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6/08 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 ~지다 (191)
  2. 2007/04/19 한자말 바로 잡기 - 불구하다 (6)
  3. 2007/04/14 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3)
  4. 2007/04/14 회초리 같은 책, 우리 글 바로 쓰기 (10)
일본.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묘한 감정이 드는 나라다. 지나간 일은 이제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흘러 잊을만 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용서는 하되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꼭 하게 만드는 그런 나라다.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제품을 쓰고, 일본 문화를 누리고, 일본 음식을 먹다가도, 이거 정말 이래서 되는 것일까 괜스레 한 번 갈등하게 만드는 나라다.

일본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말로 다 일일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우리의 정신을 없애기 위해 말과 글을 못 쓰게 했던 그들의 정책이다. 말과 글을 쓰지 못하면 생각까지 변한다는 걸 심리학 같은 학문도 없었던 옛날에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 무서운 정책 때문에 우리말과 글은 형편없이 오염되었고, 10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우리말과 글 속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젠 우리들도 어느 것이 일본말인지 어느 것이 우리말인지 구분하지 않고, 어쩌면 구분하지 못하면서 말과 글을 쓰고 있다.

왜 일본말의 흔적이 아직도 우리말에 남아 있는 것일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쩔 수 없이 배운 일본말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배운 사람들이 말과 글을 함부로 퍼뜨려서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소개된 세계 명작들은 죄다 일본말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말과 일본말은 쓰고 말하는 법이 거의 비슷해서 순서대로 뜻을 풀어 놓으면 대충 의미가 통한다. 그러다 보니 대충 뜻만 통하면 된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면서 우리말은 자연스레 일본말로 오염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말에서 일본말의 흔적은 골라 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본말을 골라내야 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끼어든 일본말 흔적들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상한 일본말의 흔적으로 오염되면서 어렵고 아리송한 말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면 일본말이 어떻게 우리말을 망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말과 일본말의 문법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첫번째 점은 바로 피동태(또는 수동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로부터 우리말에는 원래 피동태의 개념이 별로 없다. 억지로 피동태를 쓰다 보면 우리말 문장이 영 어색해진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데 옛날에는 일본말이, 최근에는 영어가 넘쳐나면서 굉장히 많은 피동태 문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쓰이기 시작했다.

피동태라는 말은 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표준국어대사전 참조)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수동태라고 하는데 사실 이 한자말들도 처음 들어서는 영 알기 어려운 말이다. 사실 이오덕선생님은 우리글 바로쓰기 1권에서 이 말을 입음도움움직씨라고 표현하셨는데, 하도 안 쓰는 말이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진 듯 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동태라는 말을 썼다.

어쨌거나 ^^ 문장을 피동태로 만드는 가장 흔한 말이 '~지다'이다. 몇 군데 신문을 찾아 보자.

표방한 근간 ’헌법에 비친 역사’(푸른역사)에서 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개정해야 할 독소조항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보기로 이 조항을 거론하며 (조선일보 2007년 6월 7일)

'만들어진' 이란 말은 쓸데없이 피동태가 끼어든 낱말이다. '만들어진' 말은 동사인데 기본형은 '만들다'이다. 국어사전에서 만들다를 찾아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국어사전에서 찾은 결과를 아무리 살펴봐도 '만들어지다'라는 표현은 없다. 이것은 '만들어지다'가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말이 신문에서 얼마나 흔히 쓰이는지 놀랄 정도다. 조선일보에서 '만들어진'이란 말로 기사를 찾아보면 6월7일자에서만도 일곱번이나 나온다.

좀 길어졌는데, '만들어진'이란 낱말은 '만든'이라고 써야 한다. 아래 문장을 보자. 얼마나 문장이 깔끔해졌는가.

표방한 근간 ’헌법에 비친 역사’(푸른역사)에서 87년에 만든 현행 헌법은 개정해야 할 독소조항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보기로 이 조항을 거론하며

쓸데없이 '~지다' 라는 표현을 쓴 또 다른 기사를 찾아 보자.

마이너리그행 수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일간스포츠 2007년 6월 4일)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기사로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바로 '보여진다'이다. 역시 이 말도 사전에 없다. '보이다'가 기본형인데, 보인다, 보였다로 쓰이고 보여진다로 쓰이는 예는 아예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역시 우리말이 아닌 것이다.

마이너리그행 수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지다'가 들어간 말은 정말 수도 없다.

보내진 -> 보낸
키워진 -> 키운
밝혀져야 -> 밝혀야
다뤄지고 -> 다루고
모아지고 -> 모이고
지어진 -> 지은
고쳐져야 -> 고쳐야
세워지고 -> 세우고
주어져야 -> 주어야
두어지는 -> 두어야
말해지던 -> 말하던
일컬어지는 -> 일컫는

버릇처럼 쓰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표현들만 바로 잡아도 우리말이 훨씬 읽기 쉽고 알기 쉽게 변한다. 쓰지 않아도 되는 낱말을 억지로 끼워 놓았으니 읽을 때도 입에 걸리고, 써 놓고 봐도 뭔가 어색하다. 필요 없는 피동태,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사족 같은 말이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블로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언론이나 일부 특권층이 가지고 있던 정보 유통 권력이 이제는 일반 대중에게 넘어오고 있다. 앞으로 블로거들은 언론이나 일부 정보를 독점해왔던 계층의 역기능을 감시하고 이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런 블로거들이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쓴다면 우리말과 글은 더 빛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 글의 주요 내용은 이오덕선생님이 쓰신 우리글 바로 쓰기에서 배워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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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억 속의 일본말들과의 재회

    Tracked from 언제나닷컴  삭제

    빠꾸와 오라이. 아..아주 익숙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아주 많다. 이 책은 우리말 속에 알게 모르게 살아 숨쉬는 일본말을 정리한 책이다. 난 소위 말하는 10대때 아구지나 아구창을 날린다는 말을 썼다. 그냥 은어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구'가 턱을 뜻하는 일본말이었다. 어릴 때 많이 쓰던 크레파스. 그냥 상품종류로만 알았는데..맙소사. 크레용과 파스텔을 일본식으로 축약시킨 말이었다. 난 그리고 와이샤쓰가 목부분이 Y자형태라서 Y..

    2007/06/08 10:38
  2. -지다는 모두 일본말일까?

    Tracked from 언제나닷컴  삭제

    블로거뉴스를 보다보니, 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지다' 라는 포스팅이 눈에 띄었다. 우리글에 관심이 많았기에 읽었는데, 우선 레이님께서 포스팅하신 내용을 보면 분명 고쳐야 할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지다'가 무조건 일본말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글을 작성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의 형태로 '지다'가 올라있다. 보조동사의 예로는, 나누어지다 미워지다 만들어지다 등이 있다. 보조형용사의 예로는, 슬..

    2007/06/08 10:56
  3. 우리말 순화의 적 KBS '미녀들의 수다', 실제적인 관점에서 일본어 잔재를 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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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직후부터 우리나라는 일본어로 더럽혀진 우리말을 ‘국어 정화(淨化)’를 통해 꾸준히 순화해 왔다. 어수선했던 시기여서 우리말의 순수성을 지키는 일(순수 우리말 쓰기)만으로도 곧 '순화'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 의해 일방적, 강제적으로 유입된 얼본어 잔재들은 한일 간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자연스레 유입된 것이 아닌 탓에 지금까지의 일본어 순화는 상당한 실효를 거둘 수 있었다.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일본어를 삼가하는 분위기로 일본어를..

    2007/06/08 13:18
  4. 영어를 배워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Tracked from 외날개 히요Heeyo  삭제

    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 ~지다 - [레이의 콘텐츠 유토피아]에 트랙백. 일본말이 이런 표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저런 말을 매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저런 피동표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해야겠어서 트랙백을 한다. 참고로 나는 영어강사다. 위 포스트에서는 아래의 말들을 지적하며 피동표현이 우리말에 없는 표현이며 일본어의 잔재고,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보내진 -> 보낸 키워진 -...

    2007/06/08 14:37
  5. '짱'이 일본어에서 온 말인가?

    Tracked from 블로그 오프라인  삭제

    예전에 신문을 읽다가 어느 독자의 기고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독자의 주장에 따르면, 10대들이 사용하는 '짱'이라는 단어가 일본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 독자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짱'이라는 말이...

    2007/06/08 16:08
  6. 우리글을 망치는 일본말 - ~지다 / by 레이

    Tracked from 사려깊은 고양이  삭제

    <font style ='font-size: 9pt; font-family: 1153573_9;'><FONT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1153573_9"> <P><FONT style="FONT-SIZE: 12pt; FONT-FAMILY: 1153573_12" color=#006699>트랙백으로 엮어놓았으니&nbsp;꼭</FONT><FONT style="FONT-SIZE: 12pt; FONT-FAMILY: 11..

    2007/06/08 16:16
  7. [트랙백] 우리글 망치는 일본말 - ~지다

    Tracked from the guichanist 小/心/人/  삭제

    고치기 힘들것 같다... 너무 입에 배어서...

    2007/06/08 20:03
  8. ★[바로쓰기 1] 쉽게 쓰는, 습관화된 일본말

    Tracked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삭제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을 맞은 지 어언 60 여년 !! 강산이 변해도 6 번이나 변했을 세월이며, 여느 사람이 산 인생 만큼을 살았을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남은 흔적과 잔영들이 짙고 무겁게 그림자처럼 늘상 쫒아 다님을 실감합니다. 특히 우리가 매일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쓰는 우리들 말들 가운데에서도 아래 실례들을 보면, 그 잔재가 많이 남아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2008/08/25 05:12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멋내기 위해서 쓰는 한자말도 많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쓰는 한자말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게 쓰인 한자말들은 우리 말과 글을 더 어렵게 만들었고 이제는 관용구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쓰이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가장 흔한 예가 이제 소개할 한자말, '-에도 불구하고'이다.

새삼 신문을 뒤적거릴 필요도 없이 정말 이 말은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심지어 국어 사전에도 아예 관용구라고 들어 있으니 한자말이 완전히 굳어서 우리 말처럼 되어 버린 셈인데, 역시 지난 번과 똑같은 질문을 한 번 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럼 자주 쓰이는 불구는 과연 한자로 어떻게 쓰는 것일까?

역시 나는 대답을 못했고 불구라는 뜻의 의미도 미루어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또 국어사전 찾기. 국어사전에 '불구'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었다.

불구. 불구하다의 어근

어라, 그럼 이제는 불구하다를 찾아야 한다. 계속해서 불구하다를 찾았더니 엠파스 국어사전에는 예문까지 들어가면서 아래와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불구하다2 [동사] 
[동사]「…에」「-음에」(‘-에도/-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으로 쓰여)(‘-음에도’ 대신에 ‘-ㄴ데도’가 쓰이기도 한다)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 ≒물구하다.

몸살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다
우리 삶의 이상도 끝내는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무지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또 속는 것이나 아닐까?≪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일정 기간 동안 간기를 빼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질펀하게 펼쳐진 땅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하고 넉넉해했다.≪조정래, 태백산맥≫

예문으로 삼은 문장을 쓴 분들은 차마 이름을 거론하기 조차 어려운 우리나라의 대문인들이다. 이런 분들도 쓰는 '불구하다'이니 일개 블로거인 나로서는 그냥 아무 소리 않고 받아들여 얌전히 쓰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한 번 짚고 넘어가기는 해야 겠다. 적어도 아, 이게 한자말이고 이 한자말이 굳어져 우리 말을 더 어렵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은 같이 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문인들의 문장은 감히 건드릴 수 없으므로 ^^ 또 다시 신문 기사를 한 번 찾아보자. 이번엔 중앙일보다. '불구하고'라는 낱말로 찾았더니 역시 같은 날 신문에서 21번이나 쓰였다. 그래, 이 정도면 '불구하고'는 이제 더 이상 한자말이 아닌 우리 말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장을 감히 한 번 고쳐보도록 하자.

보도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 교수는 자신이 직접 조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앙일보 2007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그런데도 로이교수는 자신이 직접 조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떤가. 이 문장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럼 아래 문장을 한 번 더 보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패배했는데도 정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위 문장에서는 ~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이 단순히 한자말을 써서 멋을 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게 확실하다. 불구하고를 뺐는데도 전혀 문장이 어색하지 않을 뿐더러 훨씬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 보자.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은 ...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대우하는 일은 ...

이 문장에서도 굳이 불구하고라는 말을 써서 문장을 어렵게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은 이미 이 말이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 놓고 보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말 때문이다. 앞 문장에 한자말이 나오면 뒷 문장에서 역시 한자말이 나와 받아줘야 덜 어색하다. 이것이 말과 글의 무서운 점이다. 앞 말을 한자말로 썼기 때문에 뒷 말도 한자말로 써야 어색하지 않다는 것... 차라리 이 문장은 이렇게 고치는게 좋겠다.

이처럼 슬픈 사건이 일어났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는 일은...

물론 문장이란 글 전체를 통해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여기서 이렇게 한 문장만 달랑 떼어놓고 이렇니 저렇니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한가지 여기서 하고픈 얘기는,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한자말 속에 묻혀 살면서 좋은 우리말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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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4/14 18:11 Posted by '레이'

한창 젊었을 때 난 글 써서 먹고 사는 일을 했을 뿐, 전문 글 장이로 살아오지 않은 내가 주제 넘게 한자말 바로 잡기를 하겠다고 지금 나서고 있는 건,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에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많은 말들이 우리 말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말들을 대신할 좋은 우리 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한자말 쓰기를 고칠 누군가가 있다면 덤으로 얻는 행복일 테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한 기본 교재는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다. 여기에 나와 있는 사례와 내 글, 혹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글에 나온 잘못된 점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내 습관을 고쳐볼 계획이다. 내 글이 아닌, 앞으로 인용할 다른 글들은 비록 한자어를 썼기는 해도, 글 자체가 잘못된 글이라 할 수는 없다. 내 감히 누구의 글을 잘 되었다 잘못 되었다 할 수 있을까. 단지 그런 사례로 들고 있다는 점으로만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제일 처음으로 선택한 한자어는 바로 '미명'이다. 한자로 쓰면 아름다울 미에 이름 명인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해 봤다. 결과는 다음 화면과 같다. 조선일보 기사만 검색했을 때 미명이란 낱말이 한 달에 평균 세 번 정도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히 미명은 '미명 하에, 미명 아래, 미명으로' 등으로 쓰인다. 이 중에서 '미명 아래'는 '미명 하에'라는 한자어를 우리 말로 풀어 쓴 경우일 텐데, 오히려 어정쩡한 표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미명이란 무슨 뜻일까? 대충 의미는 알 듯 하지만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려니 좀 힘들다. 그래서 국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미명 :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

그렇다고 기사 중간에 미명을 이렇게 풀어 쓸 수는 없는 일. 다음 문장을 한 번 고쳐 보자.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미명 하에 각종 폭력… (조선일보 2007년 2월 28일)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으로 각종 폭력…

뜻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데 문장이 좀 길다. 이오덕 선생님이 제시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각종 폭력…

혹은 국어 사전을 참조해 이렇게 고쳐 보는 것도 좋을 듯.

▶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각종 폭력…

어떤가? '미명'이라는 한자어보다 훨씬 더 쉽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쉽고 좋은 표현이 있는데 굳이 '미명'이라는 한자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앞으로 내 사전에선 '미명'이란 말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노력해본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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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에 발행된 우리 글 바로 쓰기 1권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 글 바로 쓰기'는 초판이 나온지 벌써 18년이 되었지만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만드는 회초리 같은 책이다. 잘난 척 하느라 어려운 말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과 글을 다 버려 놓았다고 호통치는 듯한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쉽게 써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면 될텐데, 굳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고 그것도 모자라 한자어와 일본어를 조합해 기괴한 낱말들을 만들어 내는, 소위 말하는 '배운 사람들'한테 던지는  선생님의 충고는 호령하다 못해 애원하는 듯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대상은 세상 여론을 다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저 당당한 거대 신문사들이다. 그들이 얼마나 잘난 척 하기 위해 어려운 말을 쓰는지 지적하고 그 말들을 쉽게 풀어 썼을 때 얼마나 읽기 쉽고, 알기 쉬운지 알려준다. 신문사 뿐이랴. 가방 끈 길다고 하는 수많은 논문들, 잘난 척 하는데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정치인들도 혼나는 대상이다. 책 속에서 선생님이 그들의 잘난 척 하는 말투를 하나 하나 지적할 때 나는 은근한 쾌감 마저 느낀다.

말과 글은 살아 있어 사람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따라 변하게 된다. 쓰던 말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말이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 소통이라는 원래 목적을 무시하고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의 도구로 쓰이면서 사라지고 태어나서는 안된다. 말과 글이 이렇게 변질되면 우리도 손해다. 그 어려운 말과 글을 알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이 배우고 생각도 많이 한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쓰는 어려운 한자들을 이렇게 쉽게 풀어쓸 수 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세 번 정도 읽었지만 아직도 바꿔 쓰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인가. 글 쓰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내 남은 인생의 일로 삼으려는 나에게, 우리 글 바로 쓰기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참고로 이 책은 총3권이 나왔다. 글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나는 이 책을 대한민국 블로거들에게 권하고 싶다.  블로거들이 쓰는 글이 세상을 변화시키듯,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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