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11/27 [책] 신조협려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2 (26)
  2. 2007/01/04 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4)

이 글과 연관된 예전의 글 하나.

2007/01/04 - [미디어 다시 보기] - 사조영웅전 - 편견에 묻혔던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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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이란 작가에 대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니, 굳이 여기서 주절 주절 말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리고 이미 사조영웅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무협 소설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고 말했으니, 그것도 더 강조할 이유는 없을 게다.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아직도 '무협지를 보냐'며 핀잔을 날린 사람들에게 꼭 한 마디 더 하고 싶다. 김용 소설은 무협이 아니다. 장편 역사 소설일 뿐.

이번에 소개할 이 책, 신조협려는 사조영웅전의 후속편이다. 예전에 고려원에서 번역한 김용의 영웅문으로 쳐도 2부에 해당한다. 사조영웅전에 등장했던 1세대 인물들과 그들의 후손인 2세대 인물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로운 얘기다. 따라서 사조영웅전을 읽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읽는다면 틀림없이 지루하고 재미없을 터이니, 혹시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사조영웅전을 먼저 찾아 읽기를 권한다.

사실 신조협려라는 이 이름은 책보다는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 더 유명할 게다. 무협지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1980년대 초반 유덕화가 주연했던 영화를 기억할 테고 - 적어도 영화 이름 정도는 기억하지 않을까 -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세대라면 게임에 더 익숙할 것이다. 최근에 중국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인터넷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전체적으로 신조협려는 영웅보다는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겪었으면서도 몸에 밴 천성처럼 껄떡거리는 양과지만, 소용녀를 향한 마음 하나는 절대 변치 않는다. 세상의 편견과 양과를 위한 마음에 몇 번씩 돌아서던 소용녀도 결국 다시 양과에게 돌아온다. 변함없이 하나를 믿고 있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루어진다는 걸, 소설 하나에도 나는 깨닫는다.

전체적으로 평점을 주자면 5점 만점에 4점 정도. 매일 같이 머리아픈 책 보다가 머리를 식힐만한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김용의 소설은 무협지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어볼 만하다.

ps>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에 이어 영웅문3부에 해당하는 의천도룡기도 드디어 책으로 나왔단다. 아직 보지는 못했고 얼마전 블로거뉴스에 익스트림무비님인가 쓴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으면 아마 인터넷 서점에서 살 가능성이 짙다. 그나저나 오프라인 서점들도 10% 할인해 주도록 법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왜 오프라인 서점은 할인을 안 하고 있는 것일까.

신조협려 / 총 8권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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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난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 때 만큼 많은 책을 읽었던 적도 없었고 그 때 만큼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많았던 적도 없었다. 게다가 어째 저째 해서 근 4학기를 도서관 근로장학생 자리까지 얻어냈으니, 내 대학 시절은 도서관을 떠나 생각할 수가 없다.

도서관을 그렇게 뻔질나게 돌아다녔고, 나름대로 수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손 대지 않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고려원에서 출간했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였다. 나름대로 고고한 문학도였던 나는 어라? 도서관에 웬 무협지? 이거 정말 질 떨어지는 일이네... 하는 편견을 심하게 가졌었고 의도적으로 영웅문 시리즈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손 떼 묻고 낡아서 몇 번씩 책 표지를 보완해야 했던 영웅문 시리즈는 도서관 서가에 어지럽게 꽂힌 채 내 이십 대의 기억에만 남아 있었다.

사회 나가서 이런 저런 직장을 거치던 중, 광화문 교보문고 근처에 있는 직장엘 다닐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기억을 살려서일까. 점심시간 틈만 나면 서점으로 달려갔고 심심할 때마다 서점에 들르는 것이 버릇 처럼 되었다. 거기에 갈아타지 않고 지하철 한 코스로 45분 걸리는 출퇴근 길도 나를 도왔다. 지하철 타기만 하면 내내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해 난, 200여권의 이런 저런 책을 읽어치웠다.

뻔질나게 서점을 들락날락 거리다 보니 철 지난 탓에
싸게 파는 책들을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다. 이문열 평역 수호지 전집도 그때 구입했다. 이런 저런 책 값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싸게 파는 책에는 일단 호감을 가질 수 밖에. 김용의 영웅문을 손에 넣었던 건, 가격이 싸다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영웅문 시리즈 첫번째 책부터 김용은 나를 정신없이 사로잡았다. 무협소설이란 걸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모든 무협소설이 이렇게 방대한 줄 알았다. 대하역사소설이라고 해야지, 이런 걸 어떻게 무협소설이라고 한단 말인가?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정신없이 전 권을 다 읽어치웠고, 내친김에 무협소설에 입문해 보고자 이런 저런 책들에 도전해 보았다.

아, 그러나 나는 몇 권을 더 읽기 전에, 무협소설에 지쳐 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의 이름만 다르지, 그 나머지 행적은 결국 그 얘기가 그 얘기였다. 마치 여자 주인공만 바뀐 포르노 영화를 보는 것처럼 대다수 무협 소설의 내용이 그렇고 그랬단 말이다. 주인공이 배신을 당해 상처를 입고 버려졌는데 심심산중에서 기연을 얻어 희한한 무공도 배우고 천하의 영약도 얻어 울트라캡숑 강력 무술인으로 태어나 복수도 하고 온갖 여자를 차지한다는, 다 그런 내용이었던 것이다.

결국 다시 나는 김용으로 돌아오고야 말았다. 김용으로 인해 무협소설에 눈을 떳지만, 김용 외에 다른 무협 소설은 나를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니 김용을 무협작가로 몰아붙인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다. 김용의 작품은 무협이 아니라 대하역사소설이기 때문이었다.

고려원에서 나왔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얼마전 김영사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김영사 주장에 따르면 예전에 나온 책은 모두 해적판으로 번역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내용도 매끄럽지 않단다. 그렇게 예전에 읽은 책의 표현을 어디 다 일일이 기억할 수 있으랴. 그냥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할 따름이지. 몇 년 만에 다시 읽은 영웅문 1편 사조영웅전은 그 때보다 더 새로운 매력으로 나를 감동시켰다.

사조영웅전. 하도 유명해 누구나 다 아는 내용, 말할 이유가 있을까. 별 다섯 개 만점에 다섯 개를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다. 한 번 손을 대면, 쉴 새 없이 읽어야만 하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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