질러보고 싶다. 사랑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 더는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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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다시 본다는 건, 어릴 적 기억 속을 되살려 본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 고전이란 이름이 붙을 수 있는 것들은 읽는 사람의 나이, 환경 등에 따라서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제가 요즘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싯다르타 등을 다시 읽는 건 대학생 때 읽었던 느낌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고전을 다시 읽는 것도 즐겁지만 그 고전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행운입니다. 고전을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한다는 건 굉장히 신선한 시도니까요.


우연한 기회에 마지막 공연의 VIP 티켓을 받은 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게다가 공연 장소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극장 중 하나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마지막 공연이라 배우들의 연기는 물오를 대로 올랐을 테고, 마지막 회라는 특징 답게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갖게 되니(그런 까닭에 원래 뮤지컬 마지막 공연들은 항상 매진이 되곤 합니다.)  저로서는 이미 공연을 즐길 준비가 충분히 된 거지요.


뮤지컬 청이야기는 심청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새롭게 각색한 뮤지컬입니다. 원작은 해피엔딩이지만 안타깝게도 청이야기는 비극이지요. 물론 인생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방대한 주제로 놓고 보자면 우리 인생이란 다 해피엔딩이겠지만, 어쨌든 헐리우드 스타일의 해피엔딩은 아니라서 공연을 다 보고 난 후 어쩐지 무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청이야기의 청은, 선원들의 빨래를 해주며 눈먼 아버지와 사는 착한 소녀입니다. 은근히 청이를 사랑하는 덕이와 정이 많은 덕이 엄마를 이웃으로 두고(뺑덕 어미의 재해석이란! ^^) 넉넉하진 않지만 즐겁게 살아갑니다. 마침 청이가 빨래를 담당하던 배는 중앙 정부에서 쫓겨난 왕자님의 배. 당연히 청이와 왕자님은 묘한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다가 동네 양아치의 속임수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청이는 왕자님의 배가 인당수를 지날 때 험한 파도를 잠재울 제물이 되고 결국 인당수로 뛰어드나 왕자님이 청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왕자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나, 그 곳에서 왕자를 기다리는 건, 험한 정치 싸움, 과연 왕자는 쿠데타를 이겨내고 청이와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앞에서 비극이라 해 놓고,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 건 무슨 심보일까요. 에휴 ^^).

연출가의 말을 빌리면 심청전은 지극히 동양적이고, 뮤지컬은 지극히 서양적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들고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런 시도들이 관객들에게 틀림없이 기쁨을 주었을 겁니다. 청이야기 역시 동양과 서양의 느낌을 조화하면서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보태야 했으니 쉽지 않은 노력이 들어갔을 테고, 그만큼 관객은 새로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두시간 삼십분의 공연은 금새 지나갑니다. 화려한 무대, 실감나는 음악과 와이어 액션까지 선보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은 쉽게 몰입합니다.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무대는 그들의 젊음이 마냥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미 몇몇 뮤지컬들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모두 박수를 보낼만 합니다.

비극은 감정의 카타르시스라고 하지만(사실 청이야기의 마지막 주제가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이어서 딱히 눈물을 흘릴 비극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 공연을 마친 배우들에게는 좀 손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커튼콜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지만 여전히 기립 박수에 어색한 우리 관중들은 그저 앉아서 박수를 보낼 뿐입니다. 만일 희극이었고 관객들이 웃는데 익숙해져있다면 모두들 일어섰을 지도 모르니까요.

제가 본 것이 마지막 공연이라 청이야기가 언제 다시 무대에 올려질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청이야기가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나도 뮤지컬 좀 보고 싶은데 뭘 봐얄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하신다면 청이야기를 고려해보실만 합니다. 배우, 무대, 음악 모두 아깝지 않은 공연이니까요.

PS> VIP 좌석은 비쌉니다. 그러나 비싼 만큼 제 값을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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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불기 시작해서 이듬 해 다시 뜨거운 바람이 불기 전까지 꼭 즐겨야 할 음식 중 하나가 조개일 겁니다. 구워 먹어도 좋고, 찜을 해도 좋고. 게다가 조개는 살도 안 찐다고 하니까 부담 없이 마음껏 먹어도 좋지요(허나, 정말 그럴까요? 정말 살이 안 찔까요? 배부르게 먹고 나면 왠지 밀려오는 살의 압박이!!). ^^

하여튼 저는 조개를 무척 좋아하는 까닭에 조개구이도 꽤 즐기는데요, 이번엔 조개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날이 서늘해지면 사무실 식구들이나 외부 손님들과 함께 소주 한 잔 즐기기에 딱 좋은 집이 있거든요. 이름도 특별하지 않아요. 그저 조개찜 간판이 하나 달랑 보일 뿐.

잠실역과 신천역 사이, 갤러리아팰리스와 트레지움이 마주 보고 있는 그 사거리에서 남부순환도로(잠실관광호텔 방향) 쪽으로 주욱 직진하다가 삼거리 하나, 사거리 하나를 지나치다 보면 남부순환도로 방향으로 오른쪽에 크라제버거가 보입니다. 여기를 조금 더 지나치면 조마루 뼈다귀 집 간판 옆에 조그맣게 조개찜 간판이 붙어 있는 집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원래 이 집 처음 갈 때는 조개구이를 먹었고, 그 다음 번에는 강력 추천이라는 조개찜을 먹었는데, 조개구이는 그저 그런 감흥이었지만 조개찜에서는 찬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로 하면 뭐합니까. 일단 사진으로 디밀고!

보통 해물찜들은 콩나물에 묻어 매운 양념을 한 후에 쪄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아예 전용 찜기에 홍합, 굴, 대합, 키조개 등등을 쳐 냅니다. 조개도 훌륭하지만 조개에서 우러난 국물이 더 예술. 시원한 조개 특유의 국물이 소주 안주로는 아주 그만인데다가 싸늘한 날씨로 움추러든 마음까지 활짝 펴줍니다. 이번 가을에는 메뉴가 살짝 바뀌어 일반 조개찜 외에 해물조개찜이 추가됐는데, 5천원 더 내면 꽃게와 주꾸미 등 해물 몇가지를 더 넣어줍니다.

모듬조개찜, 해물조개찜 한 판을 시키면, 남자 넷이 먹기에는 좀 작고, 남자 셋이 먹기엔 딱 좋습니다. 일인당 소주 한 병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고요, 국물까지 싹싹 조개찜을 다 먹고 나서 모자란다 싶으면 바지락 칼국수를 시켜도 됩니다만, 솔직히 바지락 칼국수는 그닥 권하고 싶은 맛은 아닙니다.

조개찜에 딸려 나오는 기본 안주도 재미있는데요, 무엇보다도 번데기를 줍니다. 어릴 적 번데기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련한 추억의 맛을 느낄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번데기 안 먹는 친구들도 꽤 있더라고요. ^^

조개찜이라는 요리의 특성 때문인지 이 집은 초저녁엔 좀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대신 2차, 3차로 오시는 분들이 꽤 있는 듯 하고, 특히 심야에 손님이 많답니다. 시원한 조개 국물이 속 풀어주는데 그만이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작다 보니 어떤 날은 조개의 질이 아주 훌륭한데 어떤 날은 조금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거죠. 저는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상관이 없긴 한데 요즘 조개찜에 들어 있는 굴의 알은 큰 편이 아니랍니다.

여튼 찬바람 불게 되면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들르는 집이라서요, 올 가을에도 소주 꽤나 달릴 듯 한데 잠실에서 번개 한 번 치기에도 꽤 괜찮은 집이죠. 가격도 조개찜 3만5천원, 해물조개찜 4만원이니 셋이서 즐긴다 해도 그리 큰 부담이 없습니다. 아마 곧 번개를 한 번 칠듯 하니, 희망하시는 분들 대기하세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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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송파구 삼전동 | 조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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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 먹거리] 시원한 조개 해물 찜

    Tracked from 하늘높이의 일상 속 사진 한장  삭제

    며칠 전 금요일 대종상 시상식이 끝나고 출출하기도 해서 먹은 해물 찜 [저녁은 하용군이 종로 김밥에서 비싼 김밥을 사줌(하용 잘 먹었어!!!)] 저희 동네에 새로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요^^ 양은 푸짐했지만 저녁을 간단히 때운 건장한 20대 후반의 4명의 청년들에게는 조금 부족했음… 해물찜 사실은 조개찜 + 약간의 해물인데요. 조개찜이 조개 구이랑은 다르게 구워 먹지 않아서 편했구요. 편하긴 한데… 대신 너무 빨리 먹게 된다는 문제점은 있습니..

    2009/11/25 10:17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 하나쯤, 아니면 카메라 기능이 장착된 휴대폰 하나쯤 가진 세상이 되면서 수많은 사진들이 컴퓨터 속에 묻히기 시작했습니다. 운좋게 살아 남은 사진들은 인화라는 과정을 거쳐 ‘진짜 사진’으로 남게 됐지만, 많은 사진들은 그저 한 번 눈에 보이는 것으로 끝. 컴퓨터 하드디스크 안에 깊이 잠들고 있습니다. 찍기 쉬워진 만큼, 모든 사진들이 진짜 사진으로 남기는 더 어려워진거죠. 저만 해도 지난 몇 년간 찍어온 수백장, 아니 수천장의 사진들이 하드디스크에, CD-ROM에 그저 저장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그 사진들을 보긴 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어떤 인화 사이트에서는 뽑지 않으면 사진이 아니다, 라는 과격한 카피를 뽑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어떻게 그 많은 디지털 파일들을 사진으로 뽑는다는 말입니까. 아, 이 사진 이거 뽑아야 하는데, 말로만 하고 지나친 사진들도 많습니다. 사진이 많다 보니, 골라내기도 어렵고 일일이 뽀샵하기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요.

지난 여름, 생일 선물로 받은 LG전자의 디지털 액자(모델명 F1040N-PN). 생일선물을 여름에 받아 놓고 이제야 소감을 쓰다니, 저의 게으름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디지털 액자를 받아 놓고선, 살짝 거짓말 좀 보태면 디지털 사진에 대한 부담감이 확 줄었다고 해야 겠습니다. 잘 찍었건 못 찍었건 그냥 메모리 카드에 복사한 후 디지털 액자 뒤에 꽂아두면 되니까요.

처음엔 잘 찍은 사진들만 골라서 넣을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럴 필요 없더라고요. 어차피 정해진 시간 단위로 사진이 바뀌니까, 못 찍은 건 못 찍은 대로, 잘 찍은 건 잘 찍은 대로 다 재미가 있더라고요. 게다가 제가 쓰는 2GB 메모리(요즘 이거 가격도 많이 내렸지요?) 안에는, 사진 파일 1개의 크기를 5MB로 잡는다고 해도 최대 4백장은 들어가잖아요. 오우~

Jpeg 포맷의 사진 뿐 아니라 Mpeg 포맷의 동영상, MP3 음악 파일도 재생되는데 사실 무슨 영업장도 아니고 소리가 나는 파일들을 재생하는 건 좀 부담스럽더군요. 게다가 벽에 걸어 놓으면 좋긴 하겠는데, 전원 어댑터를 항상 연결해야 하니 전원 선이 빠져나오는 것이 그리 보기에 좋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벽걸이를 포기하고 책상 위에 세워 놨답니다.

전혀 세팅을 하지 않고 써도 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진을 화면에 꽉 차게 확대하거나 세피아 같은 효과를 줄 수도 있고 세로로 세워서 쓸 수도 있도록 옵션이 있습니다. 각종 옵션을 조정하는 화면이 좀 느리긴 합니다만, 크게 불편한 점은 없네요. 그런데 디지털 액자다 보니 세팅을 이것 저것 바꿀 일은 없을 듯 하고, 그냥 메모리 카드에 사진만 복사한 후 꽂으면 그걸로 끝! 다른 부분은 거의 손대지를 않겠네요.

필요하다면 나무 모양의 프레임이 하나 더 있어 덧씌울 수도 있고 CF, SD, MMC, XD, MS, MS-Pro 같은 메모리들을 동시에 쓸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하드디스크에 잠자고 있는 사진들을 순서대로 돌아가며 볼 수 있으니 그걸로 대만족. 하지만 아직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선물 받은 제 입장에선 사시는 게 좋겠다 어쩌다 말하기 좀 그렇네요. ^^

어쨌거나 묵혀둔 디지털 사진 때문에 고민하신 분들이라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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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고스피어가 본 LG(10월 5주)

    Tracked from LG전자 블로그 The BLOG  삭제

    안녕하세요, 여러분. The BLOG지기 엘진입니다. 이번 주말엔 전국적으로 비소식이 있습니다~ 이제 시기도 11월이 되니 주말동안 비가 온 이후로는 날씨가 급격하게 떨어질거라고 하는군요. 이런 환절기야말로 감기 조심, 요즘같은땐 특히 건강 조심에 유의를 하셔야 되는데 아무쪼록 월동준비 철저히 하셔서 편안한 11월 맞이를 하실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이번 한 주간 엘진이 발견한 주옥 같은 포스팅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문화마케팅 – 카..

    2009/11/01 12:18

휴대폰 집에 놓고 나온 경험 한 번 쯤은 있으시지요? 휴대폰 없이 밖에 나갔는데 급한 전화가 필요해서 공중전화를 찾았던 경험 해보셨지요? 그때 무슨 생각들 하셨나요? 전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젠장, 공중전화 왜 이렇게 없는 거야?”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앞 가게에도 있었고, 웬만한 건물 들어가면 그 안에 다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철 역이나 가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공중전화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그러다 보니 혹시 휴대폰을 놓고 나간 날엔 몹시 당황하게 됩니다.

얼마 전,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왠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전화 한 통만 쓸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그러시지요, 하고 전화를 빌려드리는데 미안하다면서 도통 공중전화를 못 찾겠다고 하시더군요. 공중전화를 찾아 헤맨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할머니 사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은 딸 아이가 휴대폰이 있지만, 휴대폰 없을 땐 학교 앞 공중전화를 이용했더랬습니다. 가끔 낯선 번호가 들어오면 딸 아이가 공중전화로 걸은 거지요. 어떨 땐 콜렉트콜도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늦겠다 어쩌겠다... 아직 휴대폰 없는 아이들이 부모와 통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공중전화입니다.


그런데 그 공중전화가 수익성 떨어진다고 이래저래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그럴 법도 하지요. 4천만대가 넘는 휴대폰이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누가 공중전화를 쓰려고 하겠습니까. 공중전화를 설치하려면 선 깔아야죠. 부스 설치해야죠. 부스가 차지한 땅 사용료 내야죠... 이미 오래전부터 공중전화는 사실 몰락하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업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공중전화, 접어야 하죠.

그러나 문제는, 그 공중전화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겁니다. 어린이들, 어르신들, 혹은 휴대폰 사고 싶어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일수록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가 필요하고 공중전화는 그 유일한 대안입니다. 공중전화가 없다면, 이들은 어떻게 급한 연락을 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중전화는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이제는 사회 복지 차원의 서비스가 되어야 할 겁니다.

2009년 10월 27일로 한겨레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보편적 서비스인 공중전화의 적자는 통신회사들이 매출별로 나누어 부담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통신사들이 이를 달가와할리 없다는 건 이해할만 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정작 방통위까지 나서서 사업 전반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말을 한답니다. <관련 기사 링크>

기업은 이익을 보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익을 바라는 조직이 아닙니다. 물론 국가 경영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면 좋은 거지요. 그러나 돈 버는 건 기업이 할 일이지 국가가 할 일은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 누구 하나라도 소외받고 무시당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공중전화의 수익성 문제에 대해 방통위에서까지 나선다는 말을 듣고 참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못하겠다고 해도 방통위는 하라고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허나 이게 어디 공중전화 문제 뿐이겠습니까. 공중전화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이면에 4대강 사업에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 광고까지 하면서 결식아동 지원금을 삭감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이 정부의 단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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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민아빠의 생각

    Tracked from sshong's me2DAY  삭제

    RT BartenRoy님: 공중전화가 돈 못번다는 이유로 방통위에서까지 사업성을 검토한답니다. 하지만 이제 공중전화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뭐든지 사업성을 잣대로 들이미는 이 정부의 단면을 보는 듯해 http://is.gd/4F9Yw

    2009/10/28 11:20

내년이면 딸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항상 애기같은 아이가 벌써 중학교에 간다고 하니 아빠 마음이 좀 싱숭생숭합니다. 이러다 보면 딸 아이가 지금 아빠를 놀려먹는 아이템 중 하나도 금새 이뤄지겠더군요. “나 대학 가면 아빤 오십이다!” 으, 아주 미칩니다. ㅋ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가정 통신문이 왔습니다. 그야 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위장 전입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경우로서 귀한 자녀에게 편법과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당당히 밑줄까지 그어왔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가 학교에서 오더니, 가정통신문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랬다는 겁니다. 참고로 가정통신문엔 부모님 사인 란이 별도로 없습니다. 그냥 옆에다가 사인을 받아오랬답니다.

좀 웃기더군요. 이 나라 최고지도자부터 행정부의 수장들까지 수 많은 사람이 버젓이 위장전입을 했고, 심지어는 위장 전입을 했다는 사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는 별로 흠이 되지 않으므로(!) 당당히 임명되기까지 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위장 전입을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며 “귀한 자녀에게 편법과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다가 학부모 사인까지 받아오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위장 전입이 폐혜를 낱낱이 설명하면서 최악의 경우엔 선생님과 학생과 부모님이 교육청에 끌려갈 수도 있다(!)라고 하셨답니다.

생각해보니 저런 법들은 그저 돈없고 힘없는 서민들만 철썩 같이 지키야 하는 것들입니다. 위장 전입으로 자녀들을 좋은 데로 빼 돌린(!) 분들은 그 귀한 자녀들에게 이 나라에서 좀 더 편리하게 살아가는 편법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사실 편법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들이 무능력한 현실이 되버린 것이지요.

지도자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꺠닫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지키지 않은 법을 서민들은 지켜야 하니, 당연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능력만 있다면 도덕성은 별로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도덕에 둔감한 사람들이 갖춘 능력이란 것이 정말 선한 능력일까요? 사람의 능력은 도덕에 기반을 두어야 그 가치를 발휘하는 법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능력은 자기만을 위해 쓰여지는 것이 대부분일테니까요.

도덕성이야 말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능력이라는 점, 이젠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 나라에서 위장 전입이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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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터앤미디어의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요새 초등학교에서는 “위장 전입은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경우로서 귀한 자녀에게 편법과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밑줄까지 그은 가정통신문이 온다고 합니다.

    2009/10/26 15:14
집에서 사용하는 초고속 인터넷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에 접속이 안되는 거죠. 컴퓨터를 껐다 켜보고, 공유기도 재부팅 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다가 안되면 그제서야 전화를 겁니다. 상담원 대부분은 “저희 쪽 장비는 이상 없으므로 기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제가 출근하고 다음 날 기사가 와서는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는 아내에게 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갑니다.  “공유기에 이렇게 많이 연결해서 쓰시니까 안되는 거죠. 이건 불법이에요” 아내는 무슨 큰 죄를 저지른 듯 미안해 합니다. 공유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핑계를 대지만 밖에서 뭘 만지고 오니 인터넷은 잘 됩니다.

회사에서 쓰는 초고속 인터넷. 뭔가 에러가 생기면 겁부터 납니다. 인터넷 안된다고 전화하면 공유기 쓰냐고부터 물어봅니다.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쓴다고 합니다. 대부분 공유기 문제니까 어쩌구 저쩌구 합니다. 그렇게 해봐도 안되는데요, 라면 기사를 보낸답니다. 기사 오면 좋은 소리 들을 리 없어 괜스레 마음이 쓰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기사가 오기 전에 관리실 전기팀이 통신 장비를 만져 에러를 해결해 줍니다.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 본 일일 겁니다. 공유기 쓰세요? 그거 불법이에요. 이런 얘기도 한 두번쯤 들으셨을 겁니다. 초고속 인터넷 쓰다가 안되서 전화하거나 기사가 나오면 대부분 하는 얘기지요. 실제로 통신사들은 저마다 약관에 한 대 혹은 두 대 정도만 연결해 쓰라고 해놓고는 그 이상 쓰는 경우엔 위법이니, 불법이니 해가면서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합니다. 경고문이 적힌 메시지를 화면에 띄워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일쑤입니다. 정말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나 보다, 그런 생각까지도 들게 만듭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하면 참 이상합니다. 우리가 통신사의 광랜 상품을 구매할 때는 컴퓨터 1대당 쓰겠다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 100메가짜리 통신 상품을 산 겁니다. 100메가 안에서 내가 이렇게 쓰거나 저렇게 쓰거나 그건 통신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닙니다. 어차피 소비자는 100메가 안에서 나눠 쓰는 거지, 이것 저것 장비를 마음대로 쓴다고 해서 100메가를 넘어가는 건 아니거든요. 통신사에서는 한 사람이 많이 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도 100메가를 넘게 쓸 수 있습니까?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100메가도 다 제대로 주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런 겁니다. 사과 100개를 사서 내가 혼자 먹든, 가족들과 나눠 먹든, 이웃에게 나눠 주든, 버리든, 그건 사과를 산 내 마음입니다. 사과를 파는 사람들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초고속 인터넷 약관은, 사과 100개를 팔긴 하겠는데, 너 혼자 다 먹어야 돼. (니가 여럿이서 사과 100개 나눠 먹으면 그 사람들이 사과를 안 사거든). 아마 속 마음은 이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초고속 인터넷들이 제공하는 IPTV를 설치할 때입니다. IPTV를 설치하면 이름이야 제각각이지만 결국 공유기를 하나 가져다 줍니다. 공유기에는 PC로 연결하는 포트, IPTV로 연결하는 포트 외에도 여유 포트가 더 있습니다. 이건 뭡니까? 여기다가 연결해 써도 불법이니 위법이니 할건가요?

소비자는 100메가짜리 상품을 산 겁니다. 통신사도 그렇게 팔았고요. 100메가 안에서 소비자가 몇 대를 쓰건, 그건 소비자가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내가 100메가 짜리 팔긴 했지만 그건 너 혼자서 쓰라는 거야,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거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초고속 통신사들이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되어버린 겁니다.

초고속 인터넷에 연결하는 단말기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문화 발전에도 걸림돌이 됩니다. 요즘 나오는 많은 가전 제품들이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TV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다양한 데이터 방송 기능을 실행할 수 있고, 게임기를 연결하면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각종 펌웨어를 편리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조만간 더 많은 기기들이 유선으로 혹은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기기를 연결할 때마다 돈을 내라고요? 대한민국 정보통신 생활 문화 수준을 거꾸로 늦추는 꼴이 됩니다.

게다가 요즘 KT에선 공유기에도 무슨 인증을 걸겠다고 하는데, 왜 남의 재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 거나 걸고 싶으면 걸고 그냥 쓰는 분들은 쓰게 하세요. 보안이 문제가 있다면 보안에 대한 교육을 하는 거고, 해커가 침입을 한다면 그건 통신회사에서 막아야지 소비자가 그것까지 막아야 할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마치 칼 팔아 놓고, 그 칼이 사람을 다치게하는데 쓸 수 있으니 등록해라, 뭐 이런 거하고 비슷한 거 아닙니까.

불공정 약관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이 신청한 대역폭 내에서 자유롭게 장비를 연결해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추가 장비 연결대수 제한이나 공유기 인증이니 하는 것들은 결국 통신회사만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를 괴롭히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안 남으면 차라리 보조금을 주지 마세요. 초고속 인터넷 가입한 사람들에게 몇 십만원씩 주고, 위약금도 물어주고, 선물도 주고 그러면서 굳이 남의 통신망 쓰는 사람들 데려가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뭔 말씀들이 그리 많으십니까. ㅉㅉ 안 그래도 같은 회사 초고속 인터넷 오래 쓰면 바보되는 세상인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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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160cm 넘었다!

딸 아이가 이렇게 소리지르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선 이 녀석의 키가 10cm 씩 자랄 때마다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거든요. 그 동안은 꽤 빨리 자랐던 터라 10cm 파티를 1년에 두 번도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크는 속도가 좀 더디어져서 사실 걱정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160cm를 넘었다는 겁니다.

사실 파티라는게 대단할 거 없습니다. 어떤 때는 하트 모양의 도넛 하나를 사서 그 위에 초를 꽂고 축하 노래를 불러줬고, 또 어떤 때는 떡볶이와 튀김으로, 어떤 날은 치킨과 피자로 파티를 했었지요. 오랫만의 파티라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고모 내외까지 모두 불러다가 피자와 치킨으로 모처럼 신난 저녁을 했습니다.

참 유별나다. 그런 것까지 해야 하나,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축하할 일은 반드시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우리는 축하하는 일에 왜 그리 인색한 것일까요. 생일이나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그제서야 아껴뒀던 축하를 꺼내 줍니다. 아낀다고 쌓이는 것도 아니고, 마구 쓴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아주 소중한 것을 꺼내듯 찔끔 찔끔 축하를 던집니다. 기왕이면 더 많이 축하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아빠가 딸에게 축하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축하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도 축하하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요.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씩 전해지면서 서로의 인생이 풍요롭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는 일일테고요. 꼭 남에게만 축하할 것도 아닙니다. 오늘 힘든 하루를 잘 견디어냈으므로, 시험을 잘 봤으므로, 목표한 일을 달성했으므로... 남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조그만 축하를 건네 보세요. 아이는 물론 아빠 스스로도요.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축하를 받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축하를 하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엄마와 아빠를 축하하는 것은 물론 다른 가족들, 친한 친구들의 사소한 기쁨 하나도 축하해줘야 합니다. 내가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일도 같이 기뻐하면서 축하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축하하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쉽거든요. 축하를 받은 아이는 축하하는 법도 절로 배우게 됩니다. 아빠는 그 기회를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비싸지도 않은 아주 작은 선물과 함께 말이지요. 초콜릿 하나, 연필 한 개, 휴대폰 고리라도 좋겠네요. 아이가 따라 살 수 있는 그런 선물이면 어떨까요.

어떻게 축하하고 어떻게 기쁨을 줄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정말 즐거워질 겁니다. 자, 이제 하나씩 축하할 일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 딸 키가 지금 얼마더라, 몸무게는 얼마지? 학교에서 제일 잘하는 과목은 뭐더라? 피아노로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뭐 있지? 축하할 거리를 찾다 보면 생각보다 모르는 일이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은근슬쩍 축하를 핑계로 몰랐다는 사실을 감출 수도 있겠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오늘 저녁엔 즐거운 축하 파티가 열리고,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르게 묻혀버릴 테니까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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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낡은 지갑 이야기

사랑하며 사는 삶 2009/09/30 23:42 Posted by '레이'

내가 널 처음 만난 건, 참 살아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던 그 해 여름이었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를 겪었고, 그 실패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던, 혹은 내가 그들을 떠나던 그런 시절이었지. 그런 나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그 누군가가 내게 널 선물했었어. 그저, 힘내라고 말이야. 그 사람은, 지갑만 주는 건 서운하다며, 일련 번호가 맞아 떨어지는 빳빳한 만원 권 두 장도 같이 넣어줬지. 그래야 지갑에 돈이 모이는 법이라면서.

그래서일까. 정들면 버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나였지만, 너에게만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했어. 그 땐 정말 힘들었었고, 그저 카드 몇 장이 너에게 담긴 전부였지만 왠지 나에겐 이런 지갑이 있다는 사실이 꽤 든든했었지. 이제 이 지갑을 채우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년, 이년, 삼년, 사년… 정말 정신 없이 살았어.

그 비 많이 오던 날 기억나니? 100미터도 안되는 길을 걸었을 뿐인데, 내 바지가 온통 젖어버릴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던 그 날. 엄청나게 내리는 비에 우산 챙기랴, 마트에서 산 물건 챙기랴. 바지 접으랴 정신 없는 와중에 난 그만 너를 떨어뜨리고 말았어. 사무실 빌딩 앞에 와서 출입카드를 꺼내려 할 때, 난 네가 사라진 걸 알게 됐지. 그 때의 그 당혹감이란. 네 안에 들어 있던 카드 몇 장이 내 삶을 유지하는 도구였는데 갑자기 그게 사라져버리니 어떡해야 할 지를 몰랐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트 앞에서 바지를 추스릴 때 너를 흘렸을 것 같더라. 그래서 우산을 쓰는 둥 마는 둥, 그저 다시 마트 앞으로 달려 갔어. 바지는 이미 젖은지 오래고, 이젠 상의도 거의 젖어버렸지만, 난 그런데 신경 쓸 틈이 없었지. 그저 그 근처 어딘가에 네가 떨어져 있기만을 바랄 뿐. 하지만, 넌 거기 있을 리 없었지. 가뜩이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방송에서 내 이름이 들리는 거 아니겠니. “지갑을 분실하신, 000 고객님은 안전요원 근무지로…” 그 땐 그 소리가 정말 꿈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어. 정신 없는 마음에 찾아간 안전요원 근무지에서 무사히 너를 돌려 받고, 고맙다고 두유 두 박스를 사주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옥외주차장 입구에서 주웠다고 하던데,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고 돌아다니던 길에 떨어 뜨렸던 모양이야. 살짝 젖은 너를 얼마나 애지중지 하며 말렸던지.

아찔했던 순간은 또 있었어. 어느 날 저녁에 누군가와 만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또 누군가를 만나러 택시를 타던 날이었지. 술이 좀 취하긴 했지만, 택시비를 주고 내린 건 틀림없이 기억하는데, 또 지갑이 사라진 걸 알게 된 거야. 술은 취했지, 사리 판단은 잘 안되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용케 카드사로 전화를 걸어 분실 신고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길 바닥에 털퍽 주저 앉아 카드 쓸 때마다 날라오는 문자 메시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 틀림없이 혀가 꼬였을 테지. 

“데가요, 디갑을 분시랬나봐요… 카드를 이러버려서 신고하려고요… 아니요 제가 좀 취해서…”

바닥에 주저 앉아 반 쯤 풀린 목소리로 카드 분실 신고를 하는 걸 지나가던 아주머니 두 분이 보더니, “어, 이 분 지갑인가 보다"라고 말하더라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 아마도 틀림없이 꼬인 혀로 이렇게 말았을 거야.

“네, 껌정색 루이 xxx 장지가빈데요, 울 딸 사지니 드러있고요, 카드… “

“네, 맞네요. 여기 있어요.”

벌떡 일어나서 얼마나 고맙다고 말했는지 몰라. 맨 정신이었다면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이라도 드렸을 지도. 그저 정신 없는 와중에 고맙다고 말로만 때우고 말았었던 거지. 그렇게 너를 찾은 것에 안도하면서, 그 날 더 신나게 술을 마셨을 지도 몰라.

그 뿐이겠니. 멀리 출장 갔다가 식당에 놓고 나오는 바람에, 근처에 있는 후배에게 전화해서 찾아 달라고 했던 일, 틀림 없이 차에 있겠거니 했는데 차에도 없고, 결국은 옷장 속 재킷에 있는 걸 만 하루 뒤에 찾았던 일… 이런 저런 사소한 일들이 많았는데, 결국 넌 항상 내게로 돌아왔지.

세월이 흐르면서 너는 조금씩 낡았고, 실밥도 조금씩 튿어졌어. 다행스럽게도 너는 점점 뚱뚱해졌고, 나는 슬슬 예전의 어려움을 잊어갔지. 그래도 가끔 너를 보면서, 네가 처음 내 곁에 왔을 때를 생각하곤 해. 문득, 나 요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이젠 새 친구가 왔어. 너하고 같은 출신이고, 너한테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다른 집 출신 애들은 영 맘에 들지 않더구나. 너에게서 한 장씩 카드를 꺼내 새 친구에게 넣을 땐, 참 묘한 마음이 들더라. 물론 너와 함께 선물 받았던 빳빳한 만원 짜리 두 장도 이사를 했지. 새 친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말이야.

나와 함께 많이 고생했어. 하지만 날 널 버리진 않을 거야. 새 친구에게서 뺀 스폰지를 채워 넣고, 새 친구가 나온 박스 안에 널 넣을 거야.  튿어진 실밥도 고쳐줄께. 그 곳에서 편안히 쉬고 있으렴. 어느 날 내가 문득 너를 열어 보고, 너의 낡은 흔적들을 어루만지면서  지나간 내 시절들을 돌이키며 열심히 살고 있을 그 날을 감사할 때가 반드시 있을 테니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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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갑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Tracked from 뽀다가족의 아름다운 여행  삭제

    회사 회식 후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술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중간 중간 기억도 잃어버렸고, 그 덕에 지갑도 실종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갑 안에는 제 연락처가 분명히 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고...흑흑흑... 우선 신용카드 정지시키고, 체크카드 정지시키고,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하고, 운전면허증 재발급 신청하고, 새 지갑도 하나 샀습니다. 이 얼마나 큰 손해입니까? 현금 잃어버린 건 둘째 치고, 지갑 속 내용물을 다 새롭...

    2010/01/22 18:10

토양양을 보내며

사랑하며 사는 삶 2009/09/19 01:43 Posted by '레이'
아저씨 둘만 있던 사무실에, 야리야리하고(!) 이쁜 처자가 출근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회사는 그 때까지 걸어왔던 긴 터널에서 막 빠져 나오려던 순간이었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누군가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할 때였지요. 전 직원이 두 명인 회사에서 사람 뽑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만 보고, 이 회사 월급이나 잘 나오겠어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태반일테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토양양이 출근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 반 기대 반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어쩌면 걱정이 더 앞섰을 지도 모릅니다. 잘 적응이나 할까, 아저씨 둘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잘못하다간 예민한 마음에 상처나 받고 나가지는 않을까… 별 쓸데 없는 걱정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처음엔, 좀 그랬습니다.

위기도 있었지만(위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ㅋ), 토양양은 잘 적응했고, 기대했던 것 이상의 일을 해냈습니다. 글이야 원래 잘 쓰는 거 알고 있었고, 클라이언트 관리도 별 문제 없이 잘 해나갔습니다. 회사도 오랜 시간의 기다림을 거쳐 순풍을 만난 듯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일의 분량은 점점 많아지고, 강도도 세졌고, 일의 수준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토양양은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해 냈습니다.

가끔은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여성들처럼, 삶의 무게에 힘들어 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하기도 했습니다. 지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농담도 건네고, 때론 달래면서 작은 몸집에 참 많은 걸 안고 살아간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뭐, 누구나 짊어질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법. 이럴 땐 작은 회사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아마도 회사가, 아저씨 둘이, 그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저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사람도 늘고 일의 규모도 커졌습니다. 다 같이 노력한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보수도 올랐고 상여도 줄 수 있었습니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토양양도 발이 넓어져서 글을 쓰는 것은 물론 몇 개의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이끌어 갔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가끔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이런 저런 번역까지 하고, 독립을 하고, 살아가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는 토양양을 볼 때, 모든 점이 다 마음에 든다고 할 수는 없곘으나(! ^^), 꽤 기특했던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 토양양이 이제 회사를 떠났습니다. 처음 떠나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먹먹했습니다. 백년 만년 같이 있지는 않아도,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 내 손으로 시집은 보내겠거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떠나고 싶다니까 딱히 할 말을 못 찾겠더군요. 그리고 한 달. 시간은, 정말 살처럼 흘렀습니다.


오늘 토양양을 보냈습니다. 환영회는 두 명이 해주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환송회는 여덟 명이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온 소님들까지 하면 열 한명. 많은 사람들이 함께 환송할 수 있어서, 그저 기뻤습니다. 원래는 인사불성 되기 전까지 먹어보자는 분위기였지만, 나중에 오신 손님들도 있고, 시간도 이미 늦었고, 그래도 뭐 비교적 멀쩡한 정신에 먼저 보냈습니다. 잘 가란 말을 하고 - 웃으면서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던지 - 책상에 돌아 오니, 그녀가 놓고 간 출입 카드가 보였습니다. 아, 그래, 정말 갔구나… 살짝 울컥하는 마음이 쏟아질 뻔 했습니다. 마음을 감추려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헤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스스로를 달랩니다. 그저 할 말이 없어 어떤 일을 하든, 그녀의 앞 길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 봅니다. 살다가 힘들 때, 그저 누구에게 수다라도 떨고 싶을 때 회사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회사라는 이름으로 만났지만, 같이 밥을 먹었던 식구였음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003이 우리 회사의 영원한 결번이듯, 언제나 자리가 비어 있음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미처 못한 한 마디도 보태야겠습니다. 그 동안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말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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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You’re the Inspiration 알어?
엥? 시카고 말이야?
누가 불렀는지는 몰라. 근데 그 노래 알긴 알어?
응, 그럼 아빠가 중고등학생일때 엄청 듣던 노랜데.
그래? 나 그거 받아줘.

어느 날 난데없이 딸 아이가 시카고의 You’re the Inspiration을 받아 달랍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이 노래를 딸 아이가 알 턱이 없을 텐데(게다가 시카고라는 그룹을 모르는 걸 보면, 어디선가 노래만 들었을 법한데) 초등학교 6학년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니잖습니까.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아하, 딸 아이가 즐기는 게임의 배경 음악으로 이 노래가 나온 겁니다. 그러니 제목은 어찌 알았어도 가수는 모를 수 밖에요.



딸 아이 얘기를 들으니 저도 문득 시카고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멜론에서 시카고를 찾아 노래를 받고 휴대폰에 넣어 주었습니다. 틈만 나면 휴대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는 아이에게 또 하나의 레퍼토리가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아 달라는 노래는,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습니다. 덩달아 아빠도 퀸의 추억에 다시 빠져 듭니다. Love of my Life… 하프 소리가 잠든 추억을 깨웁니다.

아이튠즈에서 요즘 아빠가 듣는 록 음악들

아이가 어릴 땐 듣는 음악이 다르지만 아이가 자라면 어느 틈에 듣는 음악이 같아집니다. 아이의 휴대폰엔 소녀시대, 2NE1, 지드래곤 등등이 들어 있고 아빠의 차 안엔 윤도현, 김종국, 김범수가 들어 있지만 리스트 뒤쪽으로 넘어가면 아이의 휴대폰에도 김종국, 김범수가 있고 아빠의 차 안에도 소녀시대가 있습니다. 음악이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감성 코드니까요.

공통되는 코드를 맞추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즐겁습니다. 아이가 듣는 노래를 아빠가 알고, 아빠가 듣는 노래를 아이가 아는 것. 이것 하나 만으로도 아빠와 딸 사이엔 커다란 교감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빠는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차 안에 넣어야 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 아이에게 슬쩍 슬쩍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딸 아이가 시끄럽게 틀어 놓는 음악을 아빠가 알고 있다면, 그 노래에 대해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고, 아빠의 차 안에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면 아빠와 할 수 있는 얘기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여전히 딸 아이는 아빠에게 노래를 받아 달라고 합니다. 솔직히 좀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빠는 차마 노래방에서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니어도 요즘 최신곡이 뭔지는 대충 알게 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취향도 슬쩍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DNA 덕분에 아이와 아빠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면, 괜히 또 자랑스럽고, 때론 찡합니다. 매달 고정된 요금을 내고 그걸 다 채워 쓰지도 못하지만 음악 사이트의 요금제를 포기할 수 없고 귀찮지만 굳이 아빠 아이디로 음악을 받아 넣어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 교감할 수 없는 노래도 있습니다. 야심한 밤, 아빠는 문득 솔개트리오의 여인이여를 틀어 놓고 혼자 옛날 감상에 빠져 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란 인사를 하러 왔던 딸이 흘러 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뭐야? 뭐 이런 걸 듣고 계셔? 한 방 날리고는 쪽, 뽀뽀를 하고 제 방으로 가버립니다. 아빠는 순간 할 말을 잃습니다. 아, 아빠는 한 때 이 노래에 눈이 젖었단 말이다! 아무리 외쳐 봐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몇 번을 들어도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외톨이'란 노래에 아빠가 적응할 수 없듯이 말이에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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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맥북을 씁니다. 맥북을 쓴 지는 2년 쯤 됐고, 지금은 인터넷 뱅킹과 쇼핑 등 어쩔 수 없이 윈도XP를 써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작업을 맥북에서 합니다. 솔직히 윈도XP보다 훨씬 더 편하고, 속도가 느려지는 일도 별로 없고, 시스템이 죽는 일도 적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맥 OSX에 아주 잘 적응한 건 아닙니다. 파일 시스템의 차이를 몰라 폴더를 통으로 날린 적도 있고, 윈도XP에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들도 억지로 맥으로 하려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작업도 윈도XP에서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맥북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애플의 다른 제품들에도 호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모양새 하나 끝내주는 마이티 마우스,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애플 키보드는 기본이고, 무선 인터넷 공유기 겸 백업 장치로 타임캡슐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위 말하는 애플빠가 되어 갔습니다. 당연히 저도 아이폰을 기다립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나온 폰들은 맥북과 연결해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맥을 지원하지 않으니까요. 휴대폰이 맥을 지원하면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 수도 없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외장형 저장장치 정도로나 인식하지 주소록 저장, 스케줄 관리 같은 기능은 꿈도 못 꿉니다. 휴대폰에 연결해 쓰자고 불편한 윈도XP를 다시 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폰이나 통신 서비스에 대해 이래 저래 말씀하는 분들을 보면, 무척 많은 분들이 아이폰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글들이 애플과 아이폰의 정책은 다 옳고, 그걸 못 쓰게 만드는 우리나라 통신사나 방통위 등등은 죄다 나쁜 넘이라는 식입니다.

저는 국내 통신사를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불만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애플도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착한 기업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폰을 들여오기 위해 애플은 엄청난 양의 기본 물량과 보조금을 통신사에 요구한다고 합니다. 그 부담이 과연 통신사에게서 끝날까요? 아닙니다. 그 부담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돌아옵니다. 시장 구조상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돈을 모아 애플에게 갖다 주겠지요.

제가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하긴 합니다만 모든 제품이 다 맥북처럼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마이티 마우스는 A/S가 된다고 해도 1년 이상 쓰는 건 불가능했고 휠에 먼지가 자주 끼어 걸핏하면 휠이 말을 듣지 않아 진작에 MS 마우스로 바꿨습니다. 또한 저는 해당 없지만 애플 키보드는 손톱 긴 여자 분들은 타이핑하기 쉽지 않은 모델입니다. 타임캡슐은 초기 세팅 잡기가 쉽지 않고, 게다가 매뉴얼도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단 A/S가 발생하면 좀 골치 아파집니다. 기본적으로 대체 품목을 주지 않기 때문에 짧게는 1주일, 길면 2, 3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 동안 어떡합니까? 마우스가 A/S 들어가면 할 수 없이 새 마우스를 사야하고 노트북이 A/S 들어가면 다른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한 번은 타임캡슐이 고장났는데, 저희는 이게 없으면 무선 인터넷은 물론 데이터 저장 및 공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교환 제품을 안 주면 안된다고 거의 전화로 한 시간을 싸워 교환 제품을 먼저 받기도 했습니다(이 얘기를 들은 어떤 애플 사용자는, 저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는!). 그러나 저는 정말 절박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했었을 뿐입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이 들어 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것 역시 전자기기인 이상 틀림없이 A/S가 발생할 것인데, 지금의 애플 제품들처럼 A/S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아이폰 특성 상 수리가 안되고 일대일 교환이 되어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는 동안 기다려야 하고, 데이터 백업도 문제가 되고, 그 때 가서 우리나라 회사들이 A/S는 잘해,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추측건데, 아이폰에 대해 환상을 가진 많은 분들은 아마 아이팟 터치는 많이 쓰셨을지 몰라도 실제로 아이폰을 써 본 분믄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기대 심리는 나중에 부메랑으로 다가와 소비자들의 더 실망에 빠뜨릴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저 아는 몇 몇 분은 아이튠즈로만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는 아이팟 터치에 대해 심한 불만을 표하기도 합니다. 윈도XP에서 아이튠즈, 이거 썩 편리한 인터페이스라고 하기 어렵거든요. 아이폰이 들어오면 똑같은 불만들이 반드시 생길 겁니다. XP의 문제든 아이튠즈의 문제든 말입니다.

애플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애플에게 그리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서 애플 입장에선 굳이 몸이 달아야 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애플과 아이폰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되고 이러한 환상이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면, 그 이후에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 안게 됩니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큰 법이니까요.

 우리의 통신 서비스 현실 때문에 아이폰 열풍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만(물론 그래서 저도 아이폰을 기다립니다 ^^), 우리는 애플과 아이폰에 대해 좀 더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폰은 절대 우리의 불만을 한 번에 해결해주지 못할 테니까요.  게다가 들어왔다고 해도 아이폰을 쓰기 위해 우리는 애플이 요구한 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 비용 지불할거면, 차라리 다른 거 쓰겠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지도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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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니,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친분이 있는 딸 아이의 친구 아빠께서 읽다가 너무 감명 받았다고 같이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고 쪽지가 한 장 얹혀 있는 책이었습니다. 같이 여행을 가기도 했고, 가끔 술 한 잔 하기도 하는 사이였지만, 이렇게 책을 선물 받으니 기분이 또 묘하더군요. 저도 뭔가 답례로 책을 하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선물은, 아마 이래서 더 아름다운가 봅니다. 받으면, 무언가 다른 책을 보내야 하겠기에.

사실 저는 문학이나 역사, 철학 같은 책은 책에는 손이 많이 가는데 경제 경영, 처세 이런 류의 책에는 손이 잘 안 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런 쪽 책을 선물 받으면 더 기분이 좋죠. 제가 잘 고르지 않는 분야의 책을 접하게 만들어 주니까요. 이번에 선물 받은 책은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님이 쓴 창조 바이러스 H2C 라는 책입니다.


책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활자도 크고 페이지도 잘 넘어 갑니다. 한 시간, 길어도 두 시간 정도면 읽어 내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 홈플러스라는 유통점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저자의 인생을 마치 자서전처럼 풀어 낸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어린 시절의 가정 형편 부터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취직해 일을 하는 과정들, 어려웠던 시간들과 영광의 시간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그닥 감동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처음엔 이거 뭐, 돈 많고 성공한 분의 자기 자랑인가 보다,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복사만 6개월 했다는 얘기는, 뭐든 남보다 두드러지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얘기로 들리지만, 현실에선 100%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므로 신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선비였고 엘리트였던 부모님을 두지 못했고, 국내 최고 학부에 다니는 형제들을 두지 못했으며, 대기업에 입사해보지 못했던 이 땅의 훨씬 더 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물론 저자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고 그래서 성공했겠습니다만) 나는 이렇게 했고 저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얘기가 얼마나 설득력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홈플러스라는 기업이 입점 업체에게 부리고 있는 횡포(비록 이 바닥에 있는 업체들이 다 그렇게 하는, 관행이라는 말로 두리뭉실 넘어 가고 있지만)에 대해 중소기업 사장님으로 부터 들은 얘기가 있는 저로서는 책에 나와 있는 좋은 얘기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책 중간에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상이란 상은 다 받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다 받았다는 얘기에선 실소까지 나왔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습니다만 일부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소비자 대상 등등이 사실은 돈 내고 사는 광고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입니다.

선물해 주신 분께는 좀 미안할 정도로,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웠던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힘을 많이 얻으셨다는 친구 아빠의 소감은 나중에 술 자리에서 따로 한 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저도 무언가 답례를 보내면서 이런 자리를 만들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주는 메시지까지 무시해서는 안되겠지요. 비록 지나치게 잘 포장된 개인의 성공담이긴 하겠습니다만, 벽에 붙여 놓으면 좋은 문구들이 꼭 있거든요. 우리가 모르진 않지만, 가끔씩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줄만한 그런 문구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읽게 했다는 점은 틀림없이 이 책이 주는 좋은 점이니까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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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소나기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아빠는 잠시 낮잠에 빠졌고 딸 아이는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딸 아이의 전화 소리에 설핏 잠이 깼습니다. 언뜻 들으니 할아버지(네, 제 아버지 ^^)셨습니다. 외출을 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셨는데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지하철 역에서 발이 묶이신 모양입니다. 네, 네 두 어번 대답을 하더니, 이 녀석이 부리나케 옷을 갈아 입습니다.

“아빠, 할아버지 우산 없으시다고 하셔서 내가 나갔다 올께” 언뜻 잠이 깬 제게 말을 던지고 곧바로 현관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응’ 잠결에 한 마디 대답을 했지만, 잠에 취한 아빠는 더 깨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꾸벅 꾸벅, 옛날의 기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auggie_tolosa/3402061788/in/photostream/

아마도 제가 지금 딸 아이 정도 나이였을 겁니다. 그 날 밤도 그렇게 비가 왔더랬지요. 전화 벨이 울리고 아버지께서 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 계시다고 엄마가 말합니다. 그 날 제가 아마 기분이 좋았던지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었습니다. 걸어가면 10분 정도 걸릴 거리를 아마 5분도 안되어 갔을 겁니다. 아버지께서 깜짝 놀라셨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립 서비스는 이럴 때 날리는 겁니다.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비를 맞고 계시는데 얼른 와야죠’ 아버지가 서 계시던 그 가게, 저 때문에 매상 좀 올랐습니다. 뭐 먹고 싶냐며 이것 저것 집어 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가 그럽니다. ‘니가 우산 가지고 나간 그 날, 아빠가 되게 기분이 좋으셨단다.’ 그 땐 몰랐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런데 지금 딸 아이가 저한테 그렇게 말한다면, 저라도 기분 째질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한 번 재미를 붙이고, 비오는 날마다 몇 번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날은 금새 아버지를 만났고, 어떤 날은 허탕을 치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휴대전화가 없었으니 연락이 안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하지만 비 오는 날 아버지를 기다리고, 아버지와 우산을 쓰고 돌아오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설핏 깬 잠 속에서 저를 붙들었습니다.

딸 아이가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만원이나 주셨다고 자랑을 합니다. 사실 참 기특했습니다. 귀찮다고 투덜댈 법 한데,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바로 튀어나간 걸 보면 이 녀석을 잘못 키우지는 않았구나, 그런 뿌듯함도 들었습니다. 저녁 때 아버지를 만났더니, 결혼식 다녀 오시느라 양복을 입고 계셔서, 왠만하면 비 맞고 오실라고 했는데 옷 때문에 어쩔 수가 없더구나 하면서 미안해 하셨습니다. ‘에이. 그래도 비 맞으시면 안돼죠. 집에 멀지도 않은데, 잘 하셨어요.’

설마 옷 때문이었겠습니까. 아마도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용돈을 줄 핑계를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비 속을 손녀와 걷고 싶으셨을 지도 모르지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이런 날이 아니면 내가 언제 딸 아이와 비 속을 걸어볼까. 어차피 내리는 비 속이니 우산으로 물을 좀 뿌리며 장난을 쳐도 좋겠고, 고즈넉한 비 속을 걸으며 하지 못한 얘기를 해도 좋겠지, 그 핑계로 용돈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기쁨 아니겠어.’

비 오는 날 우산 핑계를 대려면, 일부러 차를 놓고 퇴근 해야 하겠군요. 운이 없으면 쫄딱 맞을 각오를 해야겠구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내리는 비 속을 아이와 함께 걷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한 위험일 겁니다. 이런 좋은 팁을 가르쳐주신 아버지께, 술 한 잔 올려드려야 겠습니다. 아들은,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하더니, 딱 제가 그 짝인 모양입니다. / FIN
 
2009/09/10 - [사랑하며 사는 삶] - 라면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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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컵으로 가득 채워서 물은 세 번 붓는 거야. 1개 당 세 번. 이런 종류의 컵은 용량이 대개 비슷하니까, 밖에 나가서 라면을 끓일 일이 있으면 이 정도 크기의 컵으로 세 번, 이것만 잊지 않으면 돼.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어. 아빠는 스프를 먼저 넣지만,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갑자기 확 끓어넘치니까 조금 위험해. 그러니까 너는 면을 먼저 넣고 스프를 바로 같이 넣도록 해. 

자, 이젠 시간이야. 이건 어떤 불에서 끓이느냐에 따라 좀 다른데, 아빠는 약 3분 정도 끓이고 나서 면을 맛 봐. 휴대폰의 시계를 한 번 보렴. 우리가 좋아하는, 약간 꼬들한 정도가 되면 불을 꺼. 바로 먹지 말고 잠깐만 뜸을 들여. 그 동안에 식탁을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 놓고, 김치를 꺼내렴. 

뜨거우니까 절대 조심. 가스불 차단기 내리는 거 잊지 말고 두꺼운 장갑을 꼭 끼고 냄비를 들어야 해. 

라면 먹을 땐, 냄비 뚜껑에 덜어 먹는 거야. 이 맛은, 진짜, 아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지? 그지?"

"응, 근데 아빠가 끓여준 것보단 맛 없다! ㅋ"


이런 컵으로 물을 세 번 붓는 거야

딸 아이가 5학년 때, 드디어 라면 끓이는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 무렵 때 쯤 되서 엄마한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추운 겨울, 반지하로 내려가는 부엌에서 석유 냄새 가득한 곤로에 불을 붙이고 양은 냄비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록 새록합니다. 입김을 호호 불며 라면 맛을 보던 기억. 액자 속의 흑백 사진 같은 기억입니다. 

사실 라면이란 것이 뭐 복잡할 거 있겠습니까. 물을 잘 맞추고, 면이 꼬들할 때에 맞춰 불을 끄면 되는 거지요. 아마 아빠가 가르쳐 주고 싶은 건, 아빠가 아빠의 엄마한테 배웠던 그 흑백 사진 같은 기억. 그걸 남겨주고 싶었는 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라면을 먹다가 문득, '그 때 아빠와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었지...' 라는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지도요. 거기에 라면을 끓이는 동안의 설레임 같은 건 보너스겠지요. 사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내 손으로 직접 끓이면서 익었나 안 익었나, 냄비 뚜껑에 덜어 맛을 볼 때의 그 라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더더" 주의할 점은, 가스와 불을 다루니까 무엇보다도 안전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스 불을 다루는 방법, 그릇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마무리. 아무리 급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가르치는 거지요.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고 싶다고 해도, 찬 물에 라면을 부어 먹을 수는 없듯이 다뤄야 할 순서가 있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아빠한테 배웠다고 학교에서 토요일에 저마다 음식을 만드는 날이 있었는데, 떡라면을 끓였던 모양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자기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국물까지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못 먹었어, 투덜 거리기도 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배웠어, 라고 말했다는 딸 아이의 목소리에서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라면이란 게 그닥 몸에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맛있는 걸 직접 끓이는 재미를 맛보는 거, 아마 내 몸도 용서해 줄 겁니다. 산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 하고 살면 재미 없다는 거, 아이들도 슬슬 배워야지요! 가끔은!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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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재능이란 말을 붙일 것까지는 없어도, 특별히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딸 아이가 뭔가를 잘 해가지고 온다면, 그것처럼 기특한 일도 없을 겁니다. 어, 이 녀석한테 이런 재주가 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 오버하면, 이거 천재적이야!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우린 다 부모니까요. ^^ 

제 아이에게서 발견한 그런 재능(!)이 바로 ‘사진 찍기’였습니다. 아빠 엄마가 갈 수 없어서 할머니와 함께 보낸 유럽 여행 때 그저 기념이나 될 만한 거 찍어오라고 집에 있던 똑딱이 카메라를 들려 보냈습니다. 자동 모드로 그냥 찍으면 되고, 만의 하나 잃어버린다고 해도 별 지장이 없을 그런 카메라를 들려 보낸 겁니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 교체하는 법, 반 셔터를 누르는 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 몇 가지만 가르쳤고요. 열흘 간의 여행을 마치고 딸 아이가 돌아온 후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진, 진짜 네가 찍었니?”

처음 볼 땐 꽤 감탄했는데, 지금 보니 별로라는! 쩝!

구형이라고 해도 나름 유명 회사의 꽤 인기 있었던 카메라 모델이었기에 적당히 찍어도 잘 나오기는 합니다만, 구도나 장면을 잡은 것이 아빠 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몇 장 있었던 겁니다. 어라, 이 녀석 이거 카메라 좀 제대로 가르쳐 봐야 겠는 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빠도 못가본 에펠탑!

그래서 몇 가지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 주고, 몇 가지 상황에 따라 찍는 법을 좀 가르쳐주었습니다. 여기 매뉴얼 모드로 가서, 어두울 때는 ISO를 좀 높이고, 가까운 거 찍을 때는 매크로를 쓰고, 화이트 밸런스란 이런 거고… 다행히 아빠를 닮아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금새 배웠습니다. 어차피 망가 져도 크게 지장 없을 카메라 였기에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찍으라고 했고요. 그렇게 열심히 들고 다니던 카메라가 드디어 전사를 하는 바람에, 얼마 전에  12배속 줌이 가능한 콤팩트 카메라를 다시 하나 구입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꽃 한 송이, 흐르는 물, 저녁 노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 댑니다. 아무래도 아이니까, 찍고 나면 꼭 잘 찍었느냐고 확인을 받으려 합니다. 잘 찍었네, 라고 하면서도 이렇게도 한 번, 저렇게도 한 번 찍어보렴, 조언을 줍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니 어떤 사진은 자기 맘에 꼭 들기도 하고, 어떤 사진은 또 영 아닌가 봅니다. 알아서 지우고, 새로 찍고, 딸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웁니다. 

카메라는 참 묘한 매력이 있는 도구입니다. 때론 기쁘고, 혹은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우리 삶을 자세히 보게 만들고, 기록하게 만들고, 또 추억하게 만듭니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우리의 추억은 그저 바닥에 깔린 불확실한 기억에 지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 소중한 나날들을 더 잘 추억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카메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큰 역할을 딸 아이에게 해 줄 겁니다. 추억할 만한 기억이 있다는 건, 행복의 여러 요소 중 틀림없는 하나일테니까요.  / FIN

자전거 -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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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하지만, 우린 압니다. 이것이 너무나도 지키기 힘든 약속이라는 걸. 사랑에 빠진 사람은 너무도 쉽게 많은 것을 약속하고, 많은 것을 장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약속과 장담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변하고 사랑받는 사람도 변하며, 그들을 둘러 싸고 있는 모든 것들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격리 되어 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납니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에 반응하고 호감을 가지며, 곧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 그들에게 나타난 또 한 쌍의 남녀. 에덴동산에서처럼 단 둘이서만 존재하던 그들의 관계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 것입니다. 남자와 남자는 친구가 되고, 여자와 여자는 적이 되며, 남자와 여자는… 친구이면서 적인, 오묘한 관계로 변해 갑니다. 과연, 그들에게 남아 있는 건, 어떤 관계일까요.

사랑에 대한 논쟁이란, 참으로 진부하기 그지 없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이것처럼 흥미진진한 논쟁도 드문 법이지요. 결국 사랑이란 영원하기 힘든데, 그 까닭이 다 저마다 각각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논쟁이란 연극을 보게 된 건, 사랑에 대한 논쟁이 궁금해서는 아닙니다.

네 명의 배우가 한 시간 동안 완전한 나체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장안의 화제가 되고도 남을 일입니다. 설마, 조금은 가리겠지, 라는 생각은 첫 배우가 등장함과 동시에 숨이 막혀 오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그러나 어느 틈에 관객은, 배우의 몸 대신 배우의 연기를 보게 됩니다. 언뜻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논쟁의 이미지였으나 때론 가볍게, 때론 적당히 무겁게 스토리가 흐릅니다. 어느 틈에 관객은 그들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잊는다기 보다는, 익숙해졌다고 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씁쓸한 사랑의 결말에 안타까운 웃음을 짓습니다. 솔직히 저는 작품성을 평가할 수준은 못됩니다. 그러나 연극 내내 관심을 가진 건, 그들의 나체가 아닌, 그들의 공연이었습니다. 뭐, 솔직히 군살 하나 없는 남자 배우들의 몸이 부럽기는 하더이다. 비록 그저 꿈꾸기만 할 정도일지라도.

연극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나, 극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소극장이라고 해서 앞 뒤 객석 사이에 다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봐야 하고, 밀려드는 관객 때문인지 통로에까지 손님을 앉힌 보조석 때문에 정작 자리에 앉은 사람마저 더 불편하게 공연을 봐야 합니다. 가뜩이나 다닥 다닥 붙어 앉아 낯선 옆 사람의 체온 때문에 불편한데 에어콘은 들어오는지 마는지, 끈끈한 땀을 흘리며 봐야 합니다. 논쟁을 제대로 즐기시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맨 앞 줄을 예매하시길.

다시, 돌아와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한 편으론 또 영원합니다. 옮겨 다니기 때문이라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사랑도 함께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때는 뜨거운 불이었다면, 한 때는 잔잔한 물이 되고,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수였다면, 바람 결에 실려 전해오는 은은한 꽃 향기도 필요한 법입니다. 사랑한다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언제나 남아 있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끈기 있는  마지막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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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딸 아이가 여섯살 쯤 되었을 때입니다. 딸 아이가 타는 미니벨로의 브레이크 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 자전거 샵에 수리를 하러 갔더랬지요. 브레이크 라인을 갈고, 간격을 조절한 후에 자전가 샵 주인 아저씨가 딸 아이에게 직접 타보라며 자전거를 건네 줍니다. 두 말 않고 자전거를 받아든 녀석, 한 발로 서서 자전거를 밀면서 훌쩍 올라타 한 바퀴 타고 옵니다. 주인 아저씨가 묻습니다. 

“그렇게 자전거 밀고 가면서 타는 법 누구한테 배웠니? 그거 어른들도 배우기 힘든건데… ^^”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아빠들은 이해할 겁니다. 아빠가 가르쳐줬어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아빠를 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의 그 희열을! 벌써 7년이 지난 얘기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떠오르는 흐뭇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 가르치기를 정말 잘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언젠간 딸 아이에게 스트라이다를 사 주고, 같이 타고 말 겁니다 ^^

딸 아이의 처음 자전거는 네 살 무렵 타기 시작한 네 바퀴 자전거 - 뒷 바퀴 쪽에 두 개의 보조 바퀴가 달린 - 였습니다. 사실 그 땐 아빠 욕심이 앞섰더랬습니다. 아직 발도 닿지 않는 아이한테 너무 큰 자전거를 사줬거든요. 세 발 자전거 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샀는데 결국 그 자전거는 사고 나서 일 년을 묵혀야만 했습니다. 다섯 살이 되니, 네 바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요. 그리고는 금새 보조 바퀴를 떼 달라는 겁니다.

처음엔 아빠가 더 겁이 났을 겁니다. 어차피 자전거라는 게 몇 번 넘어지면서 배우는 건데 딸 아이의 이곳 저곳에 상처가 나는 걸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큰 맘 먹고 학교 운동장에서 뒤를 잡고 자전거를 태웁니다.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살면서 지금껏 그렇게 열심히 뛴 적은 없었을 테지요.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정말 열심히 뛰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살짝 손을 놓았을 겁니다. 어쩌면 속도를 이기지 못해 손을 놓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의 자전거는, 햇살 속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렇게 딸 아이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몇 번씩 왕복 20km의 거리를 달리기도 했고, 다 큰 요즘은 자전거에 취미를 들인 할머니와 함께 비슷한 거리를 달립니다. 철 자전거로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언덕길도 씩씩 거리며 올라 가고 때론 아빠를 제끼겠다고 바람 씽씽 가르며 앞서 나갑니다. 그런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은,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아이에게 아빠가 자전거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빠가 더없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속도로 바람을 가르면서 세상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아빠들에겐 결코 많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즐기고, 자연을 만나고, 땀 흘린 기쁨을 알게 하는 것.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이는, 기억할 겁니다. 내 자전거의 뒤를 잡아주던 아빠의 손길을. 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함께 달리던 아빠의 숨소리를. 한강에 앉아 짜장면이나 치킨을 시켜먹는 즐거움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아빠의 표정을…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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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맘 때쯤 김치 냉장고 가장 깊숙한 곳엔 작년 김장 때 담아두었던 마지막 한 포기가 남아 있답니다. 김치찌개나 혹은 만두를 빚기 위해 남겨 놓은, 아주 잘 익은 묵은지 한 포기 말이지요. 그런데 대부분은 그 묵은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런 망각이야 말로 묵은지에 대한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묵은지가 더 맛있게 익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방법이 될테니까요. 

아,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 그렇게 한가로운 고민에 빠져 TV를 보던 어느 주말 오후, 문득 TV 속에선 묵은지에 밥을 싸 먹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앗, 우리도 묵은지 있는데!” 예전 거제도의 횟집에서 묵은지에 밥과 회를 싸 먹은 기억이 있었으므로, 이 날은 더 고민할 여지도 없었지요. 오늘 저녁은 묵은지 쌈밥, 자연스럽게 결정되었습니다. 

잘 익은 묵은지를 꺼내 매운 양념이 다 가시도록 깨끗이 씻습니다. 왜 씻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씻지 않은 묵은지를 남겨 뒀다고 비교해서 먹어 보세요. 씻지 않은 묵은지의 매운 맛은 함께 먹는 다른 음식의 맛을 방해합니다. 묵은지를 씻으면 매운 맛이나 신 맛이 가시면서 묵은지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나서 진짜 끝내줍니다. ^^

묵은지 위에 밥을 얹고 - 방송에서는 밥을 볶았더랍니다. 제가 거제도에서 먹은 밥도 살짝 볶은 것이었고요 ^^. 근데 우리 집에서는 안 볶았다는!) 불고기도 한 점 올리고, 잘 익은 마늘 장아찌를 같이 넣습니다. 이쁘게 돌돌 말아 한 입에 쏙 넣으면… 으아… 묵은지의 신맛과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기와 밥, 마늘의 맛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묵은지가 너무 크면 짠 맛이 강하므로 적당한 크기로 묵은지를 자르는 것이 오늘의 팁입니다. 

어느 틈에 먹다 보니 밥 한 공기가 후딱 달아나 버렸습니다. 사실 장 보러 가는 귀찮은 일만 감수했다면 아마 회를 사다가 먹었을 지도 모릅니다. 딸 아이가 먹으면서 여기에 회 싸먹으면 맛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아빠가 귀찮다는 이유로 장 보러 가지 않은 게 좀 미안해집니다. 뭐, 다음 주엔 장 보러 가서 회 사오자꾸나… 라고 말했지만, 아뿔싸, 마지막 남은 한 포기 묵은지는 어느 틈에 우리 입 속으로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묵은지가 생기는 내년까지 아쉽지만 미뤄야 할 듯!

자, 정리해볼까요 ^^ 묵은지를 꺼내 잘 씻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밥은 고슬 고슬하고 살짝 볶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밥과 함께 얹어 먹을 회나, 불고기를 준비하고 그저 돌돌 말아 싸 먹으면 끝! 간단하면서도 특별하고 맛있는 주말 저녁의 한 끼 식사가 즐겁게 끝났습니다. ^^ 내년을 또 기다려야죠. 아니면 어디 가서 묵은지를 좀 사오든지요~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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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고 나니(이 말 할 때마다, 팍삭 늙어버린 것 같은 생각에 항상 마음이 쓰리다는!) 작업 환경에 꽤 신경을 쓰게 됩니다. 컴퓨터로 무언가 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거기에 눈도 나쁘다 보니 항상 자세가 구부정합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사무실에서는 이미 노트북에 받침대를 세워 놨고, 작업용 모니터에도 별도 받침대를 붙여 놓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글은 지난 번에 소개해드렸으므로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 


사무실에서는 그렇다 치고, 그럼 집에서는?! 집에서는 작업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책 몇 권 쌓아 놓고 그 위에 올려 놓으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사무실 작업 환경에 익숙해져버리니 막상 받침대 없이 노트북을 쓴다는 게 꽤 불편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십여분만 고개를 숙이고 노트북을 봐도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받침대 하나 사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우연히 지르게 된 녀석이 로지텍의 알토 커넥트 Alto Connect 였습니다. 

로지텍에서 나오는 모든 제품이 다 끝내주는 건(!)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기기들이 꽤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던 탓인지, 받침대 치고는 좀 비싼 편인데(약 5만원 정도)도 선뜻 질렀습니다. 받침대에데가 허브가 붙어 있다는 점도 구매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였겠지요. 그러나 집에서는 그닥 허브를 쓸 일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든 기왕이면 있는 넘이 좋지 않을까…(이게 바로 남자들의 대표적인 충동 구매 증상일 겁니다). 

박스를 열어 보면 왠 막대기 두 개와 어댑터 하나가 튀어 나옵니다. 이 막대기 두 개를 엑스자 모양으로 교체해서 조립하면 완성. 한 쪽 막대에는 USB 케이블이 튀어 나와 있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전원 어댑터는 당연히 USB 허브 때문에 들어 있는 것이겠지요. 

엑스자 형 스탠드 위에는 고무 느낌 나는 소재가 붙어 있어 스탠드 위에서 노트북이 미끄러지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뒤 스탠드 후면에 3개, 전면에 1개 등 모두 4개의 USB 포트가 있고요, 그 중 앞 면 포트는 Media라는 명칭이 적힌 걸로 보아, USB 메모리 전용으로 편리하게 쓰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듯 합니다. 왼쪽 뒤에는 노트북 어댑터나 허브 케이블 같은 걸 가지런히 정리하는 홈이 파여 있습니다. 

엑스자 형 스탠드 위에 올려 놓고 USB 케이블을 노트북 USB 포트에 연결한 후 전원 어댑터를 꽂으면 끝. 노트북을 올려 놓고 타이핑을 해 본 순간, 그 탄탄한 안정감에 완전 만족했습니다. 흔히 노트북 스탠드에는 노트북을 올려 놓고 별도 키보드를 연결해 쓰는 경우가 많으나 집에서는 별도 키보드가 없으므로 그냥 스탠드에 올려둔 채로 타이핑을 했는데 전혀 흔들림 없이 짱짱했으니까요. 높이 조절이 안되는 것 때문에 걱정했으나 높이를 조정해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저한테는 딱 맞는 높이였습니다. 

원래 노트북 받침대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노트북을 치켜 세워 목을 숙이거나 앞으로 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노트북의 바닥을 공중으로 띄워 열을 잘 식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어떤 모델에서는 USB 전원을 이용해 팬을 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팬이 돌면 소음이 나거든요. 조용한 집에서는 노트북의 팬 도는 것도 거슬리는데 받침대의 팬 소리까지 같이 참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알토 커넥트의 방열 효과는 아주 우수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노트북을 바닥에 붙이고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열을 식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맥북의 팬이 도는 횟수가 좀 줄었거든요. 

무엇보다도 튼튼한 안정감과 적당한 높이, 로지텍 다운 디자인 등이 이 제품의 장점일 겁니다. 노트북의 허브를 확장한다는 점도 괜찮고요. 가격이 좀 비싸긴 합니다만 허브 하나 추가로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비싼 것도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생산성이 막 늘어나지는 않아, 반성은 하고 있긴 합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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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맛있는 집이라 생각해 추천 글을 썼습니다만,  추천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유는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블루스푼 맛집 추천을 취소한 이유

음식 값 오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잠실 롯데월드. 비싸고, 사람 많고, 이것 저것 식당은 많지만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은 없는 동네

사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놀이동산 근처 치고 제대로 된 음식점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음식이라는 것은 재료는 물론 시간과 정성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일텐데, 사람 많은 곳에서는 어지간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신경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자꾸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나 찾으려 하지요,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뭘 먹일까 고민하다가 지쳐 그냥 적당히 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사람도 많고 힘든데 암 거나 먹자, 이런 거지요. 

자, 모처럼 롯데월드 왔다, 많이 비싸지도 않으면서 좀 조용히, 편안하고 맛나게 먹을 만한 데 없나, 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집이 한 군데 있습니다. 지하 2층, 스파게티아 매장 뒤 쪽에 살짝 숨은 듯 가려 있는 ‘블루스푼'이 그 곳입니다. 


블루스푼은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한식당은 아닙니다. 오므라이스와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파는, 규모가 좀 작은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내부 인테리어가 그닥 화려하지도 않고, 서비스가 아주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잠실 근처에서 일하는 저와 우리 사무실 식구들이 이 집을 찾는 건,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꽤 좋은 데다가 후식까지 주는 런치 메뉴가 있기 때문입니다. 


런치는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요, 햄버거 스테이크, 치킨 칠리덮밥, 날치알 오므라이스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햄버거 스테이크! 다진 고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2개와 볶음밥, 샐러드가 접시 한 가득 담겨 나옵니다. 고기는 적당히 부드럽고, 퍽퍽하지 않아 아이들 입 맛에도 잘 맞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볶음밥! 너무 고슬거리지도 않으면서 딱 제 스타일로 볶았답니다. 


치킨 칠리 덮밥은 햄버거 스테이크에서 주는 것과 같은 볶음밥을 메인으로 하고 그 위에 잘 튀긴 닭가슴살(이거 아마 치킨 집에서는 필레 혹은 휠레라고 부르는 종류 ^^)에 칠리 소스를 얹어 주는 것입니다. 일단 튀김이 맛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바삭한데다가 칠리 소스와 잘 어울립니다. 이 두 가지를 좋아해 잘 먹다 보니, 날치알 오므라이스는 구경도 못해봤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옵니다. 어떤 날은 초코, 어떤 날은 바닐라, 어떤 날은 딸기를 주니까, 뭘 주는지는 잘 모릅니다. 아이스크림이 싫은 분들은 커피를 드셔도 되겠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우리 식구들은 모두 아이스크림만 먹었더랍니다. 물론 이 아이스크림은 점심 메뉴에만 제공되는 후식이지요.

아, 중요한 가격은 ㅋㅋ 햄버거 스테이그가 7천원, 치킨 칠리덮밥은 6,500원, 날치알 오므라이스는 5천원… 인데 이게 뭐 싼 거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잠실 롯데월드 근처에서는 이 가격으로 후식까지 먹을 수 있는 점심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 

런치 메뉴 외에 다른 메뉴들도 꽤 맛이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저녁 시간에 가시면 세트 메뉴가 있는데, 이게 양이 꽤 되더군요. 샐러드와 메인 요리 2개, 선택 음료 같은 식으로 구성이 되는데, 양도 넉넉합니다. 저는 햄버거 오므라이스 먹고 배 터지는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가격은.. 어떤 음료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인당 1만5천원을 조금 넘는다고 보면 되겠네요. 

저는 오므라이스를 무척 좋아하고, 볶음밥을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이 집 음식이 딱 입에 맞을 겁니다만, 이런 류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집이겠죠.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무실 식구들도 나름 괜찮아 하니, 롯데월드에서 음식점 어디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ㅋ / FIN


한때 맛있는 집이라 생각해 추천 글을 썼습니다만,  추천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유는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블루스푼 맛집 추천을 취소한 이유

음식 값 오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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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3동 | 블루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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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계속 딸과 아빠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은 건, 그저 우연이었습니다. 사실은 이 앞에 쓴 글의 소재인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라는 책을 사려고 Yes24를 뒤지다가 이 책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도 같이 걸린 거였거든요. 딱히 딸에게 ‘부’를 줄 방법이 없는 저로서는 ‘부의 비법'을 준다니까 오호, 이게 뭘까 그런 호기심이 발동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라는 걸 만든 짐 로저스라는 사람이 썼답니다. 이 분은 퀀텀 펀드로 떼돈을 번 후 37살 나이에 은퇴해서 전 세계를 오토바이로 돌아다녔다는데 무엇보다도 37살에 은퇴했다는 사실이 정말 정말 부럽더군요. 저도 원래 목표는 마흔 살에 은퇴하는 거였는데! ^^


여튼 돈을 많이 번 이 분이 딸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아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한 가문 대대로 물려줄 비급(!) 같은 것일까요. 하긴, 비급이라면 이렇게 책으로 내지는 않았겠지만요.

제목처럼 12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딸에게 주는 충고가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아빠가 딸에게 마치 편지로 말하듯 그렇게 쓰여졌는데요,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마라, 네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라, 세계로 나가 넓은 세상을 보아라… 등 12가지 제목만 읽어보면 사실 좀 뻔한 이야기입니다.하지만, 원래 이런 책들이란 다 이렇게 누구나 알 법한 내용들인거고, 그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솔직히 ‘기획’해서 만들어낸 냄새도 좀 납니다.

아무래도 성공한 아빠여서 그런지, 이 분의 충고는 냉정하고 날카롭습니다. 감성적인 충고 보다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충고가 많습니다. 앞서 읽은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가 감성적인 면을 가르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 반대의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런 겁니다.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에서난 아빠가 다른 남성들의 귀감이 되고, 다른 남성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할 것을 조언하는 반면 이 책에서 남성은 아빠가 경고를 해 줘야 할 대상입니다. ^^ 하긴 같은 남성이더라도 딸 앞에 얼쩡 거리는 남성을 어느 아빠가 좋게 볼 수 있겠습니까마는!

어쨌거나 저 개인적으로 되게 와 닿는 충고는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철학을 배우고, 생각하는 법을 깨우쳐라'


사실 우리 교육 환경을 돌아보면, 생각하기 전에 먼저 외우라고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왜 그런지 따지지 말고 일단 시키는 대로 외워서 공부하고,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 간 다음에 생각은 니가 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 뭐 이런 분위기겠지요. 이런 교육 환경에서 철학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학교에선 정작 그렇게 배웠는데 취직을 할려니 기업은 창의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회에선 창의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 정작 학교에선 획일화된 것을 가르치고 있으니 이것도 또 말이 안되는 것일테고요.

안타깝게도 이 아빠는, 현재의 교육 현실에 저항할만한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남들 가는 대학(뭐 당연히 좋은 대학이기를 바라는 마음!) 탈없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교육 환경에서 늦게까지 영어나 수학 문제 푸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만, 대한민국에선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위안하기도 합니다.

아빠가 딸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이 어디 이뿐이겠습니까마는 막상 가르치자면 또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빠는 내 딸 만큼은 최고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주춧돌을 놓기 위해 오늘도 아빠는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아빠 스스로 철학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철학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일테니까요.

PS> 앞서 읽은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는 꼭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고, 이 책은 시간 나시면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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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텐로이의 생각

    Tracked from bartenroy's me2DAY  삭제

    돈 열나 많이 번 아빠가 딸에게 가르치는 돈버는 비법을 소개한 '딸에게 전하는 12가지 부의 비법[2009_031]'. 돈 번 사람이 쓴 책이라 그런지, 충고가 현실적이고 살짝 냉정하다는 느낌이! http://tr.im/wAjg #booksoda

    2009/08/18 13:46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는 딸 아이와 함께 보내려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빠의 일에 충실하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딸 아이와 꼭 놀아주겠다고 그렇게 마음 속으로 약속했었습니다. 딸 아이가 어리고, 저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땐 주말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외출할 거리를 만들고, 같이 놀아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토요일엔 혼자 집에 있는 저를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딸 아이가 자라면서 토요일마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이 생기고, 친구들과 약속도 생기고 그러면서 이젠 아빠가 굳이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될 때가 된 것입니다. 아침마다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던 녀석이, 토요일이면 아빠가 학교 앞에서 기다려주는 것을 바라던 녀석이, 이젠 친구들과 가겠다고 아빠를 수고스럽게 하지 않습니다.

아빠의 마음 속에 있는 아이와 달리 현실의 아이는 이미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자라버렸습니다. 처음엔,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 속엔 항상 어린 아이로 남아 있는 녀석이 벌써 컸다고 아빠에게 기대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아빠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이제 아빠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뭐 딱히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딸 아이가 언제든 힘들 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부딪혔을 때, 아빠는 항상 옆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수 밖에요.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이 책.

‘딸에게 아빠가 필요한 100가지 이유'는 딸 입장에서 보면 이유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아빠가 딸에게 해줘야 할 100가지 행동 지침과 같은 겁니다. 주절 주절 설명할 것도 없이 100가지 이유를 짧은 문장으로 담았고, 세피아 톤의 사진으로 더 많은 말을 담았습니다. 짧은 문장인 만큼 원문을 함께 실어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분들도 1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 하지만 10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들고 처음 부터 끝까지 다시 돌려 읽는 책. 곁에 두었다가 아이와 관계가 힘들어지면 다시 읽을 책, 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을 몇 권 더 구입해 딸 가진 아빠들에게 꼭 선물할 생각까지 해버렸습니다.

책 속에 소개된 100가지 행동 지침들은, 어떤 것들은 너무 추상적이고, 어떤 것들은 너무 지키기 어려운 것들인지 모릅니다. 모든 것을 다 지킬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이 중 하나 만이라도 확실하게 지켜줄 수 있다면, 딸 아이에게 아빠란 존재는 정말 특별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 만큼은 꼭 지킬 수 있겠더군요.

“딸에게는 업어달라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업어주는 아빠가 필요하다"

책을 다 읽고, 저자 후기를 읽다가 저자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딸에게는 가족을 온전히 지켜주는 아빠가 필요하다"라고 써 놓고 정작 저자 본인은 이혼을 했다니. 물론 이혼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많이 다르겠지만 처음엔 뭐야? 이런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지킬 수 있는 아빠란 어쩌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든, 이 책을 읽는 아빠든 어쨌든 사람일 뿐이니까요. 덕분에 완벽한 아빠의 강박 관념에서 해방될 수 있었을 겁니다. ^^ 저자도 다 못했는데 뭐, 나라고 다할 수 있겠어. 최소한, 업어주기라도 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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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목적은 무엇보다 푹 쉬는 것, 이라고 주장하는 저는, 사실 휴가 때 멀리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데서 쉬는 걸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멀리 있는 좋은 곳에 가서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가는 과정이 많이 힘들고, 휴가 일정이라도 짧으면 휴가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이번 휴가는 가평에 있는 펜션으로 결정. 북한강 상류에서 수상 스포츠도 즐기고, 바베큐도 해 먹고, 그렇게 짧은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이 글을 쓰는 현재는 휴가 중! 기대도 안 했는데 펜션에서 무선 인터넷이 잡히더군요! IT코리아 만세입니다. ㅋ(누군가는 휴가까지 와서 블로그질이냐, 뭐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도 싶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터보트 뒤에 매달고 다니는 튜브도 타보고(이걸 바이퍼라고 하더군요), 국내에 한 대 밖에 없다는 2억짜리 모터보트도 타보고(솔직히 이건 펜션 측 사정으로 입실이 늦어졌기 때문에 요금을 조금만 더 내고 태워줬다는!) ㅎㅎ 그렇게 놀았습니다. 수상 스포츠할 때는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없어서 사진이 없군요. ㅎㅎ 있다고 해도 블로그에 공개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거나 요즘 북한강 상류에 수상 스포츠를 겸하는 펜션들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저렴한 값에 즐길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물놀이라면 끔찍히 무서워하는 저도 드디어 바이퍼와 모터보트를 탔을 정도니 말이에요.


하지만 펜션에서의 하룻밤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바베큐일 겁니다. 이글 이글 타오르는 숯불에 맛있는 고기를 얹어 잘 익혀 먹는 그 재미. 게다가 고기만 얹을 수는 없잖아요. 소시지도 얹고, 떡도 얹고, 버섯이나 다른 채소들도 얹고, 그렇게 구우면서 먹다보면 정말 어느 틈에 남산만 해진 배를 느끼게 된답니다(먹기 전이나 후나 별 차이가 없긴 하지만!).


바베큐에 꼭 있어야 하는 건… 바로 바로 한 잔의 맥주죠. 사실 회사 워크샵이나 엠티 같은 걸 왔다면 맥주보다는 소주나 폭탄주!가 최고겠지만, 가족들하고 왔을 땐 그저 가벼운 맥주 한 잔이 최고입니다. 옆에서 아빠 술 마신다고 잔소리하는 딸 아이한테 평소에 잘 못 먹는 음료수 캔 하나 물려주고 나면, 아빠의 맥주 한 잔은 그럭저럭 용인이 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져온 것은 2009년 여름을 겨냥해 만들었다는 맥스의 한정판! 맥스 한정판은 뉴질랜드에서 수확한 특별한 호프인 넬슨 소빈을 썼다는 것이 특징인데 수확량이 적어 올해 이 기회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저도 입맛이 세련된 편은 아니어서 맛 같은 걸 세심하게 구분하지는 못하는데, 맥스 한정판 이 녀석은 맥주를 넣고 입 안에서 살살 굴려보면 마치 와인에서나 느끼는 듯한 과일향 같은 게 느껴집니다. 물론 맥주는 이렇게 먹으면 안됩니다. 그냥 갈증난 상태에서 시원하게 팍팍! 먹어야 하는 겁니다만! ^^


맥스와 함께 바베큐 파티를 하다 보니 하늘이 뉘엿 뉘엿 해가 저물어 갑니다. 역시 서울을 떠나 보는 하늘은 뭔가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이렇게 밤을 맞으며, 또 아침을 맞으며 이번 휴가는 그냥 푹 쉬다가 갈 생각입니다. 하긴, 벌써 돌아갈 날이 내일이니, 얼마 남지도 않은 거네요. 어떨 땐 멀리 떠나는 휴가가 좋고, 어떨 땐 가까운 휴가도 좋은 법. 푹 쉬는 만큼 몸 안의 피곤이 싹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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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이아빠님 아는 여자 후배 분의 남편이 1,500만원짜리 기타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사실 저도 300만원을 훌쩍 넘는 마틴 12현 기타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가격을 떠나서 그 심정을 백분 이해합니다. 기타는, 틀림없는 남자들의 로망이니까요.

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기타를 쳤습니다. 딱히 누구한테 배워서 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코드를 하나씩 눌러가면서 엉터리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배웠더랬습니다. 그러다가 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게 됐고, 그것도 뭐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꽤 늘어서 찬양팀에서 퍼스트 기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고, 베이시스트를 구하지 못해 안달하다가 결국은 내가 쳐보마 하고는 두 달 학원 다녀 배운 솜씨로 베이스를 치기도 했었습니다. 한 때는 정말 열심히 쳤던 기타였는데, 취직하고 대학 졸업하니 정말로 끝. 칠 기회도, 칠 공간도, 형편도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아이를 갖게 된 이후로, 아이에게 기타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 녀석에게서 통기타 하나를 받아두었지만, 몇 번 띵까 띵까 하다가 결국 창고에 처박아 두었고, 지금도 그 기타는 줄이 풀린 채 베란도 창고 한 쪽에 서 있습니다. 줄감개에 힘이 풀려 이제는 튜닝조차도 잘 안되는 그런 상태로요.


창고에 있는 그 기타를 버리지 못한 건, 마음 속에 항상 기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코드만 잘 누르면 매끄러운 화음이 나는 기타와 어설프게 불렀던 노래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닌텐도 Wii의 기타히어로라는 게임을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질렀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장난감처럼 생긴 무선 컨트롤러가 들어 있던 기타히어로 III. 생긴 건 장난감 같아도 이 녀석은 깁슨이 레스폴을 모형으로 만든 겁니다. 크기는 좀 작아도 와우와우하는 효과를 줄 수 있는 암(여기서는 와미 바)도 달려 있어 은근 실감 납니다. 게다가 다섯 개의 버튼을 따라 누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거죠. 유튜브에 기타히어로를 즐기는 수많은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처럼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화면에 떨어지는 노트에 맞춰 기타의 버튼을 누르면 끝. 물론 몇 가지 테크닉이 필요합니다만 훈련 모드에서 다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 초급부터 전문가까지 4단계로 난이도를 조절하며 한 단계를 깨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버튼 3개만을 사용하는 초급 단계에서는 한 두 곡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 잘 깨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만 손가락 네 개를 사용하는 다음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멜로디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포인트. 멜로디에 맞춰 노트를 눌렀다가는 금새 박차를 놓치고 맙니다. 게임을 하는 나는 퍼스트 기타리스트이지 리드싱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0여 곡의 락을 난이도에 따라 연주해야 하므로 게임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귀에 익숙한 락 음악 몇 개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게임의 선물이겠지요. 스콜피온스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은 고등학교 시절 마이마이 카세트에 넣고 다니며 귀에 열불이 나도록 듣던 음악입니다. 스콜피온스 하니까 스틸러빙유가 떠오르죠. 안타깝게도 기타히어로 III 안에는 없습니다만!

이제 겨우 두 번째 단계를 깨고 있는 저로서는 언제 엔딩을 볼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일찍 퇴근한 저녁마다 엑스캔버스 앞에서 기타를 두드리는 것이 꽤 즐겁습니다. 거기에 딸 아이가 옆에 껴들어 자기도 한 번 해보마 합니다. 이 녀석아, 이건 12세 이상 이야 라고 말했더니, 아빠 나 12살이야 그럽니다. ㅎㅎ 우리 나이로 따지면 딸 아이가 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어쨌든 아빠가 좋아했던 음악을 딸 아이도 같이 들으면서, 이 노래 괜찮은데? 라는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도 이 게임의 보너스일 겁니다. 이 게임이 끝날 때 쯤이면 먼지 쌓인 기타를 꺼내 들고, 어쩌면 기타 학원으로 달려갈 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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