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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8 [영화] 순정만화, 사랑은 서두르는 법이 아니다 (25)
내가 영화를 고르는 조건은 딱 세 가지다. 확실히 부시던지, 확실히 벗기던지, 확실히 웃겨야 한다. 영화에 대해서 좋고 싫은 것이 분명한 나로서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벗어난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멜로라거나, 휴먼 드라마라거나 뭐 이런 영화들을 내가 안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재미없기 때문이다. 내가 빠져들지 못하니 지루하고, 항상 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런 경험들이 몇 번씩 쌓이다 보면 왠만해서는 절대로 시도하지 않게 된다.

얼핏 생각나는 몇 가지 영화들은 이런 거다. 타이타닉(진짜 이거 보다가 졸았다!), 마이걸(영화 보는 도중에 앞 좌석 왠 남자가 훌쩍 훌쩍 하는 것이 너무 웃겨서 영화는 기억에도 없다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소재는 호감이 갔는데 영화는 젠장!), 외출(내가 왜 이걸 봤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등이 내 기억 속에 있는 최악의 영화들이다.

물론 어쩌다 봤는데 예외인 경우도 많다. 포레스트 검프는 내 스타일이 확실히 아닌 데도 재미있게 봤고(주로 톰 행크스 나온 영화들이 그렇다. 씨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 터미널 등등. 아, 아폴로 13은 재미 없었지만 ^^), 비포 썬라이즈(세상에나!)는 정말 나로서도 예외인 영화다. 최근엔 맘마미아도! 가끔 그렇게 취향을 거스르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긴 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으면 도전하지 않는 법 아닌가.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도전은 어려운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정만화. 솔직히 난 강풀이라는 만화가는 들어는 봤지만, 그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어쩌면 인터넷에서 한 두번 스쳐 지나긴 했겠지만 ^^) 진짜 순정만화 따위는 좋아하지도 않는 타입이라 애초 이 영화에는 관심도 없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난데없이 우리 회사 대빵인 짠이아빠님이 이 영화가 보고 싶다고 예매를 하라는 거다. 짠이아빠님 취향이 가끔 독특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예를 들어 청연 같은 영화를 추천하는 걸 보면!) 뜬금없이 순정만화라니. 아우 난 안 봐. 이렇게 잘라 말해놓고 봤는데, 어랏, 다른 직원들이 모두 본다는 거다. 직원 수도 얼마 안되는데 이렇게 되면 소외감이 엄청나게 밀려든다. ‘’따'를 당한다는 건 이래서 두려운 거다.

결국 나도 순정만화를 보는데 끌려(!)갔다. 사실 원작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니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도 없었고 사전에 넘겨짚을 것도 없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알콩 달콩 재밌게 살아간다는 거다. 만화가 아니고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물론 살다 보면 이런 사랑을 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들의 사랑에 박수를!)을 너무 힘들지 않게, 치열하지 않게 영화는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느린 대사들, 잔잔한 말투로 영화는 지나치게 가슴 아프기 보다는 애잔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재미있었냐고 어쩌냐고! 따져 묻는 분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겠다. 솔직히 몰입하진 못했다. 이런 영화 또 보자고 하면, 더 볼 생각은 없다. 잔잔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빠져들고, 그 속에 나를 동화시킬 정도의 감동이나 찡함은 없었다. 그러나 같이 간 사람 중 절반은 정말 재밌었다고 하니 이건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밖에.

딱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나도 한 번쯤은 삶을 다시 시작해 볼 수 있을까.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만약의 경우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참 예쁘게 살 자신은 있는데…. 그런 거다. 엘리베이터에 풍선을 넣고, 여름 하늘에 눈 스프레이를 뿌려대면서 철 없이 예쁘게 살아보는 거. 누군가는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뿌려 볼만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나이 삽십에 뿌리는 것과 사십에 뿌리는 건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십에 뿌리는 것이 오십에 뿌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야… 즐!이다. 젠장.

마지막으로 개콘에 나오는 ‘’독한 것들’’ 흉내나 한 번 내야 겠다. 난, 순정만화 보고 연애하는 것이 부럽다고 생각한 사람들 환상 다 깨 놓을 거야. 연애 시작하고 일 년은 좋지? 영화는 1년만 그리고 그 뒷 얘기는 없지? 그 뒤로 삼십 년은 싸우면서 살 걸? (독해~) 그리고 고등학생 중에 그렇게 예쁜 애들은 절대 없어. 걔네들 공부 잘 하게 냅두고 괜히 집적거리지나 마셔! (웃자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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