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맛집'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08/06/17 한 나절 데이트 하기 좋은, 피자힐 (20)
  2. 2008/06/11 일 년에 한 번쯤은 부려도 좋은 사치 (19)
  3. 2008/04/11 전주가면 꼭 가야할 삼백집 (19)
  4. 2008/01/10 [진주맛집] 예상과 다른 맛, 문산제일 염소불고기 (32)
  5. 2008/01/10 [송파맛집] 냉면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풍납동 유천냉면 (17)
  6. 2008/01/04 [광주맛집] 백합 조개가 끝내주는 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6)
  7. 2007/08/17 [송파맛집] 신신꼬치집, 이것만은 알고 가자 (14)
  8. 2007/06/25 [송파 맛집] 개운한 국물 맛 팔복 설렁탕 (1)
  9. 2007/06/20 실패하지 않는 맛집 따라 먹기 (19)
  10. 2007/05/31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15 : 수타짜장면 (2)
  11. 2007/05/30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14 : 쑥칼국수와 감자수제비 (6)
  12. 2007/05/30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13 : 슈림프 로즈 파스타 (2)
  13. 2007/05/28 [분당 맛집] 초밥과 롤 해산물 부페, 피셔스 마켓 (7)
  14. 2007/05/24 [강남 맛집] 신선한 조개 가득, 92존 조개구이 (2)
  15. 2007/05/23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5 : 해물칼국수 (5)
  16. 2007/05/21 두 남자의 면 사랑, 면 릴레이 #2 : 팔진탕면 (2)
  17. 2007/04/28 [여의도 맛집]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 중경신선로 (5)
  18. 2007/04/27 [신촌 맛집] 얼얼한 매운홍콩홍합, 완차이 (6)
  19. 2007/04/25 [종로 맛집] 해물 향 가득한 솥밥 전문점, 조금 (2)
  20. 2007/04/20 [송파 맛집] 칼칼한 국물과 탱탱한 오뎅 – 정겨운 오뎅집 (6)
  21. 2007/04/16 [홍성 맛집] 샤브샤브의 귀족, 새조개 샤브샤브 #1 (1)
  22. 2007/04/12 [송파 맛집] 푸짐한 바지락이 가득, 황도 바지락칼국수 (5)
  23. 2007/04/10 [강동 맛집] 시원한 동태탕, 송림동태찜 (2)
  24. 2007/04/08 구글 맵스를 이용한 맛집 위치 표시하기 (1)
  25. 2007/04/04 [송파 맛집] 쫀득한 생삼겹, 잠실본동 화로구이 (1)
  26. 2007/03/28 [송파 맛집] 삼계탕과 바삭한 전기구이, 논현삼계탕 (2)
  27. 2007/03/27 [송파 맛집] 매콤한 오징어 불고기, 군산오징어 (1)
  28. 2006/05/14 [마포 맛집] 질보다는 양. 해물찜 아름소
  29. 2006/05/14 [마포 맛집] 매콤 시원한 사천탕면, 금송
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피자 먹기에 가장 전망 좋은 곳 두 군데를 꼽으라면, 하나는 63빌딩 58층에 있었던 63 스카이 피자고, 하나는 워커힐에 있는 피자힐을 꼽겠다. 이 중에서 63 스카이 피자는 이미 몇 년전에 채산성 좋은 비싼 레스토랑으로 바뀐지 오래여서 이제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이제 남아 있는 건 피자힐 하나 뿐이다.

사실 피자힐은 그 역사 만큼 유명해질 대로 유명한 집이다. 지금은 아닐지 몰라도 예전엔 연예인들 단골 코스란 얘기도 있었고 심형래 감독이 프로포즈를 했던 집이라는 기사도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하긴 오래된 만큼 다녀본 사람도 많을테니, 나올 얘기거리는 이미 충분히 나온 셈일게다.

분위기 뿐 아니리 피자힐의 피자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피자다. 세상이 온통 피자헛 류의 두꺼운 피자를 좋아할 때도 꿋꿋하게 얇은 피자를 지켜왔고, 쫀득한 치즈의 맛과 담백함으로 독보적인 맛을 지켜왔다. 요즘에야 얇고 담백한 피자가 대세이고, 독특한 맛의 피자를 주변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예전엔 피자힐 스타일의 피자를 먹으려면 오로지 피자힐에 가야만 했다.

 피자힐은 광장동 워커힐 호텔 부지 내에 있다. 올림픽대교를 강남에서 강북쪽으로 넘어가다 워커힐 방면으로 우회전해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주욱 올라가면 주차장 입구가 나오고 티켓을 뽑고 조금 더 올라가면 피자힐 입구가 나온다. 에전에는 피자힐 입구가 주차장이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을 없애고 아예 노상 카페를 만들어 놨다. 노상 카페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은 물론 와인도 팔던데, 처음 보고는 무슨 야외 예식장 만들어 놓은 줄 알았다.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듯. 그냥 나오기 아쉬워 테이블 위에 널어 놓은(!) 와인잔 사진을 훔치듯 찍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쉬는 날에 예약 없이 찾아간 탓일까. 식사 시간을 한참 비껴 찾아갔는데도 30분 대기란다. 전화 번호를 적어 놓고 주변 전망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다 보니 곧 전화가 왔다. 그런데, 헐! 식사 시간으로 한 시간 이십분 주겠단다. 사실 피자 한 쪽 먹는데 한 시간 이십분이면 부족한 시간은 아니지만 식사 하기 전부터 이런 얘기를 듣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도 모처럼 찾아간데다가 기다리기까지 했으니 기분은 좋지 않아도 그러라 할 수 밖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리를 잡고 콤비네이션 피자와 샐러드 바, 음료를 주문했다. 라지 사이즈면 세 사람 먹기엔 충분하다. 잠시 후 나온 피자. 얇은 도우에 쫀득한 치즈의 맛은 두드러진다. 피자 광고에서 보는 것처럼 한 입 물면 쭈욱 늘어나는 치즈의 느낌이 좋다. 샐러드바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런 재료들이 입맛을 당긴다. 무제한 제공되는 연어, 주꾸미와 새우 등이 들어간 해산물 샐러드를 비롯해 파스타, 마, 고구마, 몇 가지 채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워커힐에서 하는 곳 답게, 가격은 절대 싸지 않다. 8조각 나오는 피자 라지 한 판에 약 4만원. 샐러드바는 2인 기준 2만원(1인 추가시 6천원 추가), 탄산음료 한 잔에 7천원이다. 여기에 10% 부가세가 붙는다. 다행스럽게도 봉사료는 안 붙는다(!). 비자 플래티넘 카드가 있으면 10% 할인.

전망과 분위기가 필요한 날이라면 가 볼 만 하다. 대신 피자 먹기에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그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두고 가야 할 듯. 휴일이라면 인기가 많으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주차 도장은 4시간을 찍어주니, 식사 마치고 워커힐 주변 전망을 즐기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주차장이 유료인 데다가 비싼 탓에(!) 사람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73

일 년에 한 번 쯤은, 높은 곳에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하는 사치를 부려도 좋다. 그 날이 생일이든, 기념일이든, 혹은 아무 날도 아니지만 그냥 잊고 싶지 않은 날이든, 그런 날 하루 정도는 만용을 부려 봄 직 하다.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오늘은 그냥 높은 곳에서 밥 한 번 먹고 싶은 날.

내가 알고 있는, 서울과 그 근방에서 창 밖의 한강을 유유히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높은 곳은 딱 네 곳이다. 하나는 남산타워의 엔그릴, 하나는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스카이라운지, 그리고 63빌딩 58층(하도 예전에 가봤던 데라 요즘 다시 찾아 보니 레스토랑 이름이 바뀌었더라는),  마지막 하나는 구리타워의 지레스토랑이다. 물론 종로타워의 탑 클라우드, 강변북로에 위치한 괴르쯔 등도 전망이 나쁜 곳은 아니지만, 한강이 보이는 정말(!) 높은 곳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여기에 낄 수 없다.

운 좋게도, 나는 구리타워를 제외하고 이들 모두를 적어도 한 번씩은 다녀봤다. 기념일 식사 때문에, 접대 때문에, 혹은 늦은 밤 칵테일 한 잔을 즐기고 싶어 막연히 찾아가기도 했었다. 대화를 멈추게 할 정도로 숨막히는 야경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상관 없는 전망에 나는 강한 만족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었던 5월의 어느 날, 말로만 듣던 구리타워를 찾았다.

외곽순환도로 구리 방면 토평IC를 빠져나와 표지판을 따라 빙글 빙글 돌면 구리타워에 도착한다. 왠만하면 말로 설명해 보겠지만, 초행 길인데다가 몇 번씩 돌다 보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하긴, 내가 찾아본 구리타워 가는 길들 대부분은 토평IC에서 표지판을 따라가라였는데, 직접 가 보니 왜 그렇게 설명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리타워는 환경 시설물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 위에 운동장을 만들고 타워를 세웠단다. 구리타워를 찾은 날, 저녁 시간인데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잘 정비된 구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한 번 갈아타면 구리타워 전망대에 올라간다. 그리고 계단으로 한 층 더. 그러면 거기가 구리타워 회전식 레스토랑인 G레스토랑이다.

어릴 때 나는 회전식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전망대 전체가 스스르 도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와, 저 전망대 전체를 돌리는 건 참 대단한 기술인 걸?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전망대가 도는 건 보지를 못했다. 하긴 탑 클라우드가 있는 종로타워는 한 때 탑 클라우드가 있는 꼭대기 층이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소문도 있긴 했다 ^^ 전망대 전체가 도는 것이 아니라 식당 내부에 회전판을 설치했다는 걸 깨닫고는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G레스토랑엔 두 종류의 테이블이 있다. 창가 쪽을 바라보고 두 명이 같이 앉는 형태의 커플석이 있고 일반적으로 마주 보고 앉는 형태의 좌석이 있다. 예약하는 사람들에 따라 알아서 배치를 하는 듯. 물론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 곳을 골라갈 수도 있겠다.

일단 식사 주문부터. 요즘은 해산물이 대세라니, 해산물 코스를 시켰다. 1인분에 7만원. 좀 과하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 정말 사치를 부려봄직한 날에 와야 한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럼 일단 나오는 메뉴부터 구경을 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 그리고 와인. 특별한 와인이길 기대하지 말자. 그냥 평범한, 새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뒤에 남는 그런 전형적인 화이트 와인이다. 그리고 사진에는 빼 먹었지만 따뜻한 세 종류의 빵이 나온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빵을 와인 안주로 즐겨하는 내게는 딱 좋은 배합이다. 물론, 빵은 안주로 나온 건 절대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복이다. 비린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쫄깃하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스프와 샐러드. 전채인 전복이 은근히 입 맛을 댕겨줬는데 이거 이거 스프는 영 아니다. 그냥 딱 인스턴트 그 맛 그대로. 구색 용이라 생각하고 그냥 패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키조개의 관자다. 관자에 고소한 소스를 부어 올리고 연어알로 꾸몄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밑에 깔린 건 파인애플. 관자는 오래 익히면 질긴데, 적당히 익혀 쫄깃한 맛이 괜찮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메인인 바닷가재. 사실 반 마리 정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마리가 통으로 나와 깜짝 놀랐다는… 치즈를 넣고 기름을 발라 구워낸 듯. 사실 진짜 맛있는 바닷가재라면 아무 양념없이 쪄 먹기만 해도 좋을텐데 ^^ 치즈와 기름 맛이 다소 느끼했던 건 사실이지만, 바닷가재가 어디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말인가. 그래서 어느 틈에 게 눈 감추듯 끝. 바닷가재와 함께 당근, 감자, 그리고 조그만 주먹밥이 어우러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과일과 차가 나오면 식사는 끝. 전체적으로 식사의 품질은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흔히 먹을 수 없는 먹거리인데다가, 샐러드나 와인을 아무 부담 없이 더 주는 넉넉한 인심 때문에 유쾌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인심을 포함해 5점 만점에 4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명에 따르면 G레스토랑은 한 바퀴 회전하는데 55분이란다. 회전 속도는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고 내부가 회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데 있는 창틀 같은 걸 본다면 멀미 기를 느낄 수도 있다. 어떤 분은 이걸 가리켜 KTX 역방향을 타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듯 하다. 회전하는데 거부감이 있다면 순방향을 찾는 것이 좋을 듯.

마지막으로 환할 떄 찍은 전망 사진을 하나 보탠다. 야경을 찍어야 제 맛이겠지만, 식사 도중 야경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것도 우스운 일인데다가 반사가 워낙 심해 제대로 된 야경을 찍을 수 없었으니 야경 사진은 패스. 물론 절대적인 실력 부족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사진 오른쪽 구석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은 절대 UFO가 아니다. 전망대 내부의 전등일 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G레스토랑은 서울에 있는 호텔들처럼 그렇게 세련된 멋은 없는 곳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호텔 분위기를 연상했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다. 음식 맛도 감동을 줄 만큼 짜릿하게 맛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소위 하는 말로 가격이 착하다. 맨 처음 언급했던 레스토랑들 중에 이 정도 음식을 이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게다가 G레스토랑의 가격에는 부가세와 봉사료가 따로 붙지 않는다. 한 사람 앞에 딱 7만원. 이것 저것 줄줄이 붙어 나오는 호텔 레스토랑에 비하면 가격 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 더욱이 샐러드나 와인, 커피를 리필해 먹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누가 뭐래도, 전망 하면 역시 바다가 최고다. 그러나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을 기준으로 친다면 구리타워의 전망도 절대 빠지는 전망은 아니다. 정말로 하루,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그런 날엔 한 번쯤 가 봄직하다. 그러나 한 가지 정말 중요한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특별한 날은, 사람이 있기에 특별한 날이지, 분위기나 전망이 좋아 특별한 날이 된 건 아니다. 아무리 특별한 날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이 특별하지 않으면 그 날은 보통 날과 다름없는 날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특별한 분위기와 전망은 그저 장식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 FIN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71

전주하면 뭐가 떠오를까. 내게 있어 전주는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의 고장 - 어째 먹는 걸로만 연결시키는지 - 이다. 이것은 내가 전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남원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길, 어쩌다가 잡은 길이 전주를 들러 호남고속도로를 타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전주를 안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잘 아는 후배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한옥마을을 찾아갔다. 다행스럽게도 한옥마을은 남원에서 전주로 오는 길 옆에 바로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솔직히 한옥마을이라고 해서 큰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어랏? 이게 무슨 일인가. 한옥마을을 가로지르는 길 주변에 죄다 공사중이다. 어디 편안하게 차를 세워 놓고 구경할 만한 그런 구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뭐 이래 툴툴 대면서 한옥마을 길을 빠져나오는데, 눈에 턱 걸리는 건물이 보였다. 바로 전동성당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동성당은 프랑스인 보두네신부가 1914년에 지었다고 하는데 호남 지방에 들어선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란다. 국가지정기념물 288호로 중요한 역사유적이기도 하고 게다가 전동성당이 자리잡은 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가 순교한 곳이라서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떠나 전동 성당은 경외스럽기만 했다. 누구라도 들어가면 기도를 하고 나와야 할 것 같은 장중한 분위기. 훔치듯 셔터를 누르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불경스럽다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동성당에서 경건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5시가 채 못 된 시간, 저녁을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이었다. 그러나 주변에 딱히 아는 곳이 없으니 어디 가서 시간을 때울 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워 그냥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삼백집을 향했다. 내비게이션을 찍어 보니 삼백집은 전동성당에서 약 1.5킬로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비게이션 덕분에 잘 찾았다. 아직 식사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삼백집 안에는 겨우 한 테이블 손님이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아주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비록 배는 덜 고팠지만.

삼백집은 만화 식객에도 소개되고, 사방 여기 저기 안 나온 데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하루에 삼백 그릇만 팔아서 삼백집이라고 했단다. 콩나물국밥을 비롯해서 몇 가지 메뉴가 있지만 나는 무조건 콩나물국밥. 가격도 정말 착하다. 4천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콩나물국밥을 주문하면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달걀 후라이와 김을 가져다 준다. 반찬은 그렇다 치고, 달걀 후라이. 이걸 안 주면 진짜 콩나물국밥 집이 아니다. 이건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지만, 사실 사람들은 다 제각각 먹는다. 그냥 훌렁훌렁 먹는 사람, 달걀 후라이에 김을 비벼 먹는 사람, 뜨거운 국밥을 덜어 같이 비벼 먹는 사람, 안 먹는 사람(!) 여러가지다. 뭐 자기 좋은 대로 먹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나저다 달걀 참 예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디어 팔팔 끓는 콩나물국밥이 나왔다. 취향에 따라 고추를 잔뜩 넣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잘근 잘근 씹히는 콩나물과 얼큰한 국물이 아이러니하게도 부드럽다는 생각이 든다. 국물 참 부드럽고 담백하다. 그리고 깍두기. 왜 깍두기들은 한 입에 먹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썰어주는지 모르겠지만 ^^ 아삭 아삭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4천원짜리 콩나물국밥이 무슨 진수성찬처럼 맛있는 음식은 아닐게다. 그러나 부담없는 가격에 배고픈 속을 훌훌 댤래기에 이만큼 좋은 음식도 흔하지는 않다. 게다가 무언가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그런 야릇한 맛이 이 집 콩나물국밥에는 들어 있다.

콩나물국밥만 먹으러 전주를 가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전주에 갔다면 꼭 먹어보라고는 권할만한 음식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명불허전이라고 하는가 보다. / FIN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57

태어나서 ‘진주’는 처음 가봤습니다. 진주에서 태어나셨거나 진주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들은 좀 다르겠지만, 저처럼 진주를 가보지 않았거나 이제 겨우 한 번 가 본 사람들은 ‘진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남강’ 아니면 ‘논개’를 떠올릴 뿐 그 외에 특별한 어떤 이미지가 없을 겁니다.  

처음 가보고 뭘 알겠습니까마는, 진주는 참 느낌이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아름다웠고, 남쪽 지방에서 부는 훈훈한 바람이 겨울인데도 꽤 푸근했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 일도 잘 하고, 식사도 잘 하고 왔으니 사실 좋지 않은 기억이 생길래야 생길 수도 없겠지만요.

저는 맛집을 소개하기 전에 꼭 세 번은 가보고 나서야 글을 씁니다. 맛이라는 건 워낙 주관적인데다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세 번 가보고 나서 아, 이 집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면 그 때 글을 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규칙을 깨야만 하겠네요. 맛있게 잘 먹었는데 세 번씩 갈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벽부터 내려가 업무를 끝내니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어른을 한 분 모시고 가기도 했습니다만, 진주에 계신 분들이 점심으로 염소 불고기를 먹자 하는군요. 순간, 어유 누가 아저씨들 아니랄까봐 그런 걸 먹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고기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데다가 왠지 염소라고 하니까 노린내 같은 것도 날 것 같고, 거부감이 생겼거든요. 하지만 제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조용히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기밥이나 먹어야 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염소 불고기를 먹는다 하니까 무슨 산 밑에 있는 허름한 식당 같은 곳을 찾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랏? 깔끔하고 모양새도 나름대로 괜찮은 건물로 들어가더군요. 진주 계신 분 말씀에 따르면 그 건물이 무슨 상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깔끔한 건물 때문에 이미지가 좀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염소 불고기라니... 영...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찜찜하게 앉아 있는데 찬이 깔리고 염소 불고기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생긴 건 별로 이상하지 않네요. 그냥 불고기와 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딱히 무슨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리고 잠시 후, 나름대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집 사장님이 들어오신 거지요. 사장님 들어오신 거야 뭐 특별한 일은 아닌데, 사장님만이 해주시는 특별 서비스가 놀라운 겁니다. 부추를 한 다발 가득히 익어가는 염소 불고기 위에 넣고 손으로 - 뜨거울 텐데 - 염소 불고기와 부추를 섞어주는 겁니다. 그 장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놀란데다가 신기하기도 해서 어어~ 하다가 놓치기는 해서 아쉽긴 합니다만 여튼 손으로 부추와 불고기를 쓱쓱 섞어주는 모습에 박수라도 치고 싶을 지경이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와중에 들은 말씀이, 어릴 적 아버지가 해주시던 염소 불고기가 너무 생각나서 한 번 해봤는데 영 그 맛이 안 나더라. 7년을 연구했더니 드디어 그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다더라 그런 얘기였습니다. 뭐 얘기야 그렇다 치고 이제 맛을 봐야 할 때지요.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냄새 말고는 - 염소고기에서는 냄새가 날거라는 편견 떄문에 느껴지는 ^^ - 어떤 특이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소 불고기보다 덜 느끼했고, 그래서 담백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봅니다. 기름기 같은 것도 덜 했고요. 무엇보다도 흙냄새 가득 나는 부추 향이 염소 불고기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염소 불고기는 이렇게 먹는 거랍니다. 쌈무에 불고기 한 점 얹고 부추 가득, 그리고 갓김치도 넣어 돌돌 말아 먹습니다. 담백한 고기 맛, 흙냄새 나는 부추 맛, 쌉싸름한 갓김치 맛, 그리고 새콤한 쌈무의 맛이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건 보너스. 진주에서나 마실 수 있는 ‘진주’라는 술입니다. 술이라면 워낙 좋아하는 저니까 얼른 한 모금 입에 대었는데, 한약재도 들어간 듯 싶고 여러 기기묘묘한 맛이 나는데 정체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병을 봤더니, 아하, 이건 도라지 술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코스로 볶음밥도 빠질 수 없지요. 불고기가 맛있었는데 볶음밥이 맛없을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여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아주 잘 먹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것도 창피했고요.

무책임한 자세인줄 알지만, 저는 진주를 처음 가봤기 때문에 그 식당을 찾을래도 도저히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한테서 식당의 위치를 찾는 건 기대하지 마시고요, 제가 검색을 해봤더니 관련 정보가 엄청나게 나오는 군요. 진주시에서 제공하는 여행 정보 페이지에 이 집에 대한 소개가 있으니 그걸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진주시 여행 정보 안내 보러 가기

사실 진주를 언제 다시 가게 될지, 아니면 앞으로 더 갈 일이 없을지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이 집 한 번 꼭 다시 가보고 싶군요. 가끔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잘 알게 해준 집이니까요. / FIN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25


면 릴레이 시즌 2 : 유천칡냉면 : 물냉면

모름지기 냉면과 아이스크림은 추운 겨울에 먹는 법이랍니다. 이냉치냉, 혹은 이열치열의 은근한 쾌감을 놓치지 말라는 뜻일까요. 어쨌든 저는 춥던 덥던, 냉면을 먹자고 하면 항상 오케입니다. 냉면을 참 좋아하니까요.

그렇게 냉면을 좋아하긴 하지만, 절대로 아무데서나 냉면을 먹지는 않습니다. 냉면이라는 게 고기집이든 분식집이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메뉴이긴 하지만, 제 맛을 내는 냉면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릇 냉면이란 시원하기만 하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라고들 합니다만, 그냥 차다고 해서, 혹은 맵다고 해서 그걸 냉면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하면 냉면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까요.

냉면 전문점이 아닌, 냉면을 사이드 메뉴로 취급하는 집에 가면 냉면에 대한 기본부터 지키지 않는 집이 많습니다. 미지근한 육수, 툭툭 끊어져 버리는 면발, 밍밍한 건 둘째치고 조미료 냄새가 가득나는 냉면을 마주하고 있으면 내가 왜 이런 걸 돈 내고 먹나, 그런 생각이 들게 되죠. 그래서 저는 서비스로 거저 준다고 해도, 엉터리 냉면은 잘 안 먹습니다.

풍납동 유천칡냉면. 사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한 집이지요. 주택가 한 켠에서 장사를 시작한 집이 처음 시작한 집과 그 옆집을 차례로 인수하며 식당으로 넓혔고, 결국에는 새로 건물을 지어 올려 거대 냉면집으로 돌변함과 동시에 주변을 식당가로 바꿔버렸지요.  그러면서 전국에 유천칡냉면이라는 유사 상호를 엄청나게 퍼뜨린 그 주인공. 모 포탈 사이트 사장님이 포탈 사업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 이 집 매출을 무척이나 부러워 했다던, 바로 그 집이죠. 지금이야 그럴리 없겠지마는 ^^

제가 이 집을 알게 된 것도 십 년을 훨씬 넘겼을 겁니다. 그 동네 지리에 익숙하던 친구 녀석을 따라갔다가, 아,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 녀석 웨딩 사진 찍는 거 도와주던 날, 촬영을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따라 갔던 집이 바로 이 집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단독 주택을 개조해서 식당을 만들었던 터라 뭔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입구에서부터 사람이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랬던, 그리고 냉면을 먹어 보고 나서 한 번 더 놀랬던 그런 집이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 말이 길었네요. 칡냉면 답게 이 집 냉면은 면발이 시커멓습니다. 회냉면, 비빔냉면, 물냉면이 있는데 저는 물냉면만 좋아라 합니다. 매운 걸 좋아하면서도 이상하게 비빔냉면은 내키지가 않더군요. 어쨌든, 이 집 물냉면. 시커먼 면발 위에 커다란 배 한 쪽 - 역시 냉면엔 배가 빠지면 안돼요, 이렇게 듬직하게 큰 배! -이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얼음이 숭숭 살아 있는 육수! 적어도 냉면이라면 이 정도 얼음은 살아 있어야 다 먹을 때까지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명과 면발 사이에 숨어 있는 매콤한 양념을 육수에 풀어 먹으면 됩니다. 듬뿍 들어 있는 깨가 가끔 이 사이에 끼어 귀찮게 굴기는 하지만, 속까지 다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매콤한 양념을 즐기다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인데도 어느새 냉면 그릇이 바닥을 보입니다. 담백한 물냉면과는 또 다른 매콤한 맛이 칡냉면의 장점입니다.

다 아실 만한 집이라 굳이 위치를 알려드리지 않아도 되겠지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분들이 있을까봐 다음에서 지도를 가져와 붙여 봅니다. 그리고 아직 못 가본 분이라면 이맘 때쯤 한 번 가보실 것을 권합니다. 여름에는 조금만 늦어도 문 앞에서 이십분은 기다려야 하거든요.

지도를 클릭하시면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도를 잘 보시면 오른쪽에 하늘색 부분은 올림픽 공원이고요 빨간색 줄이 그어진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서하남IC가 나옵니다. 빨간 줄을 타고 앞으로 계속 가면 천호동으로 가게 되고요. 그 반대쪽은 잠실역 쪽 방향입니다. 잠실역 방향에서 가다 보면 올림픽 대교 사거리를 지나고 그 다음 사거리가 바로 저기지요. 잠실역 방향에서 가신다면 저 사거리에서 유턴해 맥도날드 사이길로 진입, 골목길을 타고 주욱 들어가다 보면 붉은색 압정이 있는 곳에 유천칡냉면이 있습니다. 주차도 알아서 해주니까 걱정 말고 가셔도 됩니다.

참고로 면 릴레이의 열렬한 애독자 한 분이, 지난 번 시즌 1에 갔던 집들을 너무 우려 먹는 거 아니냐(!)고 항의(헉!)를 하셨습니다. 시즌 1에 갔던 집을 또 가더라도, 좀 새로운 메뉴로 도전해 봐라는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 원래 그럴 계획이긴 했습니다만 ^^ - 새로운 면 메뉴에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엔, 우리가 잘 모르는 이름조차 생소한 면들도 참 많이 있더라고요. 뭐, 혹시 ‘팔진초면’이라는 중국 면은 들어보셨나요? ^^ / FIN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면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24

깔끔하고 단백한 요리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난 무조건 샤브샤브다. 끓는 육수에 해산물이나 고기, 채소 등등을 살짝 빠뜨려 익혀 먹는 샤브샤브야 말로 깔끔 담백의 대명사일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샤브샤브 국물에 말아먹는 국수와 죽... 어떤 샤브샤브에 해 먹어도 그 맛은 일품이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백합은 꽃이 아니라 조개의 한 종류다. 이 집의 샤브샤브는 백합 조개로 시원한 조개탕을 끓이고 그 국물에 고기나 버섯, 청경채 등이 채소를 넣어 먹는 집이다. 기본적으로 샤브샤브 육수가 백합 조개탕이라는 것이 큰 특징. 다 알다시피 조개탕이란 얼마나 깔끔, 시원한 먹거리인가, 그 국물에 샤브샤브를 해 먹는다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찾아간 이 집.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는데 김치부터 예사롭지 않다. 잘 익었을 것 같은 넉넉한 크기의 깍두기를 한 입 물었는데 아삭하고 새큼한 깍두기 특유의 맛이 입 안 가득 들이찬다. 어, 이거 맛있네?

잠시 기다리면 둥그런 샤브샤브 냄비에 백합이 한 가득 담겨 나온다. 이미 주방에서 충분히 끓여 나왔기 때문에 나오자 마자 손님 개인 그릇에 덜어 준다. 쫄깃한 백합 조개, 그리고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국물의 시원함이란.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곳에 있어서 술 한 잔 곁들이지 못하는 것이 정말 큰 아쉬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합 조개를 다 먹고 나면 고기를 넣어 준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고기를 넣으면 백합 조개의 시원한 국물이 왠지 오염(!)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조개탕의 시원한 국물이 고기가 들어가면서 왠지 좀 끈적(!)해진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지난 번에 갔을 때 고기를 빼고 먹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주문할 때 고기를 빼 달라고 하면 고기를 빼고 대신 백합을 조금 더 늘려 준단다. 오케이. 그래서 이번에는 고기를 빼고 먹었다. 개운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합 조개를 다 먹고 나면 다음은 고기와 채소 코스다. 그런데 난 고기를 뺐으므로 바로 각종 버섯과 청경채, 배추 등 투입. 버섯의 향긋함이 예사롭지 않다. 진한 버섯 향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데친 채소를 먹는 것이야 말로 담백함을 느끼는 최고의 방법일 듯. 여기까지만 먹어도 이미 든든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아직 코스는 남았다. 무엇보다도 즐기는 칼국수 차례. 직접 면을 밀어 만든 면이 정말 쫄깃하다. 입에서 씹히는 맛을 느끼다 보면, 아, 날마다 이런 칼국수만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이 생기기도. 조개도 좋고, 채소도 좋지만 조개탕에 채소 우러난 국물에 삶아먹는 칼국수도 일품이다. 그리고 현재 면릴레이 시즌2를 벌이고 있는 나로서는 국수가 메인이었다고 크게 외친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통 샤브샤브는 칼국수가 끝이지만, 이 집은 한 코스 더, 죽이 남았다. 죽. 흰 밥에 채소 조금 썰어 넣고 달걀 하나 풀어 끓일거라는 예상은 처음 온 날 깨져버렸다. 흑미에 율무, 잘게 썬 당근 등이 들어 있는 죽 재료 자체도 예사롭지 않다. 국물을 적당히 덜어 내고 - 사실 소주가 있었다면 이 국물 정도는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었을 것인데 - 시원한 국물에 끓여낸 죽은 부드럽게 씹히며 배부른 속을 살짝 달래준다. 보통 음식이란 처음 먹으면서 감탄하고 지나면서 거기에 익숙해지는 법인데, 이 집 샤브샤브는 조개탕부터 시작해서 버섯에 감탄하고 칼국수의 쫄깃함에 즐거워하고, 특별한 죽에 환호를 지르는, 아주 보기 드문 음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로 가야 해서 위치를 찾기는 좀 애매하고 그래서 저녁에는 외려 좀 한가하지만 낮에는 근처 기업체에서 손님 접대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 바쁜 시간에 갈 때는 예약이 거의 필수란다. 이건 식당 주인에게서 들은 얘기가 아니라, 그 집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들은 얘기니 과장되거나 틀린 말이 아닐 게다. 사실 성남과 분당으로 넘어가는 무슨 고개를 넘어가면 있는 집인데 위치는 말로 잘 설명 못하겠다. 대신, 이 집을 먼저 소개한 짠이아빠님의 글을 링크하는데 이 글에 주소와 전화 번호가 나와 있으니 이를 참조하면 될 듯.

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_ 광주 맛집


내 블로그에서 평가 받은 몇 안되는 집 중에서도 별 다섯 개 만점 중에 네개 반을 준 집은 단 하나 밖에 없는데, 너와집 샤브샤브는 네개 반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집이다. 왜 다섯 개를 안 주냐고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차로 가야만 해서 소주를 즐길 수 없는 것이 탈이라고. 대리를 부르면 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되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백합 샤브샤브 1인분에 1만 4천원.백합이나 조개, 채소 등등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남자 세 명이 간다면 샤브 3인분에 백합 하나 정도 추가하는 게 좋을 듯. 아니 남자 3명 보다는, 남 만큼 먹는 세 명이라고 해야 겠다. 멀어서 자주는 못 가도 분기에 한 번 쯤은 빼놓지 않고 가고픈 집이다. / FIN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13

  1. 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_ 광주 맛집

    Tracked from Zoominsky S2  삭제

    뉴질랜드 이야기만 너무하니 제 블로그에서 버터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깔끔하게 입가심을 해줄 음식 하나 소개드리겠습니다. 이 집의 메인은 바로 샤브샤브입니다. 워낙 샤브샤브 잘하는 집들이 많으니 어디 명함을 내밀까 싶으시겠지만, 이 집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또한 소재도 아주 특이합니다. 크고 맑으며 청아해 보이는 '백합조개'라는 것입니다. 워낙 비싸서 집에서는 잘 먹지 않죠. 기껏해야 모시조개 정도면 아주 훌륭한데 백합이라니..

    2008/01/04 20:17
  2. 바텐로이님의 노트 테마글

    Tracked from 바텐로이님의 tossi  삭제

    새콤하면서 짜릿한 매실주 괜스레 기분도 우울하고 날도 덥고 의욕도 잘 안 생기는 이런 날엔 시원한 평상에 주저 앉아 매실주 한 잔 축이고 싶다 성남과 분당 사이 이배재 고개 중간에 있는너와집 백합 샤브샤브 백합 조개를 넣고 끓여낸 샤브 육수에 채소와 버섯, 그리고 칼...

    2008/08/05 17:00

꼬치구이를 좋아한다면 이 집 얘기를 꼭 한 번 읽고 가실 만 합니다. 물론 꼬치구이를 싫어하신다면 패스. 지금부터 제가 쓰는 글은 꼬치구이 집인 '신신꼬치집'에 대한 부가 설명 정도이므로 제 글을 읽기 전에 아래 두 글을 꼭 먼저 읽고 오셔야 합니다. 게다가 이 글은 부가 설명이므로 사진 같은 거 없습니다. 그러니 사진 등등은 아래 두 아빠 블로그에서 충분히 보고 오세요(이 무슨 불성실한 블로깅이란 말인가!).

짠이아빠님 양꼬치가 맛있는 신신꼬치집  vs 파찌아빠님 [신신꼬치집/송파역] 양꼬치와 칭따오맥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짠이아빠님 블로그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찌아빠님 블로그


두 아빠께서 신신꼬치집에 대해 극찬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좋은 평을 쓰셨는데 제가 굳이 사족을 다는 이유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이 집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위 두 글을 다 읽고 '아 정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신 분들은 그 때부터 제 글을 한 번 더 읽고 가셔도 좋습니다.

결론부터 간단히 말씀드리면 일단 두 아빠들이 좋아한 것처럼 이 집은 '아빠'들이 좋아할 만한 집이지, 엄마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집은 절대 아닙니다. 아마도 깔끔한 분위기 좋아하는 분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게다가 이 집에서 파는 꼬치라는 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뎅꼬치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 짠이아빠님 표현에 따르면 '하드코어'한 꼬치들입니다.

파찌아빠님이 소개한 신신꼬치집은 짠이아빠님과 저에게는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송파구에 있습니다. 당연히 그 글을 보고 나서 '입질'이 살살 올 수 밖에 없죠. 게다가 짠이아빠님은 꼬치구이 광팬입니다. 꼬치구이라 해서 오뎅꼬치 등등을 생각했던 저도 별 부담 없이 한 번 가 보자고 했죠. 일곱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고 저녁 대신 간단하게 먹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파찌아빠님이 위치 소개를 잘 하셔서 찾는 데는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식당이 지하로 내려갑니다. 어랏? 느낌이 살짝 이상합니다. 게다가 짠이아빠님이 써 놓으신 것처럼 계단엔 물이~ 갑자기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넘어지면 개망신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살 내려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 갔는데 ^^ 헉, 식당 한 편에서는 아저씨가 누워 주무시고 있고(!), 몇몇 분이 모여 만두를 빚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야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무실 수도 있으니 그걸 탓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리고 꼬치집 가기에 일곱시가 이른 시간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좀 당황스럽더군요. 게다가 손님이 아무도 없으니.

순간 뻘쭘해 있는 저를 보고 식당에 있는 분들도 손님이라고는 생각 안 했는지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고 '너무 일찍 왔나 봐요'라고 말을 했더니 그제서야 '어서 오세요~' 하시던 걸요. 그런데 식당 분위기, 아, 이거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테이블,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식당, 왠지 깔끔하고는 거리가 먼 식당 주인분들. 솔직히 저는 살짝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적응 안 되는 분위기에 앉아 있을라니 영 좌불안석입니다. 그래도 왔으니 닭똥집과 떡심을 시켰는데, 양꼬치가 제일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시니, 뭐, 솔직히 이름만으로는 잘 안 땡기지만 일단 달라고는 해 봤습니다. 대충 다른 얘기들은 두 아빠님 블로그에 있으니, 잘 보시면 되고, 일단 양꼬치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양고기를 잘 안 먹어서 양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양고기가 괜찮습니다.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집에서도 양고기가 있는데 소고기나 별 차이 없거든요. 그러니 양고기는 추천할 만 합니다.

그런데 닭똥집은 별로입니다. 살짝 비린내 같은 것도 나고 해서 저는 못 먹었습니다. 떡심은 쫄깃쫄깃한 맛 그대로라서 저는 잘 먹었습니다만, 이것도 처음에 살짝 덜 익을 때 먹으니 약간 냄새가 나더군요. 잘 익히면 좀 질겨 지고, 덜 익히면 냄새 나고, 하여튼 중간에 맞춰 딱 익히기는 좀 어렵습니다.

칭따오 맥주를 3천원에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최대 장점이지요. 아마 전국 어디에서도 이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곳은 이 집 밖에 없을 겁니다. 이 점은 저도 다른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짠이아빠님이 쓰신 것처럼 이 집은 중국에 살던 일가족이 한국으로 건너와 차린 집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일가족 모두 아직 중국 분위기가 좀 납니다. 그리고 식당도 마치 중국 식당 같고요. 중국에서 가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어지간히 큰 관광객 대상 식당이 아닌 작은 식당들은 분위기 적응하기가 영 쉽지 않습니다. 꼬질 꼬질한 분위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 그리고 냉동 시켜 놓은 꼬치들도 모양새가 영 보기는 좋지 않습니다.

하드코어(!)한 분위기를 잘 이길 수 있는 분들은 가셔도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적응하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들은 앉아 있기도 약간 힘드실 겁니다. 꼬치 종류도 두 아빠 블로그에서 메뉴를 잘 살펴 보고 가세요. 보통 사람들은 시키기 어려운 혈관 구이 – 그런데 이게 또 맛있답니다. 저는 도저히 먹을 용기를 못 내지만 – 개고기 샤브 등등이 있으니 이런 것들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싸게 색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곳이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은, 찾아 가셨다가 투덜대거나 심하면 욕 나올 지도 모릅니다.

신신꼬치집은 나름대로 특별한 매력이 있는 집입니다만,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라질 수 있는 집입니다. 막 가시기 보다는, 다시 한 번 메뉴를 살펴 보시고,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시면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간다면 적응하기 쉽지 않아 살짝 고생하실 겁니다. 별 다른 얘기 거리도 없으면서 제가 굳이 사족을 다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FIN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170

  1. 별사랑의 생각

    Tracked from aliencs' me2DAY  삭제

    신강이라는 양꼬치 집에 갔다 왔다. 웹을 좀 찾아봤더니 서울대 앞 경성양육관, 송파구 신신꼬치등 여기 저기 많구나~

    2008/06/22 01:13

더운 여름 땀 쫙 빼면서 먹는 보양 음식으로 설렁탕이나 도가니탕을 빼 놓을 수 없다. 이것 저것 챙기지 않고 간단히 먹을 수 있고 먹고 나면 든든하니 기분도 좋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설렁탕은 절대 아무데서나 먹으면 안된다. 적어도 설렁탕 전문 집이라는 간판이 붙은 집에서 먹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그냥 고기집에서 파는 설렁탕 먹었다가는 밍숭 맹숭한 국물 맛에 괜히 돈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