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5/01 초록불과 파란불 (5)
  2. 2007/04/14 회초리 같은 책, 우리 글 바로 쓰기 (10)

초록불과 파란불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5/01 09:01 Posted by '레이'
나는 아직도 '파란 불'에 횡단보도를 건넌다. '파란불이다~ 가자~' 라고 말할 때마다 초등학교 4학년 딸 아이는 '아빠, 왜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해?'라고 따진다. 내가 봐도 틀림없이 초록불인데, 왜 난 여전히 파란불이라고 말하는 걸까.

가만히 생각하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릴 적 우리는 틀림없이 파란불이 켜지먼 건너라고 배웠다. 그 아무도 초록불이라고 하지 않았고 파란불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었다. 왜 그 때는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따지지 않았을까.

'아빠 어릴 땐 그렇게 배웠어'라고 옹색한 변명을 해 보지만 딸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긴 알아듣기 어려울 법도 하다. 세상에, 누가 초록불을 당당하게 파란불이라고 가르쳤단 말인가. 그 덕에 전 국민이 초록색을 느끼지 못하는 색맹에 거려 버리고 말으니. 교육이란 그래서 중요하고, 그래서 더 무서운 거다.

아마, 우리가 대학 시험을 볼 1987년 경부터 논술 시험이 생겼을 터이다. 논술에 대해 별도로 가르칠 방법이 없는 학교에서는 오로지 신문 사설 베껴 써오기를 열심히 시켰다. 신문사설을 오려 공책에 붙이고 그대로 한 번씩 베껴 써 가는 숙제를 지겹게도 해댔다. 물론 '그렇게 했기 때문에 네가 지금 글장이로 먹고 사는 거다' 우기면 할 말 없다. 그러나 정말 자신있게 말하건데 나는 신문사설 몇 개 베껴썼다고 해서 글 솜씨가 크게 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신문사설이란 죄다 한자말 투성이다. 사실 학교에서는 신문사설에 나오는 한자를 열심히 베껴 쓰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그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던가. 제대로 된 글짓기 교육을 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한자말 투성이의 사설을 베껴 쓰고 그것이 논설의 모범 답안인양 가르쳤으니 그렇게 배운 수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글은 한자말 투성이의 글이라 생각할 수 밖에. 그래서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은 죄다 알아 먹기 어려운 한자말 투성이고 그렇게 써야만 대접받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사실 나는 언론에 별로 감정이 없지만 요즘 들어 계속 우리글을 바로 쓰는 법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언론이 우리 글을 망쳐 놓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핑계로 제목에는 뜻도 모를 한자말들이 넘쳐나고 전문가들이 쓴 글은 어려운 말 투성이다. 솔직히 누구나 읽으라고 펴낸 신문을 그렇게 어렵게 써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우연히 초등학교 논술에 대한 책을 한 권 접하게 되었는데, 현직 교사가 썼다는 이 책에서 말과 글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다행스럽게도 이제 우리 아이들은 한자말 가득한 신문사설을 모범 답안으로 여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어디 책 한 권 가지고 세상이 바뀌겠는가. 하지만 그 책을 읽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말과 글을 살려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그 글을 퍼뜨리고, 그 글을 읽기 시작하면 반드시 우리 말과 글은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고, 계속 간직할 것이다. 별 힘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내가 굳이 이런 글을 쓰는 건,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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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발행된 우리 글 바로 쓰기 1권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 글 바로 쓰기'는 초판이 나온지 벌써 18년이 되었지만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만드는 회초리 같은 책이다. 잘난 척 하느라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과 글을 다 버려 놓았다고 호통치는 듯한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쉽게 써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면 될텐데,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한자어와 일본어를 조합해 기괴한 낱말들을 만들어 내는,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한테 던지는  선생님의 충고는 호령하다 못해 애원하는 듯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대상은 세상 여론을 다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저 당당한 거대 신문사들이다. 그들이 얼마나 잘난 척 하기 위해 어려운 말을 쓰는지 지적하고 그 말들을 쉽게 풀어 썼을 때 얼마나 읽기 쉽고, 알기 쉬운지 알려준다. 신문사 뿐이랴. 가방 끈 길다고 하는 수많은 논문들, 잘난 척 하는데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정치인들도 혼나는 대상이다. 책 속에서 선생님이 그들의 잘난 척 하는 말투를 하나 하나 지적할 때 나는 은근한 쾌감 마저 느낀다.

말과 글은 살아 있어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따라 변하게 된다. 쓰던 말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말이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 소통이라는 원래 목적을 무시하고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의 도구로 쓰이면서 사라지고 태어나서는 안된다. 말과 글이 이렇게 변질되면 우리도 손해다. 그 어려운 말과 글을 알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이 배우고 생각도 많이 한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쓰는 어려운 한자들을 이렇게 쉽게 풀어쓸 수 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었지만 아직도 바꿔 쓰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 글 쓰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내 남은 인생의 일로 삼으려는 나에게, 우리 글 바로 쓰기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로 이 책은 총3권이 나왔다. 글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 블로거들에게 권하고 싶다.  블로거들이 쓰는 글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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