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 편리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은 이미 구축됐다. 이제 TV에는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USB 메모리에 담아 꽂으면 바로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고 IPTV에서도 VOD 기능으로 내가 원하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시대다. 합법 다운로드는 극장 가서 보는 것보다 저렴하고(물론, 극장과는 기본적인 컨셉의 차이가 있지만), 지난 영화도 구해볼 수 있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도 적지 않다.
얼마 전부터 업무와도 연관이 있고, 또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 영화 중에 DVD를 사기엔 왠지 좀 아까운 그런 영화 몇 편을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받아 보고 있다. 비싼 것이 3,500원 정도이고 철 지난 것은 1천원 대이기도 하니 솔직히 부담스러운 비용은 아니다. 그러나 두 군데 유료 사이트를 가서 몇 번 다운로드 받아 본 소감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거다.
특히 그 중 한 군데는, 월정액에 가입하면 무한 다운로드 라는 문구를 보고 가입했는데, 정작 보려는 영화들은 죄다 별도 결제를 해야 했다. 그런데다가 무한 다운로드 하는 영화들의 화질은 SD 급만도 못하고 전체 화면으로 확대도 안된다. 하지만 이런 건 다 참아줄 수 있다. 무한 다운로드는, 내가 더 알아보지 않은 게 실수고, 그닥 유명하지도 않은 영화들을 HD로 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보고 싶은 건 몇 천원이든 내고 보면 되니 그것도 좋다. 그런데 더 참을 수 없는 건 이런 문제다.
영화를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 몇 개의 액티브 엑스를 깔아야 한다. 안 그래도 액티브 엑스 때문에 윈도가 계속 충돌 문제를 일으키는데 또 깔아야 한다니. 게다가 DRM이 걸려 있다는 이유로 전용 플레이어(결국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였지만)에서 봐야 하고(곰 플레이어나 KMP 등으로는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마저도 처음엔 실행되지 않다가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업데이트 하고 나서야 해결됐다.
다운로드 받은 영화도 볼 때마다 로긴해야 하고, PC가 아닌 다른 장비, TV나 Dvix 플레이어에서는 볼 수가 없다. 만일 나처럼 맥북 사용자라면 또 골치 아프다. 맥 환경은 애당초 지원하지도 않는다. 이러니 정작 유료로 다운로드 받아 놓고도, 불법으로 돌아다니는 파일을 다시 찾게 되는 거다.
저작권 보호도 좋고, 유통 경로가 늘어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적어도 돈 내고 보는 사람이 불법 다운로드 해서 보는 사람보다 불편해서는 안되는 거 아닐까. 돈 내고 구입한 나는 PC에 액티브 엑스 깔고(맥에서는 아예 볼 수도 없고), 암호 넣어야 하고,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건 느려 터져서 성질 내며 보고 있는데, 불법 다운로드한 파일은 PC든 맥이든 마음대로 보고, 암호나 스트리밍 같은 건 필요도 없이 그냥 보기만 하면 된다니.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이 형성되어야 소비자가 생기는 법이다. 소비자가 없으니 시장이 없다고 말하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이다. 동영상을 유통시켜 돈을 벌고 싶은 사업자는 그만큼 소비자가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투자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도 만들지 않았는데 소비자가 알아서 물건 사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소비자는 정당한 비용을 내고 다운로드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돈 낸 소비자가 더 불편하다. 이건 뭔가 잘못되도, 좀 많이 잘못된 거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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