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면 어떻고 아니면 어떨까. 그런데 왜 기자냐 아니냐 논쟁이 시끄러운 것일까. 그것은 기자에게는 무언가 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반드시 특별한 혜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질문에 대한 즉답이 어려우면, 질문의 원천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블로거가 기자일까 아닐까를 떠나, 도대체 기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 보자.
기자 [記者]
기자(記者)[명사] 신문˙잡지˙방송 등에서 기사(記事)를 모으거나 쓰거나 하는 사람.
아주 단순 명료하다. 기사를 모으거나 쓰는 사람이란다. 또 다른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기자 [記者, 記 적을, 기억할 기 者 놈, 것 자]
기자(記者) (1) 기사를 취재하여 편집하는 등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 취재 ~. 편집 ~. 신문 ~. 방송 ~. 잡지 ~. 사진 ~. 종군 ~.
적는 사람이란다. 적는 사람… 이걸 약간 뒤집어 생각해 보자. ‘신문, 잡지, 방송 등’이라는 표현은 한 마디로 줄여 요약하면 ‘매체’ 영어로는 media라는 말이다. ‘매체’란 어떤 작용을 다른 곳으로 전하는 구실을 하는 물체란다. 즉,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 매체라는 말이다. 아무 거나 전달한다고 다 매체라고 하지는 않을 터. 신문, 잡지, 방송이 전달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저런 걸 다 전달하겠지만 이 역시 요약하면 ‘정보’일 것이다. 매체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기자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만드는 사람
자, 이걸 다 모아 정리하면 기자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혼자서는 아무리 잘난 짓을 해봐야 기자가 될 수 없다. 매체가 있고, 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기자인 것이다. 예전에는 신문, 잡지, 방송 외에는 별 매체가 없었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매체가 있다. 그러니 인터넷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 누구나 다 기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 인터넷 언론이라고 말하고, 인터넷 기자라고 하고… 하여튼 많다.
쉽다. 아주 단순하다. 내가 글을 쓸 수 있고 매체가 있으니 글만 쓸 줄 알면 기자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그걸로 다 끝나는 것일까?
정보는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전달되고, 소비된다. 그 세 가지 축이란 다름 아닌 정보를 생산하는 축, 정보를 전달하는 축, 정보를 읽는 축이다. 쉽게 말하면, 기자와 매체와 독자의 세가지 축을 타고 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축에는 저마다의 책임이 있다.
정보를 순환시키는 세 축의 책임
정보를 생산하는 기자는 진실된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고, 감춰진 거짓말을 밝혀 내고 공공의 이익에 적합한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자신이 생산한 정보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고 누군가 피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는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생산하는 것은 기자지만 전달하는 것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매체가 아니었다면 그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을 테니 전달하기 전에 충분히 검증하고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매체는 기자를 선별할 때 고심하는 것이다. 일일이 기사를 검증할 수 없으므로 기자 개인을 검증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민 기자를 내세우는 인터넷 매체들이 이런 점에서 취약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도 진정한 매체가 되려면 자신들을 통해 정보를 출판하는 기자들에 대한 기본 검증은 충분히 거쳐야 한다.
정보를 접하는 독자는 정보를 선택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정보를 읽고, 그 정보에 따라 어떤 행동을 했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결국 그 정보를 선택한 책임은 독자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날 때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기자나 매체로부터 같은 얘기가 나올 때는 그 정보를 의심할 여지가 줄어들겠지만, 한 곳에서 흘러나온 정보는 신뢰성이 검증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정보를 선택했다는 것, 그것은 독자의 책임이다.
책임질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정리하면 기자는 책임질 수 있는 자기만의 정보를 생산해 내는 사람이다. 그 아무리 유명한 신문 방송은 물론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임지지 못하는 글을 남발하는 이상, 그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매체의 힘을 업고, 기자라는 기득권으로 잔뜩 무장했다 하더라도 ‘~카더라, 아님 말고’ 식의 기사를 남발하는 이상, 그는 쓰레기를 생산하는 또 하나의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또 그 정보를 이용해 먹는 사람은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그는 장사꾼일 따름이다. 그것도 아주 질 떨어지는.
진실한 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자신 있게 출판하는 사람, 우리는 이제 그를 기자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한 글을 모아 제공하는 매체를 진정한 미디어라 불러야 할 것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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