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컵으로 가득 채워서 물은 세 번 붓는 거야. 1개 당 세 번. 이런 종류의 컵은 용량이 대개 비슷하니까, 밖에 나가서 라면을 끓일 일이 있으면 이 정도 크기의 컵으로 세 번, 이것만 잊지 않으면 돼. 

물이 끓으면 면을 먼저 넣어. 아빠는 스프를 먼저 넣지만, 끓는 물에 스프를 먼저 넣으면 갑자기 확 끓어넘치니까 조금 위험해. 그러니까 너는 면을 먼저 넣고 스프를 바로 같이 넣도록 해. 

자, 이젠 시간이야. 이건 어떤 불에서 끓이느냐에 따라 좀 다른데, 아빠는 약 3분 정도 끓이고 나서 면을 맛 봐. 휴대폰의 시계를 한 번 보렴. 우리가 좋아하는, 약간 꼬들한 정도가 되면 불을 꺼. 바로 먹지 말고 잠깐만 뜸을 들여. 그 동안에 식탁을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 놓고, 김치를 꺼내렴. 

뜨거우니까 절대 조심. 가스불 차단기 내리는 거 잊지 말고 두꺼운 장갑을 꼭 끼고 냄비를 들어야 해. 

라면 먹을 땐, 냄비 뚜껑에 덜어 먹는 거야. 이 맛은, 진짜, 아우,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지? 그지?"

"응, 근데 아빠가 끓여준 것보단 맛 없다! ㅋ"


이런 컵으로 물을 세 번 붓는 거야

딸 아이가 5학년 때, 드디어 라면 끓이는 방법을 전수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그 무렵 때 쯤 되서 엄마한테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추운 겨울, 반지하로 내려가는 부엌에서 석유 냄새 가득한 곤로에 불을 붙이고 양은 냄비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기억이 새록 새록합니다. 입김을 호호 불며 라면 맛을 보던 기억. 액자 속의 흑백 사진 같은 기억입니다. 

사실 라면이란 것이 뭐 복잡할 거 있겠습니까. 물을 잘 맞추고, 면이 꼬들할 때에 맞춰 불을 끄면 되는 거지요. 아마 아빠가 가르쳐 주고 싶은 건, 아빠가 아빠의 엄마한테 배웠던 그 흑백 사진 같은 기억. 그걸 남겨주고 싶었는 지도 모릅니다. 먼 훗날 라면을 먹다가 문득, '그 때 아빠와 처음으로 라면을 끓였었지...' 라는 미소지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지도요. 거기에 라면을 끓이는 동안의 설레임 같은 건 보너스겠지요. 사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내 손으로 직접 끓이면서 익었나 안 익었나, 냄비 뚜껑에 덜어 맛을 볼 때의 그 라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더더" 주의할 점은, 가스와 불을 다루니까 무엇보다도 안전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겁니다. 

가스 불을 다루는 방법, 그릇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마무리. 아무리 급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가르치는 거지요.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고 싶다고 해도, 찬 물에 라면을 부어 먹을 수는 없듯이 다뤄야 할 순서가 있고,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니까요. 

그래도 아빠한테 배웠다고 학교에서 토요일에 저마다 음식을 만드는 날이 있었는데, 떡라면을 끓였던 모양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자기가 끓인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국물까지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나는 못 먹었어, 투덜 거리기도 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배웠어, 라고 말했다는 딸 아이의 목소리에서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라면이란 게 그닥 몸에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잖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 맛있는 걸 직접 끓이는 재미를 맛보는 거, 아마 내 몸도 용서해 줄 겁니다. 산다는 게, 항상 좋은 것만 하고 살면 재미 없다는 거, 아이들도 슬슬 배워야지요! 가끔은!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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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릴레이 시즌 2 : 해물 라면 : 주말

맛있다고 말하는 것 외에 라면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인스턴트니, 화학 조미료니 그리고 이미 오래된 얘기지만 우지 기름이니... 라면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평 일색이지만 그래도 라면 먹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왜? 맛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요즘 집에서 라면 먹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서 밥 먹을 일이 별로 없는 까닭에 어쩌다 한 번 하는 식사에 라면을 내 줄리 없고, 가뜩이나 몸에 안 좋다고 하니 딸 아이에게도 왠만하면 라면 먹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라면 먹는 날이 딸 아이에게는 모처럼 외식하는 것 마냥 기쁜 날이다. 오늘 라면 먹을까 그러면 딸 아이 입에서 바로 '아싸~'가 튀어 나온다.

두 달이 다 되도록 잘 낫지 않는 비염과 알러지 때문에 한동안 딸 아이는 한약을 먹었다. 한약 먹다 보면 절대로 못 먹게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밀가루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한약을 먹는 동안 딸 아이는 라면은 물론 빵, 피자, 국수 등등 밀가루로 된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엄마와 실갱이도 자주 하고, 결국은 혼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한약이 끝나는 날 엄마가 한 번 인심을 썼다.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은 사실 별로 보잘 것 없다. 라면을 먹는 이유가 대부분 귀찮아서, 혹은 식사는 해야 하는데 밥이 모자라서 등등의 이유니까 라면을 호화스럽게 끓일 일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보통 있는 그대로 끓이거나, 가끔 달걀 하나를 넣거나, 파를 넣거나, 흰 떡을 넣는 정도가 라면에 넣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호사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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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형 할인마트에서 사온 해물 냉동 팩. 주꾸미, 새우, 오징어, 홍합 등등이 들어 있는 냉동 식품인데 스파게티 만들 때 넣으면 아주 유용한 녀석이다. 마침 이 냉동 식품이 눈에 띄었는지, 아내는 한 줌 집히는 대로 라면에 넣은 모양이다.

그렇게 나온 라면, 비록 냉동이긴 하지만 제법 해물 맛이 났다. 오호, 그거 참... 스파게티 용으로 산 해물 냉동 팩이 라면 용으로 돌변하고, 그러면서 라면도 살짝 업그레이드 됐다.

늘어지는 주말 점심은 건너 뛰기엔 아쉽고, 챙겨 먹기는 귀찮은 그런 식사다. 그런 이유를 알았는지 일찍부터 광고에서도 주말엔 짜파게티라고 했나, 오뚜기 카레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모처럼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 간단한 냉동 식품 하나로 졸지에 해물 라면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간단하면서도 그리 험하지 않은 그런 한 끼 식사가 됐다. 하긴 라면이란 참 묘한 음식이다. 있는 대로 먹어도 되고 무언가를 살짝 넣어도 잘 어울리니 말이다. 그래서 온 국민이 그렇게 좋아하는가 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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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건면류? 건면세대

행복한 음식 얘기 2007/04/13 17:32 Posted by '레이'

한 달에 한 번, 사무실 비품과 간식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코스트코에 가는 날은 마치 어릴 적 소풍 가는 느낌을 주는 날이다. 어릴 적 소풍에는 김밥과 사이다, 그리고 과자 한 봉지가 빠질 수 없는 동반자였지만, 남자들만 있는 사무실에 반드시 필요한 동반자는 바로 '라면'이다. 움직이기 싫은 날의 점심식사로, 때론 배고픈 오후의 간식으로, 어떤 날은 심야 술자리 뒤의 후식으로 라면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우리가 빼 놓지 않고 사는 건 너구리, 그리고 수타면 혹은 신라면이다. 일단 이번에 낙점 받은 녀석은 너구리 얼큰한 맛 한 상자. 지난 번에 신라면을 샀던 관계로 두 번째 대상은 수타면. 그러나 그 날 코스트코엔 수타면이 없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코스트코에서 수타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건 상관없다. 우리가 먹고 싶어 했던 것이 없었으므로.

이상하게 그 날은 신라면에 손이 가질 않았다. 다른 뭔가가 있을까 하고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건면세대'. 최근에 광고발이 좀 오르는 제품이다. 이럴 때 쓸데 없이 생기는 모험 정신을 핑계로 우리는 덜컥 '건면세대' 한 박스를 골라 잡았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 설치된 DMB에서는 건면세대 광고도 흘러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라면을 정리하기 위해 건면세대 박스를 뜯는 순간, 헉~, 우리는 모두 똑 같은 소리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글쎄, 우리가 예상했던 봉지라면이 아니라 용기라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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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라면인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는 용기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양이 적고 이단 맛이 없고 삼단 그릇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와 건강에도 해롭다 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항상 봉지라면을 샀지 용기라면을 산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당연히 건면세대도 봉지라면이겠거니 하고 샀던 것이다. 어이 없는 마음에 건면세대 박스를 열심히 뒤적여 봤지만, 박스 어디에도 컵라면이거나 용기라면이라는 표기는 되어 있지 않았다. 찾다가 찾다가 찾은 것이 박스에 그려진 '사발' 모양 그림일 뿐. 그 그림을 가지고 이 박스에 들어 있는 라면이 용기라면이라고 유추해야 한다는 말인가. 부랴부랴 농심 홈페이지를 뒤졌더니, 세상에 건면세대 이 제품은 오로지 용기라면으로만 나오는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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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어디에 용기라면이라고 써 있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었지만 바꾸러 가기도 뭐하고 할 수 없이 그냥 먹기로 했고, 다음 날 점심 식사 메뉴로 정해버렸다. 드디어 그 다음 날. 김치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는 등 부산을 떤 후 드디어 건면세대 개봉.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본 순간 또 한 번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다른 용기라면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용량을 조회해 본 결과 82g. 같은 회사에서 나온 다른 용기라면은 86g. 소위 말하는 큰 사발은 114-12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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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바닥에 붙어 있네? 하지만 왜 이리 작아...

게다가 다른 용기라면들은 면을 잘 익히기 위해 용기 중간에 면이 걸려 있는데 건면세대는 용기 바닥에 면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김치 블록. 알고 봤더니 건면세대는 김치와 소고기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고른 것은 김치 건면세대였던 것. 김치 블록과 스프를 넣고 용기 중간의 제한선까지 물을 부었다. 건면세대 추천 시간은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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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하지 않은 김치소면 맛

맛은 어떨까. 건면세대의 특징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름기가 없는 탓에 국물 맛은 김치소면이나 김치우동을 먹는 것처럼 김치 맛이 강한 느끼하지 않은 국물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얼큰하며 시원한 맛이라고 정리해야 좋을까. 기름기 많은 다른 용기라면에 비하면 한결 먹기 편한 듯. 그러나 다른 용기라면처럼 용량이 적은 탓에 한 개로는 도저히 식사 대용이 될 수 없었다. 결국 한 개 더. 그리고 햇반 반 그릇. 그제서야 좀 과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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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사발면, 건면세대

참, 중요한 가격. 건면세대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1천1백원이라고 적혀 있다. 다른 용기라면들이 대개 7백원 정도인데 무려 4백원이나 더 비싼 값이다. 건면세대 포장재에는 제품의 유형이 '호화건면류'라고 되어 있을 정도.럭셔리 사발면이란 뜻인가 보다. 코스트코에서는 16개 들이 한 박스에 12,990원. 아마 1천원을 넘는 용기라면은 건면세대가 최초가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지금 심정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개운한 맛은 있어도 그래 봤자 사발면이지 뭐… 라는 생각일 뿐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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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면세대 – 럭셔리 컵라면의 탄생

    Tracked from Zoominsky S2  삭제

    최근 새로 나온 라면을 하나 접했습니다. 바로 '건면세대'입니다. 일단 네이밍부터 라면스럽지 않아 관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워낙 광고 물량이 넉넉해서(?) 거의 쏟아 붓는 느낌이더군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구입을 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한 박스를 말이죠..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구입할 때 사실 이게 용기면(컵라면)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해먹는 봉지면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박스를 뜯었을 때의 황당함은 이루 말하기 힘들..

    2007/04/18 23:43
  2.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7 : 건면세대

    Tracked from 레이의 콘텐츠 유토피아  삭제

    두 남자의 면 사랑 이야기 - 면 릴레이 면을 너무 좋아한 두 남자가 점심, 저녁 식사를 면으로 하겠다고 나선 재미있는 이야기, 면 릴레이. 그 일곱번째 릴레이가 시작됩니다. 면 릴레이란 면 릴레이 다른 기사 보기 일곱번째 릴레이 : 건면세대 날짜 : 5월 24일 점심 식사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오늘이 쉬는 날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알건 모르건 어쨌든 오늘은 쉬는 날. 게다가 비까지 오는 쉬는 날이라니. 뭘 할 수도 없고, 안..

    2007/05/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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