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탄탄히 여물게 하려는 듯 햇살이 따사로운 늦여름,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습니다. 왜 꼭 하회마을이냐는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그 곳에 가면, 무언가 카메라에 담을 것이 있을 거라는, 그런 기대를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안동에 다다르기 전 하회마을 표지판이 나옵니다. 표지판만 열심히 따라 가도 하회마을을 놓칠 수는 없겠더군요. 마을 앞에 도착하면 주차요금부터 받습니다. 주차요금 2천원, 마을 입장료 어른 1명당 2천원. 그렇게 요금을 내고 마을 안 쪽으로 걸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옆, 아직 익지 않은 벼들이 초록색을 간직한 채 햇볕을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보이는 초가지붕 몇 채. 파란 하늘과 어울린 초가지붕이 어쩜 그리 고즈넉했던지요. 아주 잠깐이지만, 저런 곳에 내 집 하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차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그런 길 옆 흙담 위에 얹은 기와가 정겨웠습니다. 기와 너머 보이는 초가지붕. 그 안에 누가 살고 있는지 감히 훔쳐만 보고 싶었습니다. 키 작은 흙담길을 걷다 보면 길이든, 벽이든, 누구라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어집니다.
하회마을 안쪽 길 대부분은 이런 흙과 돌로 쌓고 검은 기와를 얹은 담 사이를 지납니다. 담 밑에 자라는 잡초와 이름 모를 꽃들도 마냥 예쁘기만 합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나무가 담을 넘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하회마을에서 들어가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집인 북촌댁입니다. 문 안에 들어가 본채 앞에서 마당을 향해 찍은 컷이지요. 마루에 앉아 댓돌에 발을 디디고 턱을 고인 채 앉아 있기만 해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 같은, 그런 정겨운 마당이었습니다.
북촌댁 문 오른켠에 있는 가마칸입니다. 가마, 사인교, 마구 등을 보관하던 곳이라고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안에 보니 네 사람이 들고 갔을 듯한 가마가 하나 있군요. 요즘으로 따지면 주차장이겠네요. 저 가마에 앉아 가만히 흔들리고 있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분 보다는 참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랍니다.
북촌댁 본채입니다. 징검다리 같은 디딤돌이 마당을 가로질러 있고 그 앞에 댓돌 위로 시원한 마루가 펼쳐져 있습니다. 솔직히 뭐 신기한 광경은 아닙니다. 고궁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니까요. 대문 높고, 마당 넓고, 집이 큰… 은근히 부럽기는 합니다.
북촌댁을 나와 걷다 보면 기와를 얹은 돌담 아래 이름 모를(제가 이름을 모르는 ^^)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접사로 찍으면 예쁠 텐데 피시아이2는 근접은 되지만 폼 나는 접사 사진은 안 나옵니다. 사실 일자로 평평한 담벼락인데 마치 휜 것처럼 보이는 건 피시아이 카메라의 특징이겠지요.
하회마을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그래서 모든 집에 다 들어가 볼 수는 없지요. 이 집도 북촌댁처럼 공개되어 있는 집입니다. 이름이 있을 텐데 미처 챙기지를 못했네요. 솔직히 집 보다는 집 위에 얹힌 구름이 너무 예뻐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왼쪽에 국기봉만 없었더라면 사진이 더 괜찮았을 걸,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나무가 서 있는 마을 길. 한적한 길을 따라 가면 끝엔 아담한 초가집들이 서 있습니다. 하회마을에 있는 많은 집들은 직접 민박도 하고, 식당도 합니다. 얼핏 들은 얘기로 민박은 3만원이라는 군요. 오른쪽에 서 있는 메뉴판이 분위기 다 깹니다. 솔직히 많은 집들이 토속 음식도 팔고 동동주도 팔고 그렇습니다만, 선뜻 들어가서 앉고 싶은 생각이 나는 집은
별로 없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신경 쓰면 한껏 하회마을 멋을 살린 분위기 좋은 집이 나올 텐데, 그런 점은 좀 아쉽더군요.
하회마을을 끼고 낙동강이 흐릅니다. 지도를 보면 마을의 반쪽을 둥그스름하게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형상인데요 다듬어 지지 않은 낙동강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강으로 내려가 보고 싶었습니다만, 저리로는 도저히 못 내려가겠더라 고요.
하회마을과는 상관 없지만, 아니 하회마을 아니어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하늘이지만, 하늘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마음대로 만들 수 없는 저 모습. 자연의 섭리만이 저런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요. 날씨가 궂은 날이 많기는 합니다만, 요즘 우리 하늘, 참 예쁩니다. 고개를 들어 가끔 하늘을 한 번씩 보세요.
이런 풍경 꼭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뒤에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을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긴 합니다만, 항아리는 왠지 보면 볼수록 정겹습니다. 따사로운 햇볕 속에 항아리 속 장들도 맛있게 익어가겠지요.
춘향이는 아니어도, 누군가 하회마을에서 그네를 탔겠지요. 빨간 댕기를 휘날리며 높이 높이 그네를 뛰었을 겝니다. 누군가 그네를 타러 열심히 오는 중이라 급한 마음에 ^^ 그네 줄이 꼬여 있는데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어차피 누군지 구분도 안될텐데, 예쁘게 그네 타는 모습을 찍어줄 걸 그랬습니다. 그네 줄이 꼬여 정작 그네인지도 모르겠던 걸요.
낙동강과 마을 사이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소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소나무 숲엔 벤치도 있었고 연인이라면 그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이라도 속삭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시원한 소나무 그늘 아래 낙동강을 바라 본다면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소나무 숲을 지나면 평지가 나오고 낙동강 뒤로 기암 절벽이 보입니다. 저 절벽에 올라가면 아마 하회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겠지요. 오르고자 마음 먹으면 못 오를 리 없겠지만 굳이 올라갈 이유는 없었습니다. 가끔은 위에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안을 걷는 것만큼은 못할 테니까요.
큰 기대를 하고 간 하회마을은 아닙니다만, 사실 머리 속으로 생각했던 하회마을과는 좀 달랐습니다. 하회마을이라는 이름 때문일까. 하회탈 쓴 사람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놀이공원 같은 마을을 연상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작고 아담한, 그리고 조용한 마을이어서 살살 걷기는 괜찮았지만, 재미는 별로 없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아마 하회마을에 대해 더 공부를 많이 하고 가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지요. 그리고 참, 참고로 음식은 그렇게 기대할 만 하지 않습니다. 특히 동동주는 달기만 하고 정말 별로였어요. 그나마 분위기 그럴 듯한 집에서 나름대로 분위기 내려고 고추전에 동동주 한 사발 들이켰습니다만, 괜히 실망만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돌아본 하회마을은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입니다. 놀이공원 같은 화려한 이벤트도 별로 없고 번잡한 행사도 없습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순간이나마 옛사람이 된 듯한 그런 정취를 느끼고 소나무 숲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하루 밤 민박을 청하기엔 왠지 지루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조용한 걸 즐기기엔, 제가 너무 소란한 탓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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