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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음식 얘기'에 해당되는 글 95건

  1. 2008/06/17 한 나절 데이트 하기 좋은, 피자힐 (20)
  2. 2008/06/11 일 년에 한 번쯤은 부려도 좋은 사치 (18)
  3. 2008/05/06 오랫만에 피자헛에 가다 - 고메이 피자 (7)
  4. 2008/04/28 뜻밖의 선물 - 갓 만든 케이크 (4)
  5. 2008/03/25 새콤, 톡 쏘는 맛 일품인 열무물냉면 (8)
  6. 2008/03/17 풀무원이 공장 견학 이벤트를 연답니다 (4)
  7. 2008/03/05 은은한 청주의 맛 - 오니고로시 (12)
  8. 2008/03/04 파인애플 볶음밥, 두번째 도전 (22)
  9. 2008/02/20 술을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 (14)
  10. 2008/02/18 어릴 적 먹던 맛, 입맛의 기준이 되는 것일까 (13)
  11. 2008/02/15 부추김치에 대한 추억 (15)
  12. 2008/02/12 김치를 돈 주고 사먹는다고요? (12)
  13. 2008/01/29 쫄깃, 짭자름한 잡채밥 (6)
  14. 2008/01/28 볶음밥 하나는 예술, 매드포갈릭 갈릭홀릭 라이스 (8)
  15. 2008/01/22 혼자 먹는 샤브샤브는 싫다, 개념 없는 집은 더 싫다 (17)
  16. 2008/01/17 [면 릴레이 시즌2] 수제비의 설움 (16)
  17. 2008/01/14 [송파맛집] 튀김 면과 육해공 재료가 어우러진, 팔진초면 (16)
  18. 2008/01/10 [진주맛집] 예상과 다른 맛, 문산제일 염소불고기 (32)
  19. 2008/01/10 [송파맛집] 냉면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풍납동 유천냉면 (17)
  20. 2008/01/08 나름대로 쌀국수 먹는 법 (9)
  21. 2008/01/07 가장 맛있었던 스파게티에 대한 기억 (7)
  22. 2008/01/06 집에서 끓여먹는 해물 라면 (6)
  23. 2008/01/04 [광주맛집] 백합 조개가 끝내주는 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6)
  24. 2008/01/02 [와인] 빌라마리아 프라이빗 빈 (6)
  25. 2007/12/31 킹크랩 고르는 나만의 노하우 (4)
  26. 2007/12/28 [강동맛집] 월남쌈 전문점 인정원 (8)
  27. 2007/12/27 전통장, 그리고 엄마의 솜씨 (11)
  28. 2007/12/26 [와인] 닥터루젠 리슬링 2006 (6)
  29. 2007/12/23 [와인] 크리스마스에 꼭 추천하고픈 '콜롬비아 크레스트 리슬링' (12)
  30. 2007/12/12 스타벅스도 다 같은 스타벅스가 아니네 (10)
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피자 먹기에 가장 전망 좋은 곳 두 군데를 꼽으라면, 하나는 63빌딩 58층에 있었던 63 스카이 피자고, 하나는 워커힐에 있는 피자힐을 꼽겠다. 이 중에서 63 스카이 피자는 이미 몇 년전에 채산성 좋은 비싼 레스토랑으로 바뀐지 오래여서 이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이제 남아 있는 건 피자힐 하나 뿐이다.

사실 피자힐은 그 역사 만큼 유명해질 대로 유명한 집이다.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예전엔 연예인들 단골 코스란 얘기도 있었고 심형래 감독이 프로포즈를 했던 집이라는 기사도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하긴 오래된 만큼 다녀본 사람도 많을테니, 나올 얘기거리는 이미 충분히 나온 셈일게다.

분위기 뿐 아니리 피자힐의 피자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피자다. 세상이 온통 피자헛 류의 두꺼운 피자를 좋아할 때도 꿋꿋하게 얇은 피자를 지켜왔고, 쫀득한 치즈의 맛과 담백함으로 독보적인 맛을 지켜왔다. 요즘에야 얇고 담백한 피자가 대세이고, 독특한 맛의 피자를 주변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예전엔 피자힐 스타일의 피자를 먹으려면 오로지 피자힐에 가야만 했다.

 피자힐은 광장동 워커힐 호텔 부지 내에 있다. 올림픽대교를 강남에서 강북쪽으로 넘어가다 워커힐 방면으로 우회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주욱 올라가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고 티켓을 뽑고 조금 더 올라가면 피자힐 입구가 나온다. 에전에는 피자힐 입구가 주차장이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을 없애고 아예 노상 카페를 만들어 놨다. 노상 카페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와인도 팔던데, 처음 보고는 무슨 야외 예식장 만들어 놓은 줄 알았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듯. 그냥 나오기 아쉬워 테이블 위에 널어 놓은(!) 와인잔 사진을 훔치듯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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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에 예약 없이 찾아간 탓일까. 식사 시간을 한참 비껴 찾아갔는데도 30분 대기란다. 전화 번호를 적어 놓고 주변 전망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곧 전화가 왔다. 그런데, 헐! 식사 시간으로 한 시간 이십분 주겠단다. 사실 피자 한 쪽 먹는데 한 시간 이십분이면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식사 하기 전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간데다가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기분은 좋지 않아도 그러라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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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콤비네이션 피자와 샐러드 바, 음료를 주문했다. 라지 사이즈면 세 사람 먹기엔 충분하다. 잠시 후 나온 피자. 얇은 도우에 쫀득한 치즈의 맛은 두드러진다. 피자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한 입 물면 쭈욱 늘어나는 치즈의 느낌이 좋다. 샐러드바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런 재료들이 입맛을 당긴다. 무제한 제공되는 연어, 주꾸미와 새우 등이 들어간 해산물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 마, 고구마, 몇 가지 채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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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에서 하는 곳 답게, 가격은 절대 싸지 않다. 8조각 나오는 피자 라지 한 판에 약 4만원. 샐러드바는 2인 기준 2만원(1인 추가시 6천원 추가), 탄산음료 한 잔에 7천원이다. 여기에 10% 부가세가 붙는다. 다행스럽게도 봉사료는 안 붙는다(!). 비자 플래티넘 카드가 있으면 10% 할인.

전망과 분위기가 필요한 날이라면 가 볼 만 하다. 대신 피자 먹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그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 할 듯. 휴일이라면 인기가 많으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주차 도장은 4시간을 찍어주니, 식사 마치고 워커힐 주변 전망을 즐기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주차장이 유료인 데다가 비싼 탓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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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쯤은, 높은 곳에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하는 사치를 부려도 좋다. 그 날이 생일이든, 기념일이든, 혹은 아무 날도 아니지만 그냥 잊고 싶지 않은 날이든, 그런 날 하루 정도는 만용을 부려 봄 직 하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오늘은 그냥 높은 곳에서 밥 한 번 먹고 싶은 날.

내가 알고 있는, 서울과 그 근방에서 창 밖의 한강을 유유히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높은 곳은 딱 네 곳이다. 하나는 남산타워의 엔그릴, 하나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스카이라운지, 그리고 63빌딩 58층(하도 예전에 가봤던 데라 요즘 다시 찾아 보니 레스토랑 이름이 바뀌었더라는),  마지막 하나는 구리타워의 지레스토랑이다. 물론 종로타워의 탑 클라우드, 강변북로에 위치한 괴르쯔 등도 전망이 나쁜 곳은 아니지만, 한강이 보이는 정말(!) 높은 곳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여기에 낄 수 없다.

운 좋게도, 나는 구리타워를 제외하고 이들 모두를 적어도 한 번씩은 다녀봤다. 기념일 식사 때문에, 접대 때문에, 혹은 늦은 밤 칵테일 한 잔을 즐기고 싶어 막연히 찾아가기도 했었다. 대화를 멈추게 할 정도로 숨막히는 야경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상관 없는 전망에 나는 강한 만족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던 5월의 어느 날, 말로만 듣던 구리타워를 찾았다.

외곽순환도로 구리 방면 토평IC를 빠져나와 표지판을 따라 빙글 빙글 돌면 구리타워에 도착한다. 왠만하면 말로 설명해 보겠지만, 초행 길인데다가 몇 번씩 돌다 보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하긴, 내가 찾아본 구리타워 가는 길들 대부분은 토평IC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라였는데, 직접 가 보니 왜 그렇게 설명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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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타워는 환경 시설물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 위에 운동장을 만들고 타워를 세웠단다. 구리타워를 찾은 날, 저녁 시간인데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잘 정비된 구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면 구리타워 전망대에 올라간다. 그리고 계단으로 한 층 더. 그러면 거기가 구리타워 회전식 레스토랑인 G레스토랑이다.

어릴 때 나는 회전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전망대 전체가 스스르 도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와, 저 전망대 전체를 돌리는 건 참 대단한 기술인 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전망대가 도는 건 보지를 못했다. 하긴 탑 클라우드가 있는 종로타워는 한 때 탑 클라우드가 있는 꼭대기 층이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소문도 있긴 했다 ^^ 전망대 전체가 도는 것이 아니라 식당 내부에 회전판을 설치했다는 걸 깨닫고는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G레스토랑엔 두 종류의 테이블이 있다. 창가 쪽을 바라보고 두 명이 같이 앉는 형태의 커플석이 있고 일반적으로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좌석이 있다. 예약하는 사람들에 따라 알아서 배치를 하는 듯. 물론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 곳을 골라갈 수도 있겠다.

일단 식사 주문부터. 요즘은 해산물이 대세라니, 해산물 코스를 시켰다. 1인분에 7만원. 좀 과하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 정말 사치를 부려봄직한 날에 와야 한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럼 일단 나오는 메뉴부터 구경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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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리고 와인. 특별한 와인이길 기대하지 말자. 그냥 평범한, 새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뒤에 남는 그런 전형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그리고 사진에는 빼 먹었지만 따뜻한 세 종류의 빵이 나온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빵을 와인 안주로 즐겨하는 내게는 딱 좋은 배합이다. 물론, 빵은 안주로 나온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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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이다. 비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쫄깃하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스프와 샐러드. 전채인 전복이 은근히 입 맛을 댕겨줬는데 이거 이거 스프는 영 아니다. 그냥 딱 인스턴트 그 맛 그대로. 구색 용이라 생각하고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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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키조개의 관자다. 관자에 고소한 소스를 부어 올리고 연어알로 꾸몄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밑에 깔린 건 파인애플. 관자는 오래 익히면 질긴데, 적당히 익혀 쫄깃한 맛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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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인인 바닷가재. 사실 반 마리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마리가 통으로 나와 깜짝 놀랐다는… 치즈를 넣고 기름을 발라 구워낸 듯. 사실 진짜 맛있는 바닷가재라면 아무 양념없이 쪄 먹기만 해도 좋을텐데 ^^ 치즈와 기름 맛이 다소 느끼했던 건 사실이지만, 바닷가재가 어디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그래서 어느 틈에 게 눈 감추듯 끝. 바닷가재와 함께 당근, 감자, 그리고 조그만 주먹밥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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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과일과 차가 나오면 식사는 끝. 전체적으로 식사의 품질은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흔히 먹을 수 없는 먹거리인데다가, 샐러드나 와인을 아무 부담 없이 더 주는 넉넉한 인심 때문에 유쾌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인심을 포함해 5점 만점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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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에 따르면 G레스토랑은 한 바퀴 회전하는데 55분이란다. 회전 속도는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고 내부가 회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데 있는 창틀 같은 걸 본다면 멀미 기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이걸 가리켜 KTX 역방향을 타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듯 하다. 회전하는데 거부감이 있다면 순방향을 찾는 것이 좋을 듯.

마지막으로 환할 떄 찍은 전망 사진을 하나 보탠다. 야경을 찍어야 제 맛이겠지만, 식사 도중 야경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다가 반사가 워낙 심해 제대로 된 야경을 찍을 수 없었으니 야경 사진은 패스. 물론 절대적인 실력 부족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사진 오른쪽 구석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은 절대 UFO가 아니다. 전망대 내부의 전등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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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레스토랑은 서울에 있는 호텔들처럼 그렇게 세련된 멋은 없는 곳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 분위기를 연상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음식 맛도 감동을 줄 만큼 짜릿하게 맛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소위 하는 말로 가격이 착하다. 맨 처음 언급했던 레스토랑들 중에 이 정도 음식을 이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게다가 G레스토랑의 가격에는 부가세와 봉사료가 따로 붙지 않는다. 한 사람 앞에 딱 7만원. 이것 저것 줄줄이 붙어 나오는 호텔 레스토랑에 비하면 가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더욱이 샐러드나 와인, 커피를 리필해 먹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누가 뭐래도, 전망 하면 역시 바다가 최고다. 그러나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을 기준으로 친다면 구리타워의 전망도 절대 빠지는 전망은 아니다. 정말로 하루,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그런 날엔 한 번쯤 가 봄직하다. 그러나 한 가지 정말 중요한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특별한 날은, 사람이 있기에 특별한 날이지, 분위기나 전망이 좋아 특별한 날이 된 건 아니다. 아무리 특별한 날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이 특별하지 않으면 그 날은 보통 날과 다름없는 날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특별한 분위기와 전망은 그저 장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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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피자헛 피자가 제일 맛있었던 적이 있었다. 두툼한 도우에 이것 저것 넉넉하게 뿌린 토핑… 한 쪽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던 그 피자를 두 쪽, 많이는 세 쪽까지도 먹으면서 역시 피자는 이런 맛이야 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시절 피자헛은 여세를 몰아 피자 모서리 부분에 치즈를 넣는 일명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내놓기 시작해 배불러 남기던 부분까지도 모조리 먹게 만들었다. 야, 이거 맛있네 그러면서 말이다. 그 때는 그렇게 두툼한 FAT 피자가 제일 맛있었다. 왜 돈 아깝게 얇은 THIN 피자를 먹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세월도 빠르고, 사람들의 입맛도 참 빠르게 변한다. 그렇게 맛있었던 FAT 피자는 어느 틈에 건강의 적이 되어 버리고, 이젠 바삭하게 구운 THIN 피자만이 진짜 피자처럼 대접받기 시작했다. 피자헛 같은 커다란 체인점의 피자는 좀처럼 안 먹게 되고, 조그만 가게에서 화덕이 직접 구워파는 피자를 찾게 됐다. 두툼하고 비싼 피자는 어느덧 기억에서 잊혀져만 갔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히 피자헛 상품권을 선물받고, 오랫만에 피자헛엘 가게 됐다. 마침 집 앞 길 건너편에 피자헛 매장도 있어 모처럼 가족들이 외식할 만한 거리가 생긴 셈이다. 화창한 주일 오후, 그렇게 피자헛 매장을 오랫만에 찾았다.

아마 그 매장에 마지막으로 간 건 2년은 되었을 법 하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딸 아이와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을 일이 있어 거기서 파인애플 피자와 파인애플이 가득 들어 있는 샐러드, 그리고 파인애플 주스를 마셨었다. 파인애플을 워낙 좋아하던 딸 아이가 그렇게 파인애플 일색으로 메뉴를 시켰기 때문에 특별히 더 기억이 났을 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주며 서버가 안내를 한다. 새로 나온 고메이 피자를 먹으면 샐러드를 3,000원에 준단다. 그럼 그거 하고, 딸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텐더, 그리고 음료를 시켰다. 고메이 피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는데 감자를 워낙 좋아하는 패밀리 특성 상(!) 감자가 들어 있는 포테이토 크레마 피자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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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온 건 치킨 텐더. 닭고기 살로만 튀겨 낸, 막 말하면 치킨 까스 같았다. 고소한 맛과 퍽퍽한 맛이 어울리면서 소스에 찍어 먹다 보니 난데없이 맥주가 한 잔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리고 잠시 후 오늘의 주메뉴 포테이토 크레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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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고메이 피자 시리즈는 기존의 피자헛 피자와는 달리 기름기를 쏙 뺀 얇고 담백한 피자란다. 사실 감자 피자는 다른 종류의 피자에 비해 짭짤한 맛이 덜하고 담백해 좋아했었는데, 포테이토 크레마도 기대했던 것처럼 다른 감자 피자처럼 바삭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얇고 바삭한 피자 도우도 기존 피자에 비하면 느끼함을 많이 줄였다고 해야 하겠다. 이런 피자를 먹어 버릇하면 두꺼운 피자 절대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참, 고메이 피자는 M 사이즈다. 성인 남자 둘이서 피자만 먹기엔 살짝 모자라는 양이라고 해야 겠다. 하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어느 정도 모자란 양은 채워질 수 있겠다. 샐러드와 치킨 텐더를 함께 먹으니 셋이서 먹고 치킨 텐더 두 조각을 남겨 포장해 왔다. 그리고 샐러드는 3천원이라고 해 놓고, 이건 2인 기준 가격이란다. 초등학생이 한 명 추가되니 샐러드에 1,500원 추가 요금을 더 내란다. 예전에는 접시 당으로 돈을 받았던 것 같다는, 가물 가물한 생각도 들었으나 어쨌든 뷔페 식으로 제공하니 그럴 수 있다고 패스.

그러나 어쩌면 피자를 굽는 시스템이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해서 그러는 것일까.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여전히 이 피자에서는 피자헛 특유의 맛이 은근히 묻어 났다. 났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보다는 패스트 푸드 같은 대중적인 느낌이 어딘가 묻어나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매장 분위기도 아마 한 몫했을 게다, 분위기와 서비스 수준도 패밀리 레스토랑 급에는 미치지 못하고, 패스트푸드점 수준이었다. 새로운 메뉴가 나왔고, 그만큼 피자헛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이런 부분의 개선도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건, 고메이 피자의 '고메이'에 대한 해설이다. 피자헛 메뉴판 등에는 '고메이'가 프랑스어 Gourmet로 미식가를 뜻한다고 했다. 프랑스어라니? 그럼 이건 고메이가 아니라 '구르메' 정도로 읽어야하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고메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누구 아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시길.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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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 나왔다는 피자헛의 프레쉬 딜라이트 시식기

    Tracked from 먹는 언니의 Foodplay  삭제

    새로 나왔다는 피자헛의 '프레쉬 딜라이트'. 동생이 시켜서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샐러드와 콜라까지해서 2만 몇 천원이었던 것 같다. 우왕 굿~~ (추가 : 동생 말에 의하면 이마트 장보고 주는 쿠폰으로 할인받았고 콜라는 피자헛에서 주는 게 아니라 이마트에서 샀다고 한다. 주의하시길!!!) 뭔가 매콤한 향이 확~ 났는데 맛은 생각보다 맵지는 않았다. 레몬이 가운데 있길래 레몬즙을 뿌려먹으라는건가... 싶어서 쭉 짜서 뿌렸다. 맛에는 큰 변화는..

    2008/05/07 23:33
아마 작년 가족 중 누구 생일 때 일이었을 게다. 가족들과 외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래도 생일인데 케이크에 초는 붙여야지, 그런 얘기들이 나왔다. 그럼 케이크는 내가 사오지 머, 그러고는 집 앞 파리바게뜨에 케이크를 사러 갔었다.

얼마 전 또 다른 생일에 먹었던 녹차 케이크인지 고구마 케이크인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여튼 그 케이크를 달라 했더니 직원 왈, '아직 녹지 않아서 드릴 수가 없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아닌데, 녹긴 뭘 녹여? 이상하다 싶었지만, 대신 다른 케이크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녹이는 케이크에 대한 진실을 나는 작년 겨울 성탄절 쯤해서 우연히 알게 됐다.

크리스마스케이크에 관한 그들의 진실..

평소 자주 가던 진주아빠님 - 진주아빠님 본인은 '진주애비'라고 닉을 쓰지만, 왠지 나는 진주아빠로 부르는 게 더 편하다 - 블로그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몇 달 전에 미리 케이크를 만들고 그걸 냉동했다가 성탄절 시즌에 공급한다는 얘기를 읽게 된 것이다. 아, 그래서 그 때도 케이크를 녹인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구나!

아무리 프랜차이즈래도 제과점들은 모두 제빵시설을 갖추고 직접 빵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몹시 황당한 일이었다. '뭐, 냉동했거나 말았거나 몸에 해롭지 않고, 맛있으면 그만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다면 적어도 '갓 구운 빵'이라는 이미지로는 광고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따뜻하게 금새 만들어 둔 케이크라고 착각하면서 사먹었던 나는 사실 심한 배신감 마저 느꼈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지금 와서 다시 한 번 검색을 해 보니, 이런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빵값이 싸면 위험하다?

그런 까닭에 매년 성탄절에는 케이크를 샀지만, 작년에는 케이크를 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몇 번 성탄절 시즌에 케이크를 산 건, 선물 때문이었음도 고백해야 겠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니까 기왕이면 그 케이크를 안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냉동 케이크를 팔면서!라는 괘씸한 마음이 든 이상,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케이크를 사기란 정말 싫었다. 대신 다른 데서 케이크를 사면 되지 뭐.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빵집을 찾으려 했는데, 우리 집 주변엔 그런 빵집이 없었다(두어달 전에 하나 새로 생기기는 했다 ^^). 집 근처 사방 1km 이내에 파리바게뜨만 서너개 있을 뿐. 그래서 결국 작년 성탄절엔 케이크를 먹지 못했다. 그리고, 애꿎은 진주아빠님 블로그에 올해는 케이크를 사지 못했다고 투덜(!)대는 댓글을 하나 남겼다.

얼마전,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진주아빠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빵집을 찾았다. 사실은 회사 3주년 기념으로 특별히 케이크를 맞춰달라고 진주아빠님께 부탁했었는데, 그 케이크를 찾으러 간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공을 들여 만들어 주신 탓에 - 이 케이크에 대한 포스팅은 여길 참조 ^^ - 케이크 값을 내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세상에, 지난 번 성탄절에 진주아빠님 글을 읽고 케이크를 못 샀다는 내 댓글이 마음에 걸리셨던가 보다. 난데없이 케이크를 하나 더 얹어주면서 딸 아이 가져다 주라 하시는 것이 아닌가. 괜찮다고 사양하는 척(!) 하긴 했지만, 특별히 만든 고구마 케이크라는 말에 더 이상 사양할 수가 없었다. 케이크를 주면서 진주아빠님은 빠른 시일 안에 먹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말 정성들여 만든 빵을 손님들이 몇 일씩 묵히거나 심지어 냉동실에 넣어버리는(!) 그런 가슴아픈 일이 종종 있다면서 말이다. 빵이 갓 나왔을 때 그 맛, 그건 사실 어떤 맛과 비교하기가 힘든 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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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말. 케이크로 가벼운 점심을 했다. 내가 고구마를 그리 즐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빵과 어우러지는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마음을 열고 먹은 심리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빵에서 느끼지 못하는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를 주려고 특별히 만든 케이크이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앞에도 썼지만, 냉동된 케이크를 썼던 어쨌던 몸에 해롭지 않고, 맛있는 빵을 만들면 그만이다. 오히려 냉동했다가 해동했는데도 그런 맛을 낸다는 기술력에 감탄을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대기업들의 물량 공세와 마케팅 덕분에 집 근처 작은 베이커리들이 - 이걸 윈도 베이커리라고 부른단다. 제빵 시설을 갖추고 매장과 유리(윈도)로 구분해 놓은 그런 베이커리들 말이다 - 사라진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집 만이 낼 수 있는 고유한 맛, 정말 막 구워 낸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작은 베이커리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정말 일년 내내 전국 어디서나 변함없이 똑같은 맛의 빵을 먹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경쟁해야 하는 세상. 규모가 큰 기업들이 덤벼드는 건 비단 제과시장만은 아닐게다. 어느 산업이든 자본이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은 늘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작은 기업은 큰 기업의 자본과 대형 마케팅을 두려워하고 불평하기 전에, 자기만의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작기 때문에 반드시 가능한 부분들이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나 역시 작은 회사에서 작은 회사 만의 장점을 개발하면 일하고 있으므로! 물론 지금도 고유의 맛을 살린 유명한 동네 빵집들이 많이 있기는 하다. 동네 빵집이라고 하기엔 더 커져버린 베이커리들도 지방 마다 독특한 집들이 하나씩 있다는 얘기는 한번쯤 들은 적이 있다.

독특하고 특별하게 맛있는 빵 하나 먹으려는 내 욕심에 말이 길어졌다. 개인적으로 진주아빠님 빵집이 유명해지고,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소중한 맛을 간직한 귀한 빵집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갓 구어낸 구수한 빵의 그윽한 향기가 항상 느껴지는, 그런 빵집이 가까운 곳에 하나 있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Ps> 진주아빠님 빵집엔, 치즈빵과 누룽지빵이 있었다. 치즈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와인과 먹어도 좋다. 실제로 난 맥주에 곁들여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도 짜릿했다. 누룽지빵은 실제 누룽지로 만든 건 아니고 누룽지틱(!)하게 만든 빵인데, 요거 구수한게 그만이었다. 진주아빠님 빵집은, 도산사거리 폭스바겐 매장 건너편, 미니(MINI) 매장 옆쪽 골목으로 조금만 가면 보인다. '부케도르 논현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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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란 참 묘한 존재입니다. 익으면 익을 수록, 또 너무 익어 시어지면 시어진대로 특별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 김치를 활용한 요리도 꽤 많이 있지요. 김치란 시어졌다고 해서 버리는 경우는 별로 없는 법입니다.

지난 주말, 집 안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아 있었던 열무김치를 찾았습니다. 적당히 시어져서 그냥 먹기에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걸 가지고 열무물냉면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딸 아이가 냉면을 워낙 좋아해서 집에는 항상 냉면 재료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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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일단 재료를 준비해 봅시다. 냉면에 절대 빠지면 안되는 건 바로 달걀이죠. 때마침 부활절이었던 까닭에 교회에서 받아온 삶은 달걀이 있었습니다. 예쁜 달걀이 아깝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손을 하나 줄일 수 있어서 감사했죠. 껍질을 까 놓았습니다. 다음 단계는 냉면에 들어가면 정말 좋은 배! 비싼 냉면집일수록 배를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만, 집에서 먹을 것이니까 적당히 얇고 잘게 잘 썰어 두었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특별히 더 필요한 것이 없군요. 이제 냉면을 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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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파는 냉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면이라고 해서 얼리거나 굳히지 않은 냉면이 있지요. 이건 좀 비싼 대신, 조금만 삶아도 됩니다. 40 - 50초 정도만 삶아도 충분하지요. 두 번째로는 딱딱하게 굳힌 냉면. 값은 좀 싸지만 대신 오래 삶아야 합니다. 약 4분 정도 삶아야지요. 그러나 저러나 냉면을 다 삶았으면 찬물에 헹구는 것, 이건 요즘 누구나 다 아는 기본 상식이죠. 저희는 개인적으로 생면 보다는 딱딱한 냉면을 더 좋아합니다. 삶은 시간이 짧은 생면은 괜히 촐싹대게 만드는 경향이 없지 않거든요.

냉동실에 얼려 놓은 육수를 꺼냈습니다. 적당히 시간을 봐서 꺼내야지 안 그랬다가는 육수 녹이느라 시간을 다 보내기도 하죠. 뭐 물냉면이긴 하지만 육수를 다 녹이지는 않습니다. 얼음 덩어리 대신에 육수 덩어리가 있으면 그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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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그릇에 담을 차례죠. 면을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담고 넉넉하게 시어진 열무김치를 올립니다. 달걀과 배로 적당히 고명을 쌓고 이제 육수를 부으면 끝. 열무김치의 매콤한 맛이 냉면의 개운함을 더욱 더 빛내줍니다.

특별한 재료도 필요없고 집에 있는 것들로 뚝딱 만들 수 있는 열무물냉면. 시어진 열무김치로 해도 그 맛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새콤하고 톡 쏘는 열무김치 물냉면, 한 번 드셔 보시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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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미각의 훈련도 저절로 받게 되고, 어릴 때 모르던 맛의 비결도 하나씩 깨달아 가고 음식과 건강을 하나씩 챙기다 보면 먹거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요즘 사람들이 이유없이 앓고 있는 수많은 질병이 사실은 음식과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표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는 대충 묻어버린다.

사실 요즘 나는 음식에 대해 꽤 민감한 편이다. 될 수 있으면 우리 농산물을 먹자고 하고 이상한 화학 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하려고 애쓴다. 먹으면 얼마나 더 먹는다고, 기왕 먹을 거 유기농을 먹자고 하고, 조금 비싸도 좋은 음식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용과 효용에 대한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먹거리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 됐다.

대형 마트에서 음식을 고르다 보면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브랜드가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풀무원일 것이다. 두부, 콩나물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김치, 그리고 생수까지... 내가 다니는 집 근처 마트는 풀무원 일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풀무원 상품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면에 대해 일종의 반감도 없지 않다. 다 풀무원이면 풀무원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장사하라고... 뭐 소기업을 운영하다보면 꼭 한 번쯤은 고민하는 문제일게다.

어쨌거나 반감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풀무원 제품을 한 번쯤, 아니 어떤 상품에 대해서는 몇 번씩 구매하게 되니, 이 상품이 어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 궁금할 만도 하다.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TV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는 공장들처럼 지저분한 곳에서 만들지, 아니면 진짜 깨끗한 곳에서 만들지... 이런 저런 의심도 가고, 눈으로 확인하고픈 욕심도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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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견학 이벤트를 신청하는 풀무원 블로그


풀무원이 4월 3일 충북 음성에 있는 두부 공장을 오픈한단다. 풀무원측 설명에 따르면 그 동안은 안전과 보안 문제 때문에 공장 공개를 꺼려 왔는데 - 사실 이 말은 이해가 간다. 어떻게 만드는지, 그 제조 공정은 경쟁사에서 항상 관심있는 부분일테니 - 이제부터 정기적으로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단다. 사실 공장견학이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일텐데... 게다가 홈페이지에서 일반 관람객을 모으고, 블로그를 통해서는 블로거를 모은다고 한다.


내심 한 번쯤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4월 3일이 평일이라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주말이라면 딸 아이를 동반해서 한 번 가 보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니 신청이나 한 번 해 볼까 그런 생각도 든다. 게다가 공장 견학에는 으레 선물이 따르기 마련이니 잘 하면 일석이조 상품도 챙길 수 있지 싶다.

참가 신청은 3월 14일부터 19일까지 풀무원 블로그를 통해서 접수하는데, 이름, 생년월일, 블로그 주소, 휴대폰 번호, 간단한 신청 사유 등을 적어야 한다. 여유가 있고 풀무원 먹거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신청해 볼만한 그런 괜찮은 이벤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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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변해가는 법이겠지만 - 이렇게 글을 시작하려니 나이가 아주 많이 든 것처럼 오버를 하고 있다는 >.< - 술 마시는 패턴도 꽤 많이 변해버렸다. 처음에는 맥주 한 두잔 겨우 마시던 것에서 폭탄주를 마시게 됐고, IMF를 겪으면서 소주 맛을 알게 됐고, 이런 저런 술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도 했고... 그래도 결국 가장 좋은 술은 소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나도 틀림없는 대한민국 아저씨인가 보다.

소주를 좋아하고, 자주 마시기도 하지만, 요즘 내가 필이 꽂힌 술은 다름 아닌 청주다. 사실 몇 년 전에 청주를 좀 즐기기도 했는데, 사실 청주라는 술이 어디 쉽게 접할 만한 술인가. 게다가 청주를 대표하는 일본 사케는 우리나라에선 절대 싼 술이 아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다시 청주를 접하게 됐다. 자주 가는 오뎅바에서 청하만 마시다가 - 이 집은 소주를 팔지 않는다 - 우연히 눈에 띄여 한 번 주문해 봤는데 생각보다 술이 괜찮은 거다. 값도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오호라 잘 되었다 싶어 겨울 내내 들른 오뎅바에서는 꼭 이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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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고로시'라는 술이다. 우유팩처럼 생긴 곽 - 이 표현 얼마만에 써보는 것일까 ^^ -에 담긴 이 술은 생긴 것과는 달리 은은한 맛이 그만이다. 용량은 900ml이고 오뎅바에서 파는 가격은 2만 5천원이다. 100ml 당 2,777원으로 4,000원 짜리 청하에 비하면 두 배가 넘게 비싼 술이긴 하지만 그리 흔하게 먹는 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

알콜도수는 14.9도. 청하나 매취순 같은 술보다는 비슷하거나 조금 세다. 첫 맛은 쌀로 빚은 청주 답게 쌀 향기가 물씬 피어나고 중간 맛은 씁쓸함과 단 맛이 적당히 섞여 있다. 입을 약간 아리듯 떨어지는 끝 맛은 잔 맛이 남지 않고 개운하다. 순하고 부드러워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청주는 흔히 데워 먹는 술로 알고 있지만, 차게 먹는 맛도 무시 못한다. 따뜻한 청주가 은근히 속을 데우는 맛이 있다면 차가운 청주는 시원한 맛 뒤에 달아오르는 느낌을 즐길만 하다.

흔히 청주는 일본 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청주가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우리 술이 사라지고, 일본식 술 제조법이 보급되어 청주가 마치 일본 술인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 술은 밀이나 밀기울로 만든 누룩과 쌀로 죽이나 고두밥, 백설기 등을 만들어 물에 섞은 후 발효시킨 술에 고두밥과 물을 섞어 재차 발효시켜 만든다. 그 술을 맑게 뜨면 청주요, 청주를 걸러내지 않고 뜨면 탁주요, 청주를 뜨고 남은 술지게미를 거른 것이 막걸리다. / 허영만 식객 5 195쪽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기껏해야 막걸리나 동동주 정도를 먹었을 뿐 아직 우리 청주를 먹어보지 못했다. 여튼 조만간 기회가 되면 꼭 우리 청주를 한 번 찾아 마셔봐야 겠다.

일본 청주가 은은한 맛이 난다고 해 놓고, 난데없이 청주가 우리 술이네 어쩌네를 말하는 이유는 일본 청주도 저리 맛있는데 우리 청주는 얼마나 더 맛있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 때문일게다. 기왕 술에 관련된 글을 쓰는 김에 조만간 우리 방식으로 담은 청주를 한 번 찾아서 꼭 마셔봐야겠다. 어떤 맛이 날까, 그저 심히 궁금하고 기대될 따름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하는데... 글 마무리 하면서 참 별난 생각이 다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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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9 - [행복한 음식 얘기] - 딸 아이를 위한 만찬, 파인애플 볶음밥

거의 일년 전쯤에 파인애플 볶음밥에 도전했었지요. 딸 아이는 워낙 파인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빠가 만들어준 파인애플 볶음밥을 잘 기억하고 있었더랍니다. 종종 해달라고 졸랐거든요. 너무 달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는 엄마의 반대와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기회를 못 잡았었는데, 지난 주 코스트코에 갔다가 파인애플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질러버렸습니다.

질렀다고 해 봐야 ^^ 파인애플 값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지난 번에 4,990원 주고 산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2,990원이었더랍니다. 필리핀산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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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도 부담 없으니 편히 질렀지요. 파인애플을 보고 딸 아이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덕분에 뽀뽀도 받고, 기분 좋게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사실 파인애플 볶음밥이라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마는 어려운 점이라면 파인애플을 손질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인애플을 잘 씻어 위로 솟아 있는 뿔(!)을 잘라내고 길게 반으로 자릅니다. 그리고 속을 잘 긁어내지요. 속을 긁어내는 이유는 파인애플 껍질을 그릇으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적당히 긁어야지 너무 열심히 긁어내야 껍질에 구멍을 내면 안됩니다. 그런데 이게 노동이더라고요. ^^

속을 긁어낸 파인애플 껍질을 물에 썻어 헹궈둡니다. 지난 번에 할 때는 헹구지 않고 그냥 사용했는데 나중에 껍질에 담은 밥이 너무 달아져서 먹기에 좀 그렇더군요. 딸 아이는 신나게 먹었습니다만. 여튼 지난 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파인애플 껍질을 씻어두었습니다.

긁어낸 파인애플을 잘게 잘라 다른 재료와 함께 볶습니다. 파인애플이야 굳이 볶아지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까 감자, 당근, 양파, 햄 등을 먼저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넣으면 되겠지요. 볶는 도중에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을 합니다. 가만 보면 집마다 밥을 볶을 때 쓰는 노하우가 있던데 그걸 그대로 쓰면 됩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파인애플이라는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단 맛이 강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어른들이 어찌 단 맛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제일 무책임한 말이기는 해도, 단 맛고 짠 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간을 맞춰야 합니다. 이런 표현을 쓸 때마다 이런 무책임한 글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뭐 별 방법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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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볶았으면 아까 헹궈둔 껍질에 밥을 담습니다. 파인애플 볶음밥의 유리한 점은 일단 뽀대가 나고, 맛이 달달하기 때문에 대충 만들어도(!)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거죠. 여튼 반응은 대 성공! 딸 아이는 평소 먹던 것의 1.5배 정도를 먹었고 후식으로 파인애플 그릇을 구멍이 날 때까지 박박 긁었습니다. 이걸 때를 대비해서 아까 파인애플 속을 긁어낼 때 살짝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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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엔 무조건 김치죠 ^^ 매콤 달콤한 나박김치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반찬입니다. 느끼함을 한 번에 샥 날려주는 데는 역시 김치만한 것이 없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파 김치가 바로 위에, 바닥을 보이고 있네요.

이렇게 해서 주말 저녁 식사도 끝. 아빠로서 점수도 따고, 뽀뽀도 받고, 배도 부르고... 더할 나위 없는 저녁 아니겠습니까? 아빠들,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

ps> 1년 쯤 뒤에 파인애플 볶음밥 포스팅이 한 번 더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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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올블로그를 갔다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호세쿠엘보’ 이벤트다. 사실 ‘술’이라는 상품은 취하게 만든다는 그 특유의 속성 때문에 광고 규제가 심한 상품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알콜 도수 17도를 넘으면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다. 소주 광고 혹시 TV에서 본 기억이 있나? 없을 거다. 뭔가 소주에 관한 동영상 광고를 봤다면 아마도 극장에서나 볼 수 있었을 게다.

17도 이하라 해도 아무 때나 광고를 할 수 없다. 11시만 넘으면 맥주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시간 이후에나 술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저런 걸 따지고 보면 블로그는 참 술 광고 하기에 딱 좋은 매체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잭 다니엘 마니아다. 1999년 잭 다니엘을 처음 만난 이후 아마 거짓말 좀 보태면 몇 백병(백 병을 넘어도 여기엔 포함되니까 ^^)은 마셨을 게다. 외국 나갔다 오면 꼭 사오는 술도 잭 다니엘이다. 젠장, 미국에선 1리터짜리 한 병이 20불이면 사는데 우리나라에선 악! 소리 난다. 바에서라도 마시려면 제일 싼 곳이 10만원 대 초반, 좀 비싸게 받으면 거의 20만원 다 간다. 도대체 얼마나 남는 장사란 말인지. 그런데 뭐 꼭 그렇게 탓할 것만도 아니다. 우리 소주도 나가면 그런 대접 받는다. 문제는 외국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신다는 거지, 값 비싸기론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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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호세쿠엘보 홈페이지

그런데 아주 가끔, 잭 다니엘 대신 땡기는 술이 있는데 그게 바로 데킬라, 그 중에서도 호세쿠엘보다. 손 등위에 소금이나 커피를 올려 놓고 안주로 그걸 먹네 어쩌네 하는데 나는 그렇게 먹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터뜨려 먹는 맛, 데킬라는 그게 제 맛이다.

데킬라 좀 한다는 집에 가면 꼭 더블 스트레이트 잔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양주 잔 보다 두 배 정도 되는 그런 잔이다. 여기에 데킬라를 삼분의 이 정도 따르고 나머지 삼분의 일에 사이다를 따른다. 잔 입구를 손으로 막고 테이블에 쿵! 내리치면 데킬라와 사이다가 아주 맛나게 섞인다. 이 때 주저하면 안된다. 주저하지 말고 더블 스트레이트를 그대로 원샷. 처음 몇 잔은 술이랄 것도 없이 달콤, 씁쓸해 아주 맛있다. 하지만 맛있고, 만만하다고 이렇게 데킬라를 계속 마셨다가는 큰일난다. 나중에 정신 없이 취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는 것이다. 데킬라 슬래머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잭 다니엘로 만든 잭 콕이 대표적이다. 탄산음료의 달콤한 맛이 독한 맛을 가려주고 술을 순화시키기 때문에 마실 때도 술술 잘 넘어간다. 적당히 양을 조절하지 않으면 다음 날 머리 아플 건 각오해야 하지만 말이다.

사이다와 섞으면 좋은 술 중 하나가 맥주다. 골프장에서 골프치던 도중 마신다고 해서 골프장 폭탄주라고도 부르는 맥주 + 사이다 혼합 주는 원래 외국에서는 Shandy라고 부르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섄디 혹은 샹디라고 읽는데 - 솔직히 내가 외국에 가보지 않아서 정확히 뭐라고 발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 이 술은 맥주에 소다수를 탄 것이다. 사이다 뿐 아니라 콜라, 혹은 레모네이드 등을 섞는다고 한다.

데킬라 슬래머든 잭콕이든 샹디든 술과 탄산음료를 섞을 때는 그 비율이 중요하다. 탄산음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술이 달아져서 본연이 맛을 잃기 쉽고 너무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