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말로 다 일일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우리의 정신을 없애기 위해 말과 글을 못 쓰게 했던 그들의 정책이다. 말과 글을 쓰지 못하면 생각까지 변한다는 걸 심리학 같은 학문도 없었던 옛날에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 무서운 정책 때문에 우리말과 글은 형편없이 오염되었고, 10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우리말과 글 속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젠 우리들도 어느 것이 일본말인지 어느 것이 우리말인지 구분하지 않고, 어쩌면 구분하지 못하면서 말과 글을 쓰고 있다.
왜 일본말의 흔적이 아직도 우리말에 남아 있는 것일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쩔 수 없이 배운 일본말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배운 사람들이 말과 글을 함부로 퍼뜨려서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소개된 세계 명작들은 죄다 일본말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말과 일본말은 쓰고 말하는 법이 거의 비슷해서 순서대로 뜻을 풀어 놓으면 대충 의미가 통한다. 그러다 보니 대충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 우리말은 자연스레 일본말로 오염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말에서 일본말의 흔적은 골라 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본말을 골라내야 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끼어든 일본말 흔적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상한 일본말의 흔적으로 오염되면서 어렵고 아리송한 말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면 일본말이 어떻게 우리말을 망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말과 일본말의 문법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첫번째 점은 바로 피동태(또는 수동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로부터 우리말에는 원래 피동태의 개념이 별로 없다. 억지로 피동태를 쓰다 보면 우리말 문장이 영 어색해진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일본말이, 최근에는 영어가 넘쳐나면서 굉장히 많은 피동태 문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쓰이기 시작했다.
피동태라는 말은 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표준국어대사전 참조)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수동태라고 하는데 사실 이 한자말들도 처음 들어서는 영 알기 어려운 말이다. 사실 이오덕선생님은 우리글 바로쓰기 1권에서 이 말을 입음도움움직씨라고 표현하셨는데, 하도 안 쓰는 말이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 듯 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동태라는 말을 썼다.
어쨌거나 ^^ 문장을 피동태로 만드는 가장 흔한 말이 '~지다'이다. 몇 군데 신문을 찾아 보자.
'만들어진' 이란 말은 쓸데없이 피동태가 끼어든 낱말이다. '만들어진' 말은 동사인데 기본형은 '만들다'이다. 국어사전에서 만들다를 찾아 보자.
국어사전에서 찾은 결과를 아무리 살펴봐도 '만들어지다'라는 표현은 없다. 이것은 '만들어지다'가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말이 신문에서 얼마나 흔히 쓰이는지 놀랄 정도다. 조선일보에서 '만들어진'이란 말로 기사를 찾아보면 6월7일자에서만도 일곱번이나 나온다.
좀 길어졌는데, '만들어진'이란 낱말은 '만든'이라고 써야 한다. 아래 문장을 보자. 얼마나 문장이 깔끔해졌는가.
쓸데없이 '~지다' 라는 표현을 쓴 또 다른 기사를 찾아 보자.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로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바로 '보여진다'이다. 역시 이 말도 사전에 없다. '보이다'가 기본형인데, 보인다, 보였다로 쓰이고 보여진다로 쓰이는 예는 아예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우리말이 아닌 것이다.
이 외에도 '~지다'가 들어간 말은 정말 수도 없다.
키워진 -> 키운
밝혀져야 -> 밝혀야
다뤄지고 -> 다루고
모아지고 -> 모이고
지어진 -> 지은
고쳐져야 -> 고쳐야
세워지고 -> 세우고
주어져야 -> 주어야
두어지는 -> 두어야
말해지던 -> 말하던
일컬어지는 -> 일컫는
버릇처럼 쓰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표현들만 바로 잡아도 우리말이 훨씬 읽기 쉽고 알기 쉽게 변한다. 쓰지 않아도 되는 낱말을 억지로 끼워 놓았으니 읽을 때도 입에 걸리고, 써 놓고 봐도 뭔가 어색하다. 필요 없는 피동태,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사족 같은 말이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블로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언론이나 일부 특권층이 가지고 있던 정보 유통 권력이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 넘어오고 있다. 앞으로 블로거들은 언론이나 일부 정보를 독점해왔던 계층의 역기능을 감시하고 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런 블로거들이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쓴다면 우리말과 글은 더 빛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의 주요 내용은 이오덕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에서 배워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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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일본말들과의 재회
Tracked from 언제나닷컴 삭제빠꾸와 오라이. 아..아주 익숙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아주 많다. 이 책은 우리말 속에 알게 모르게 살아 숨쉬는 일본말을 정리한 책이다. 난 소위 말하는 10대때 아구지나 아구창을 날린다는 말을 썼다. 그냥 은어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구'가 턱을 뜻하는 일본말이었다. 어릴 때 많이 쓰던 크레파스. 그냥 상품종류로만 알았는데..맙소사. 크레용과 파스텔을 일본식으로 축약시킨 말이었다. 난 그리고 와이샤쓰가 목부분이 Y자형태라서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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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는 모두 일본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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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 guichanist 小/心/人/ 삭제고치기 힘들것 같다... 너무 입에 배어서...
2007/06/08 20:03 -
★[바로쓰기 1] 쉽게 쓰는, 습관화된 일본말
Tracked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삭제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을 맞은 지 어언 60 여년 !! 강산이 변해도 6 번이나 변했을 세월이며, 여느 사람이 산 인생 만큼을 살았을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남은 흔적과 잔영들이 짙고 무겁게 그림자처럼 늘상 쫒아 다님을 실감합니다. 특히 우리가 매일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쓰는 우리들 말들 가운데에서도 아래 실례들을 보면, 그 잔재가 많이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2008/08/25 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