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7/29 놈놈놈, 다음 번엔 더 좋은 놈이 나오길 (12)
  2. 2007/04/11 넘버3는 잊어라, 우아한 세계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놈놈놈에 대한 얘기를 풀기 전에 몇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도 놈놈놈에 대한 기대가 엄청 컸다. 만주에서 벌어지는 웨스턴 무비라니. 특별한 상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뭐든 좋아하는 나에게 놈놈놈은 올 여름 가장 재미있는 영화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거기에 정우성. 밧줄을 타고 날며 한 손으로 장총을 쏘아 대고,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장총을 돌려 재 장전 하는 모습. 이건 뭐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는 멋진 액션이었다. 이 장면만 보고서도 나는 놈놈놈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바쁘다는 게 핑계긴 하지만, 영화를 보자면 정말 심야 시간 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심야 시간을 선택해 놈놈놈을 봤다. 피곤함이 영화에 빠져드는데 절대 방해가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전에 봤던 핸콕이나 적벽대전 모두 심야 영화로 졸지 않고 봤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을 좀 혹사시킨다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 멋진, 놈놈놈이 아니었던가.

영화 초반. 기대했던 것처럼 영화는 박진감 넘쳤다. 열차를 터는 송강호. 폭탄을 터뜨리는 이병헌. 열차에 타고 기회를 노리는 정우성. 꽉 짜인 스토리대로 영화는 진행됐고 전반 내내 영화에 빠져들다가 정우성이 밧줄을 잡고 나르는 장면에서는 정말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 얼마나 멋진 장면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미를 떠나, 영화 내내 정우성이 제일 멋있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지도가 다시 어떻게 송강호에게 넘어갔는지, 그리고 만주 벌판을 달리는 송강호를, 지도도 없는 모든 무리들이 어떻게 알고 쫓아왔는지 중간 얘기는 잘라 먹고 만다. 영화 중간에 난데 없이 등장한 아편 소굴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고생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일까. 만주 벌판을 달리는 장면은 왜 그렇게 달리는지 특별한 설명도 없이 그냥 지루하게만 이어진다. 그 지루한 장면을 살리는 유일한 볼 거리는 정우성의 장총 돌리기. 그러나 그 멋진 연기로 때우기에 달리기 장면은 너무 길었다. 그리고, 또 다시 연결 고리를 찾기 어려운 세 놈의 결투 장면. 움직이는 바퀴 벌레를 칼로 꽂고 그 칼의 손잡이를 총으로 쏴 맞혀 못 박아 버리는 놀라운 총 솜씨의 이병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다. 솔직히, 영화를 보다가 후반부에는 그만 졸고(!) 말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총 돌리며 달리는 정우성... 그 장면 하나로도 모든 걸 다 용서할 수 있을까...


결국 졸면서 놈놈놈을 보고 나온 나로서는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잘만 하면 쉬리 이후 최고로 재미있는 한국 영화가 될 뻔 했는데, 막말로 김만 새고 말았다. 영화를 보면서, 순간 순간 졸면서도 배우들 참 고생 많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영화 한 편 찍다 보면 어디 배우들만 고생할 것인가. 스탭들도 고생하고 감독도 고생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고생에는 정말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막강한 자본도 없이, 이 만큼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건,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 한 마디로 칭찬해 줄만 하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관객은, 아니, 나라는 관객은 얄밉다. 고생한 것이 눈에 보여도 영화가 재미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줄거리 없어도, 얘기가 없어도 되는 영화는 오로지 포르노 하나뿐이다. 모름지기 영화란 관객들에게 감독의 생각을 들려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멋진 장면 찍었으니 이걸로 끝내자. 이건 옳지 않다. 그리고 관객은, 아니 나는 그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한국 영화로 내가 꼽는 ‘쉬리’가 재미있었던 건, 탄탄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번뜩이는 액션이 있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그건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없다. 그렇게 고생했고, 그렇게 멋진 장면을 만들었는데, 그 고생과 장면을 마음에 와 닿게 할 스토리가 없다는 사실이 나는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까닭에 여기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을 갖고 싶다. 김지운 감독과 세 멋진 배우, 그들을 빛낸 다양한 조연들이 다시 한 번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길 나는 기대한다. 초반의 이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낸 그들이라면, 반드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들의 다음 영화는 꼭 찾아 볼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약속한다.

Bookmark and Share Subscribe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279 관련글 쓰기

  1. 놈놈놈, 리뷰와 넘치는 재미를 충분히 즐기기 위한 팁!

    Tracked from 장미목 딸기의 초록잎  삭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일명 "놈놈놈"을 지난 주말에 보고 왔습니다.이런 저런 말도 많지만 정말 잘 만든 영화로 개인적인 평가는 10점 만점에 8.5을 주고 싶습니다.칸에서 박수를 받았다고 큰 기대하셨던 분들은 실망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놈놈놈"은 과감하게 잔가지를 치고, 한 가지에 올인 한 오락영화라고 생각됩니다.어설픈 반전도, 이념도, 치밀한 스토리도, 관객의 머리 속에 무언가 남기려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보는 동안 재미있...

    2008/07/29 00:43
  2. 뭐냐. 이놈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racked from Sigi Stories  삭제

    원더풀 데이즈를 볼 당시에 부품 꿈을 안고 가서 봤드랬다. 아주 단순한 소망이었다. '재미 있었으면...' 결과는 참담하게도 지루했고, 칭찬해 줄 꺼리가 없었다. 2003년 당시 100억원을 육박하고, 6년이라는 긴 인고와 산고를 거치고 나온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대작은 그렇게 여지없이 나의 지탄을 받았다. 물론 비교의 대상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지만, 평론가가 아닌 그저 영화는 보는 사람이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느끼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그...

    2008/07/29 01:06
  3.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규정된 단어가 주는 힘

    Tracked from ImageTrauma  삭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규정된 단어가 주는 힘 한국식 웨스턴의 도착 놈놈놈은 그 제작 기획부터가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국식 웨스턴이라니. 가뜩이나 리얼리즘의 시각이 강한 우리나라의 영화 풍토이기에 ...

    2008/07/29 23:06
  4. 놈놈놈 실제 촬영 의상을 보니~!

    Tracked from 장미목 딸기의 초록잎  삭제

    주말을 이용해서 극장을 갔었습니다. 영화 볼 날이 아닌지 몇 가지 문제로 영화는 관람을 못했습니다.처음 간 극장에서는 전산시스템 문제로 티켓 발매를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용산 CGV를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보려는 영화는 전부 매진이라 영화는 포기를 했습니다. 대신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배우들이 촬영할 때 실제로 입었던 의상을 전시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좌측에 실제 배우들이 입었던 옷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

    2008/08/04 09:3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우 송강호가 조폭 영화를 찍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난 자연스럽게 넘버3를 떠올렸다. 비단 나 뿐일까. 송강호를 알고 넘버3를 아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똑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재미있거나 스릴 있는 조폭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영화를 홍보하는 측에서는 생활 느와르니 어쩌니 하는 문구를 퍼뜨렸고 자연스럽게 넘버3와 송강호를 연결시켰다. 그러니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 아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조폭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다. 아버지의 직업을 조폭으로 묘사했을 뿐, 사십대 가장의 힘든 삶을 표현하려 한 가족 영화다. 솔직히 배신이나 칼부림은 조폭의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버지들이 일하는 비즈니스의 세계, 그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억압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다닌다. 그러니 결국 조폭이든 아니든 이 시대 40대 아버지들은 똑 같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하긴 40대 아버지의 삶을 소재로 만들었으면 누가 영화를 보겠는가. 여기에 조폭을 결합해서 뭔가 얘깃거리를 만들려 한 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 선입견을 갖고 오게 될 관객들에게 이는 일종의 배신일 뿐이다.

당연히 영화 전체엔 긴장도 없고 스릴도 없다. 간간히 배어나는 웃음의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기엔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군데 군데 눈에 띄는 엉성함들이란… 시나리오의 전개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다.

조폭 얘기. 이젠 좀 지겹다. 하긴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은 영화감독 친구에서 정말 새로운 조폭 영화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하지만 결국 잔인함의 강도만 더해질 뿐,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40대 아버지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조폭의 소재를 끌어오다니. 차라리 색다른 직업을 끌어들이는 편이 더 신선하지 않았을까.

영화에 대한 평가는 포기. 드라마를 원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볼 만 하겠지만 나처럼 넘버3의 기억을 안고 볼 거면 절대 비추.

마지막으로 성남의 롯데시네마 4관. 극장은 작고 화면은 커서 처음엔 어울렁증이 날 정도이고 푸드코트는 한숨이 날 정도. 왜 사람들이 큰 극장으로만 모이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밖에 없다. 작은 극장이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이란 큰 극장 따라하기가 아닌, 자기만의 특성을 개발하는 것 아닐까. / FIN

ps> 사진은 우아한 세계 홈페이지의 포스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해 받은 것입니다.

Bookmark and Share Subscribe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43 관련글 쓰기

  1. 약간 싱거운 영화 - 우아한 세계

    Tracked from Zoominsky S2  삭제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제목은 '우아한 세계',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씨가 열연을 한다는 보도를 보고 무조건 본 영화. 더구나 40대 가장의 애환이 담겨 있다고 해서 더욱 땡겼던 영화. 하지만 왠지 나와 참 비슷하기도 하고 너무 과장되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상황이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등 좀 당황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송강호의 무게감이 영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연기가 조금 흔들린다 싶으면..

    2007/04/11 08:17
  2. 우아한 세계 (2007)

    Tracked from lunamoth 4th  삭제

    2007.04.05 개봉 | 15세 이상 | 112분 | 느와르 | 한국 | 국내 | 씨네서울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이내 상상을 벗어나는 아파트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 내음과 롯데리아 옆 공항 플랫폼처럼, 평소에는 느낄 수조차 없는 생활의 간극들. 누가 보지 않는다면 내팽개치고 싶다는 다케시의 경구로도 쉬이 설명되지 않을, 언젠가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우리네 당신의 초상을 제목 그대로, 칸노 요코의 유쾌한 음악과 더불어 절절한 반어법..

    2007/04/12 11:00
  3. 우아한 세계(2007) - ★★★★

    Tracked from 靑春  삭제

    '아버지 이면서 조폭인 남자의 이야기' 라는 예고편과 시놉시스만 보고서는 막연하게 조폭영화의 또다른 변형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이 영화, 맘에든다. 우선 이 영화의 포커스는 '조폭' 이 아니라 '아버지' 이다. 오직 가족만을 위해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가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조폭' 이라는 장치를 써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거다. 그러니 영화속에서 매번 다치고 부러져 병원신세를 지고 이제 그 생활마져 체..

    2007/04/13 17:23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23)
아빠의 작은 유산 (15)
재미 있는 디지털 (56)
백돌이 골프 일기 (5)
사랑하며 사는 삶 (58)
행복한 음식 얘기 (111)
휴식 가득한 여행 (29)
미디어 다시 보기 (70)
쇼핑 하는 즐거움 (27)
함께 타는 자전거 (37)
우리글 바로 쓰기 (15)

달력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레이토피아 RayTopia

'레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레이' [ http://www.raytopia.net ] / 레이토피아.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