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떤 키워드로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건 꽤 재미있다. 한때 자전거 타면 엉덩이 아프다, 이런 글을 썼더니 ‘엉덩이’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꽤 많았고(엉덩이가 키워드 1위였던 적도 있다는!), 아버지 칠순 얘기를 썼더니 ‘칠순 선물’로 들어오는 일도 있었다. 가끔 누군가가 ‘레이’ 라고 쳐서 들어오는 걸 보면 좀 무섭기도 했고. ^^ 그러다가 얼마 전에 발견한 키워드 한 개는 ‘잠실에서 오붓하게 술 마실 만한 집’이었다.
한동안 맛집 얘기를 많이 써서 잠실 맛집, 뭐 이런 거와 연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키워드를 본 순간 오랜만에 술집 이야기 하나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오, 추천할 만한 집이 하나 있다는 얘기다.
사실 한동안 다이어트 한다고 주지육림(!)을 다 끊었더니 요즘은 누굴 만나도 갈 데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나도 우연히 검색해서 찾은 집이 바로 신천에 있는 ‘후쿠’라는 이자까야였다. 신천 이자까야 치면 이 집, 꽤 많이 나온다.
나도 블로그를 쓰지만, 블로그 추천 집을 잘 믿지는 않는데(헐, 이 무슨!) 이 집은 괜히 끌렸다. 한 번 가보지 뭐, 그러다 보니 어느덧 네 번인가 다섯 번을 가게 됐고, 주절주절 글까지 쓴다.
후쿠는 청주(사케)와 이런 저런 안주류를 파는 소위 말해 이자까야다. 청주도 꽤 종류가 많고 안주는 양이 많지는 않으나 나름 깔끔하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계란말이. 개인적으로는 날치알 들은 녀석이 제일 맛있었고, 참치 들은 것도 꽤 든든했다는. 소스를 위에 뿌려 나오는데 소스가 너무 많이 묻은 것 같아 소스를 빼고 달라 했더니 다음부터 주문할 때마다 알아서 챙겨주는 센스도 고맙다.
개인적으로 감동한 메뉴는 쯔쿠노야키라고 닭고기를 스테이크처럼 튀긴 녀석이다. 해물모듬이나 모듬 사시미도 3만5천원에서 6만원 사이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안주를 잘 못 고르겠으면, 오늘의 추천 안주를 달라고 해도 좋은데, 생선 조림류는 좀 늦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청주 병을 시키면 갈은 얼음이 담긴 통에 담겨 나와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우리는 제사상에 청주를 올리는 문화가 있어 사케를 데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좋은 사케는 시원하게 마시는 경우가 훨씬 많단다.
사실, 이 집에서 좀 오붓하게 먹으려면 일찍 가서 맨 안 쪽에 있는 방에 앉아야 한다. 상 밑으로 바닥을 파 놓아서 다리를 내리고 앉게 만든 방엔 테이블이 딱 두 개 있어서 조용히 술마시기 좋다. 난 항상 일찍 가는 편이라서 이 집이 조용한 줄 알았는데 한 번은 아홉시쯤 갔다가 어유,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손님도 많고, 그 때쯤 얼큰하게 술이 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꽤 컸으니 말이다. 자리도 간신히 하나 남은 거 잡았다.
잠실에서 오붓하게 먹기에 후쿠는 괜찮은 집이다. 과하게 저녁먹고 2차로 가기에도 좋겠지만, 살찐다. ㅜㅜ 그저 시원한 청주와 깔끔한 안주로 부담없이 한 잔 하고 싶다면, 후쿠를 권해본다. 후쿠는 신천 먹자골목 성당 사거리에서 아시아공원 쪽으로 가다가 새마을식당 앞에서 좌회전해 오십여 미터 쯤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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