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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30 누구에게나 기적 같은 샷이 있는 법 (5)
우리나라에선 한 번도 100을 깨보지 못한 진짜 완전 순정 백돌이지만(태국에서 96을 기록했으나 남쪽은 공이 더 잘 날아간다고 안 쳐준다고 하기에 ㅜㅜ), 그런 저에게도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샷이 있습니다. 그런 기적 같은 샷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골프가 더 재미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2002년인가 3년인가 그랬을 겁니다. 골프에 막 재미를 붙여 틈만 나면 치러 다녔던 때였죠. 때는 마치 햇볕이 때리는 듯한 뜨거운 8월. 지금보다 훨씬 골프장 부킹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도 낮 시간 부킹을 할 수 있었던 건, 엄청 엄청 더웠다는 얘기지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땐 그렇게라도 치고 싶었으니까요. 

Let
사진 출처 : 플리커 R'eyes : 이 사진은 글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ㅜㅜ 

하도 오래된 얘기라 그저 여주 CC라는 것만 기억납니다. 혹시 코스가 생각날까 싶어 홈페이지에 가봤는데, 직접 가보면 몰라도 그렇게 해선 알 수가 없겠더라고요. 

어떤 코스인지, 몇 번 홀인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동반자들은 대부분 그린 주변에 가 있고, 저는 90미터 피칭 샷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뛰어서 온 몸은 땀 투성이가 되었을 테고,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겠죠. 제 손에 피칭을 건네준 캐디 언니는 카트를 몰고 그린에 올라가 깃대 옆에서 제게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치란 얘기였겠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클럽은 피칭입니다. 잘 치지는 못해도, 괜히 듬직한 그런 채 하나는 다 있는 법이잖아요. 가쁜 숨을 고르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휘둘렀습니다. 어, 근데 맞는 그 느낌이 정말 짜릿했어요. 

하늘로 높이 올라간 볼이 그린으로 향합니다. 캐디 언니 쪽으로 방향이 아주 잘 들어갔죠. 백돌이 온 그린 하겠네, 라고 생각하는데 그린에 떨어진 공이 통통 구르더니 홀컵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건 90미터나 떨어져서 잘 안 보일거라 생각했는데 홀컵으로 들어가는 제 공이 진짜로 축구공만해 보이는 거 있죠. 

캐디 언니도 놀라고 저는 채를 집어 던지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습니다. 같이 치던 형님들도 난리가 나서 이게 무슨 일이야 시끌벅적했지요. 일어나서 정신없이 채를 들고 그린으로 달렸습니다. 하이파이브 하고, 뭐 신났지요. 

그래서 뭐야? 버디야, 이글이야? 다들 말이 많은데 정작 스코어 카드를 적는 캐디 언니는 웃기만 했고 저는 실토했습니다. 따블이야(더블도 아니고, 이럴 땐 따블이라고 발음해야 하는 거죠 ㅜㅜ).

얼핏 기억하기로 그 홀은 티잉 그라운드 바로 앞이 러프였습니다. 티잉 그라운드가 조금 높았고, 그래서 최소한 저 러프는 넘겨야지, 라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었지요. 당연히 드라이버는 쪼로가 나서 러프에 떨어졌고 아이언을 들고 삽질을 반복하며 버벅이는 사이 동반자들은 벌써 그린 주변까지 올라가 버린 겁니다. 사실 그 피칭샷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양파는 따놓은 홀이었던 거죠. 

기적 같이 90미터 샷 넣어놓고도 따블되는 바람에 뭐 생색도 못내고, 그땐 볼도 아무 거나 막 쓰던 때여서 기념으로 간직한다고 백에 넣어두었다가 어느 틈엔가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래도 그 샷에 대한 기억 만큼은 남아 있어, 여전히 피칭을 들면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합니다. 언젠간 또 그런 샷을 한 번 더 날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번엔 진짜 기적같은 퍼팅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하긴 뭐 그래봐야 10미터 넘는 거 퍼팅으로 넣었어요, 겠지만서두.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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