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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8 갓 태어난 구피 13마리 (15)
  2. 2007/01/11 제브라 - 섬세함에 대하여 (2)

갓 태어난 구피 13마리

사랑하며 사는 삶 2007/11/28 11:56 Posted by '레이'
살다 보면 절대로 억지로 할 수 없고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생명을 키우는 일이겠지요. 애완동물을 키우던, 식물을 키우던, 이건 절대로 속성으로 할 수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걸리고, 또 그 동안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돌봐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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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가 키우던 구피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무려 13마리나 낳았습니다. 딸 아이가 물고기를 키워 온 건 이제 2년쯤 되어가는군요. 처음에 제브라로 시작해서, 친구 집에서 얻어온 구피를 키웠는데, 그 구피들이 자라고 자라서 이제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사연도 참 많았습니다. 처음 사온 제브라 여섯 마리는 참 오랫동안 잘 살았습니다. 조그만 어항에서 쌩쌩 다니는 녀석들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도 시간은 잘 갔습니다. 그런데 항상 사람은 욕심을 부리나 봅니다.

이 녀석이 제브라가 더 갖고 싶다 해서 몇 마리 더 사다 준 것이 처음 시작된 사고였습니다. 특별히 비싼 형광 제브라를 사다 줬는데 얼마 못 가서 금방 죽더라고요. 처음 물고기 죽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엉엉 우는 건 둘째치고, 애가 기운이 푹 빠져 있는 걸 보자니 참 마음도 아팠지요. 괜히 물고기 더 사왔다고 저만 타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제브라 수가 늘면서 어린이 날 선물로 받은 큰 어항에 제브라 열마리를 옮겨 놓고 오랫동안 키웠습니다. 마침 구피를 키우던 친구네 집에서 새끼를 낳았다고 여덟 마리를 얻어 왔고요. 처음엔 열심히 물도 갈아주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물도 잘 안 갈아주고... 딸 아이는 슬슬 꾀가 났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사고가 터집니다. 제브라가 한 마리, 두 마리 죽기 시작하고, 처음 받아온 구피들도 좀 자라더니 죽어가면서 결국에는 암컷 한 마리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 암컷 배가 잔뜩 불러 있었습니다. 친구네 엄마가 보더니 임신했다고 조금 있으면 새끼 낳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이 녀석이 심심해 할 것 같다고 해서 청개천 애완동물 상가에 놀러 갔다가 구피 네 마리를 더 사왔습니다.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네 마리 중 두 마리는 그 다음 날 바로 죽고, 한 마리는 몇 일 더 버티다 죽고, 마지막으로 꼬리 화려한 수컷만 살아 남았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지요. 둘이 잘 놀아서 잘 될 거다라고 억지로 딸 아이를 달랬는데, 두 주 정도 지나서 수컷이 죽고, 몇 일 있다가 암컷도 죽어버렸습니다. 새끼 낳을 거라고 기대가 컸던 탓인지, 회사에 있던 저에게 전화를 해서 딸 아이는 대성 통곡을 했습니다. 아마 제일 많이 울었던 날이었을 겁니다.

친구네 집에서 여덟 마리를 다시 한 번 얻어왔습니다. 친구네는 새끼도 잘 낳는데 우리는 왜 못 낳지... 궁시렁 거리면서도 그렇게 몇 달을 또 잘 키웠습니다. 그리거 두 어달 전에 드디어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달랑 한 마리. 그래도 그 날 난리가 났습니다. 그 한 마리 지금은 꽤 컸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사가 터진 것이지요. 자그마치 열 세마리나.

이런 과정을 거친 구피들이 지금 큰 어항에 열 두마리. 그리고 이번에 열 세마리 새끼를 낳았으니 구피 식구가 제법 늘었습니다. 새끼가 나오면 아무래도 딸 아이가 좀 더 신경을 씁니다. 생명이란 그냥 내버려둔다고 자라는 법이 아니다, 니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물고기를 그리면서 가르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이지 싶습니다.

갓 태어난 열 세마리. 예전 경험에 비하면 중간 크기까지는 잘 자라더군요. 이번 구피들이 사고 없이 좀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딸 아이 어항에 구피가 한 오십 마리 정도 헤엄치는 걸 봤으면 좋겠군요. 그러고 나면 딸 아이도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 분양해주마고,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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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 - 섬세함에 대하여

사랑하며 사는 삶 2007/01/11 21:30 Posted by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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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으로 즐기기엔 예쁘고 귀여운 물고기 만한 것도 없다. 롯데마트에서 구입한 관상용 제브라. 한 마리 5백원, 그 정도면 몇 마리 사다 놓고 키우기에도 별로 부담이 없다. 게다가 생명력이 강해 특별히 산소 공급 장치를 해주지 않아도 물만 잘 갈아주면 별 문제 없이 잘 산다.

딸 아이가 제브라를 키우기 시작한 건 반 년이 넘었다. 처음 우리 집에 온 제브라는 줄무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꽤 작고 어렸었는데 지금은 줄무늬가 선명할 정도로 많이 컸다. 처음 들여온 여섯 마리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잘 살아온 것이다.가끔 귀찮아 하는 듯 해도, 나름대로 물도 잘 갈아주고 애지중지 한 까닭일게다. 하긴, 애초부터 제브라가 집에 올 때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주는 건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딸 아이가 난데없이 제브라 욕심을 또 부렸다. 어린 녀석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을 잘 해내서 기특하다고 선물을 주겠다 했더니, 제브라를 더 사 달란다. 어린아이 다운 욕심이려니 생각이 들면서도 약속은 약속이라서 롯데마트에 들렀다. 흔히 볼 수 있는 쥐색 제브라는 한 마리 오백원. 사람이 인위적으로 형광색을 주입해 만든 네온 제브라는 이천오백원이란다.

세마리씩 여섯마리를 달라 했더니 나름대로 인심을 써, 쥐색 제브라 두 마리를 추가로 얻었다. 그렇게 새 식구가 된 여덞마리 제브라를 조그만 어항에 담아 책상에 올려두고, 딸 아이는 시켜도 안 하던 뽀뽀를 쪽한다.

사람이라는 특권 때문에 생명을 가둬둔다는 건 어찌 보면 잔인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의 생명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는 걸 보면, 이 역시 사람이 누릴 만한 특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녀석들도 부디 이쁘게 자라길.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녀석들을 한참 쳐다보노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 틈에 삼십 분이 흘렀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 책상에도 사다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포기. 저 조그만 녀석들을 잡아가면서 물을 갈아줄 그런 섬세함이 나에게는 이제 남아 있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긴, 억지로라도 물을 갈면서 섬세함을 키워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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