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읽을 책이 많이 쏟아져 나올 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어떤 책으로 골라 읽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제일 쉬운 방법은 서점의 베스트 셀러를 참조하거나, 신문의 서평을 보거나, 책으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의 리뷰를 보는 것이다. 여기에 내가 즐겨 쓰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자면, 시리즈 물을 읽는 거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시리즈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세트와 로마제국쇠망사 시리즈,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다. 다 읽으면 그냥 내키는 대로 골라서 읽으면 되니, 특별히 고르는 부담이 없어 좋다. 민음사의 두 시리즈가 좀 무거운 편이라면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은 가볍게 읽어낼 수 있으니 전체적인 밸런스도 잘 맞는 편이다.

그런데, 시리즈를 읽다 보면 한 가지 단점도 있다. 시리즈의 모든 책이 다 내 맘에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게다. 세계문학전집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책들이니 이런 위험이 적지만, 내가 잘 모르는 밀리언셀러 클럽의 시리즈들은 이런 위험이 다분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내 맘에 들지 않는 한 권에 부딪히고 말았다. ‘흑색의 수수께기'라는 단편집이다.

단편집은 장편에 비해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읽어낼 수 있어 머리가 복잡할 때 내가 주로 고르는 책이다. 궁금할 뒷 얘기가 없어 할 일이 많을 때 머리 식히며 읽기에도 좋다. 할 일 많고 바쁠 때 괜히 장편 잡았다가 끝까지 다 읽어버리게 되면, 타격이 좀 크다. 이번 주말이 딱 그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편집이라는 이유로 고른 '흑색의 수수께끼'에는 총 4편의 소설이 들어 있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네 편이어서 읽고 나니 좀 당황스럽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기존 밀리언셀러 클럽들의 분위기와는 좀 달랐다. 그러다 보니 읽고 나서,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이 책에 수록된 ‘화남’과 ‘목소리’는,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조금 기묘할 뿐인 일상을 다룬 내용이고, ‘저벅저벅’은 딱 일본스러운 결말에 그다지 기분이 개운하지 못했고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을 소재로 한 ‘가을날 바이올린의 한숨’은, 황당한 구성과 결말에 허탈함을 느끼게 했다. 한 마디로, 이 책 좀 재미 없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추리소설에 대한 내 내공이 깊지 못해 이런 류의 소설엔 적응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재미 없는 건, 재미 없다고 해야 할 판. 그렇다고 뭐 무를 수도 없고 ^^. 하긴 요즘 하는 말로 이런 건 시리즈 물을 읽기 때문에 생기는 복불복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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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사방에서 추천해 주는 추리 소설을, 마치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먹어서는 안될 달콤한 간식을 몰래 먹듯이 하나씩 빼 먹고 있는 레이. 역시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책도 세계문학만 읽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ㅋ 이번에 선택한 책은 13계단. 나름대로 추리 소설 마니아인 우리 사무실의 토양양은, 13계단 읽을 거야, 했더니 오, 죽여요! 라고 강추했다는. 이 책을 처음 추천한 다희양토양양의 강추를 받았으니 기대감은 급상승! 이러다가 재미 없으믄 두 사람한테 책임을 떠 넘겨야지, 라는 못된 생각과 함께 읽어내리기 시작했으나…


처음엔 살짝 지루한 듯 싶다가 - 이건 정말 강력한 추천 때문에 급상승한 기대치의 책임일 듯 - 순식간에 빨려 들게 만드는   작품. 지난 번에 읽었던 천사의 나이프처럼 사법 제도의 모순과 그 안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적절히 풀어내면서 정말 놀라운 반전을 던져 준다. 책을 완전히 읽고 나서야 예상치 못한 결말에, 허탈함을 던질 지도 모를 일. 이렇게 극찬을 해 놓으면, 나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분들은 또 기대감이 급상승 할 것인데, 그건 내 알바 아니라는 무책임한 발언과 함께 약간의 스토리를 풀어 놓겠다.

한 명의 사형수. 노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죄로 사형을 언도 받고 집행 일을 기다리는 그는, 정작 자신이 살해한 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순간적인 기억 상실증으로 판단한 사법부는 그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가차 없는 사형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그는, 아침마다 자신의 방 앞을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한 명의 전과자. 본인의 의도와 상관 없이 누군가를 살해하게 된 청년. 사망자가 먼저 공격했고 피하는 과정에서 살인이 일어났음을 감안해 2년 형을 치르고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돌아와 보니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부모는 배상금을 물어주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서는 한 올의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그의 잘못이 아니므로.

한 명의 간수. 이제 막 퇴임을 앞둔 간수. 그에게 사형수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익명의 요청이 들어온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 기꺼이 일을 떠맡은 그는, 그가 평소 눈여겨 봤던 그 전과자 청년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부모의 재정난을 해결해야만 했던 전과자 청년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사건의 실마리는 사형수의 희미한 기억 하나, 바로 돌계단. 막연한 돌계단에 의지해 간수와 전과자 청년이 사형수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과연 사형수는 정말 살인을 한 것일까. 왜 간수는 전과자 청년을 자신의 파트너로 결정한 것일까. 전과자 청년은 정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 와서 사형수의 무죄를 밝히려는 인물은 또 누구일까.

사법 제도의 모순은 애당초 사람을 심판할 권리가 없는 인간이 누군가를 심판하기 때문에 생겨난 어쩔 수 없는 것일 게다. 그러나 사회의 질서를 유지 하기 위해선 비록 모순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누군가 누구에게 판결을 내리고, 집행해야 한다. 이상적인 사법 제도는 이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막기 위해서라면 범죄자가 풀려나는 것을 개의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되고, 그에 대해선 아무런 댓가도 치러지지 않는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이런 갈등의 구조에 빠져 든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순에 결말을 낼 수 없지만 작가의 결말에 안도하며, 때론 아쉬워하며, 때론 씁스레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화, TV 등에서 극본을 쓰다가 2001년 13계단을 써서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없는 법이라, 그 동안 작가가 수 없는 내공을 쌓아왔겠지만, 첫 방으로 대박을 터뜨린 건에 대해서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이 책에서 13계단은 몇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건 책을 읽을 사람이 스스로 찾아 볼 일이라 굳이 여기서 말할 거리는 못되는 듯 싶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인 유령 인명 구조대를 또 읽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13계단(밀리언셀러 클럽 29)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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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쯤 교통 사고를 당했다. 몇 달 동안의 병원 치료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전화 한 통 없었다. 대신 나는 보험 회사 담당자와 목소리를 높이며 싸워야 했다. 왜 내가, 피해를 입은 내가 싸워야만 보상을 받고, 그 보상으로 위로를 삼아야 하는가. 내 잘못이 아닌데. 교통 사고를 당해 본 사람이라면, 그 처리 방식의 황당함에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피해를 본 나에게 사고 수습의 모든 책임이 던져지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교통 사고만 해도 이런데, 현대 사법 제도는 개인의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엄청난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신상을 제대로 알 수 없으며 심한 경우 재판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크나큰 아픔을 간직한 채 힘겹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사법제도는 가해자의 삶에만 관심 있을 뿐 피해자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결과적으로 가해자의 삶에 대한 평가만 존재할 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수많은 가해자들은 사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은 정당한 댓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가해자는 사법 제도의 처벌을 받으면 모든 것이 끝난 것일까. 가해자로 인해 인생이 망가져버린 피해자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 받아야 하며 어떻게 치유 받아야 하는가.


중학생 세 명이 한 여인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러나 이들은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사법 제도에 따라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단지 교화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뿐이다. 이들의 정보는 철저히 감춰지고, 여인의 남편은 그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남편은 아내를 죽인 중학생들에 분노하고, 그들만을 싸고 도는 사회에 분노하고, 사법 제도에 분노한다. 그리고 일갈한다. “국가가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제 손으로 직접 범인을 죽이고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겉으로 보기에 상처가 아물어 갈 무렵, 이젠 십대 후반으로 성장한 아내를 죽인 소년들이 하나씩 죽기 시작했다. 최대의 용의자는 당연히 남편. 경찰은 그를 용의선 상에 올려 놓고 수사망을 좁히기 시작하고 남편은 남편 대로 이 사건의 전모를 다시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사실들. 과연 소년들은 누가 죽이기 시작했으며, 남편의 아내는 어찌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가.

야쿠마루 가쿠의 추리소설 천사의 나이프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어가며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소설이면서도 사법 제도의 모순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작가의 몸부림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사법 제도의 모순을 생각하게 하고, 그 모순에 항의하게 하고, 결국 분노하게 만든다. 나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주인공의 감정에 동감하고, 행한대로 갚으라는 고대 법률이야말로 최선의 법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그것이 정녕 해답이란 말인가.

결국 작가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만이 이러한 모순점을 해결하는 열쇠임을 제시하고, 사법 제도의 모순 뒤에 숨어 자신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지극히 이기적이면서도 비열한 개인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인간이 서로를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일텐데…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잡은 순간, 끝을 보지 않고서는 덮기 힘들다. 작가의 문체는 숨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흐르거나 빨리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사법 제도의 모순에 대해 곰곰히 되씹게 만들면서 지루할 틈 없이 마지막 장을 넘긴다. 예상치 못했던 최후의 조종자를 알게 되고, 인간의 비열함에 화를 내며, 그 사실이 밝혀졌다는 이유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리고 다시금 반문한다. 사람은 누구나 크던 작던 실수하는 법이고, 그 실수로부터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얻기 마련이다. 실수로 인해 그 기회를 빼앗는 것도 결코 옳은 일일 수는 없다.  그러나 실수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책임도 사람에겐 있는 법일게다. 우리를 사람이라고 부르는 건,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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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읽기가 주는 짜릿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추리소설을-추천도서 천사의 나이프

    Tracked from 김다희블로그  삭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내지는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옴싹달싹 못하게 만든다라는 수식어는 경영서도, 순수문학이나 에세이도 아닌 추리소설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란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하드보일드나 호러 영화는 카메라 앵글이 뒤로 빠지면서 언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함과 화면을 가득 매우는 빨간 피가 주는 공포감 때문에 즐겨 보기는 힘들어 하지만 (극장에서 봤던 가장 무서운 영화가 장화, 홍련이니 말 다했음. -_-)..

    2009/04/07 13:19
  2. [책] 천사의 나이프: 전형적인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

    Tracked from 책 읽는 토양이  삭제

    야쿠마루 가쿠가 쓴 ‘천사의 나이프’는, 딱히 참신하다거나 한 건 아니어서 책 자체에 대해 그다지 쓸 말은 많지 않을 듯. 일본의 전형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인데, 죄의식에 좀더 천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재미가 없다고는 하기 어려우나, 엉성한 뒤끝이 썩 개운치는 않음.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다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현대 사회는 모종의 정신분열을 조장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2009/04/08 12:46
“너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한 때 연인이었던 여자가 어느 날 문득 연락해 이렇게 말했다면,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될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추리소설, ‘옛날에 내가 살았던 집’은 1인칭 화자인 나에게 지금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예전의 애인이 이런 뜬금없는 부탁을 하면서 시작된다. 오호라, 이거 시작부터 묘한 걸??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추리 소설의 내용이 너무 뻔할 것 아닌가 예측할 필요는 없다. 둘의 현재 위치와 관계는 이 소설에서 그리 중요한 의미가 아니므로.


이렇게 단정해 버리면 이 책에는 인류 최대의 스토리 텔링 주제인 ‘남녀상열지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공표해 버린 셈이 되니, 벌써부터 흥미가 반감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그러나 어디 인생사 남녀상열지사가 전부는 아닐터. 남녀상열지사를 일으킬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이 여자는 자기가 냉정하게 떠나온 남자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일까.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의외로 솔직하다. 은근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얘기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녀는 얼마전 돌아가신 그녀 아버지의 유품 중에 나와 있는 허름한 열쇠와 지도 한 장을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하나도 없는 자기에게 이 열쇠와 지도가 틀림없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기억을 찾기 위해 동행해 주기를 요청하는 그녀에게 주인공인 나는 기대도 꺠진 데다(이래서 남자들이란 참… ^^) 기분도 썩 좋지 않아 좋게 사양하려 한다. 하지만 그 때 눈에 띈 그녀 팔목의 상처. 무슨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한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녀와 함께 열쇠의 비밀을 캐러 떠난다.

이 부분, 열쇠의 집을 찾아가는 묘사를 읽으면서 나는 우습게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왜 그 첫 장면, 이사가는 부모와 함께 길을 잃고 헤메는 모습 말이다. 길이라고 믿기 어려운 비포장 도로를 헤메며 어딘가를 찾는 그 모습. 그렇게 비스무레한 숲 속을 헤쳐 결국은 지도에 있는 집을 찾게 되고, 그 열쇠가 지하실의 출입문을 여는 열쇠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렇게 들어간 별장 같은 집은 뭔가 이상하다. 현관은 아예 폐쇄되어 있어 지하실로 출입할 수 밖에 없고, 모든 시계는 11시 10분에 맞춰져 있으며 23년 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고스란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은 그 어색함… 그 집에서 두 사람은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집안 구석 구석을 뒤지지만 좀처럼 도움이 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 일기장을 통해 그들은 그 집의 비밀과 그녀의 기억을 하나씩 찾아가는데…

뭐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결론은 다 밝혀진다. 그것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는 읽는 사람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 ‘악의'처럼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누가 범인이냐라는 목적보다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라는 이유에 더 촛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이유란 것이 항상,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반전이다.

이야기를 풀어 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단 두 명이다. 어쩌다 등장하는 엑스트라 같은 인물을 빼고 이 책은 두 사람이 수수께끼 같은 집 안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간다. 연극으로 치면, 최소한의 배우가 최소한의 공간에서 연기를 펼치는 단막극 같은 셈이다. 단 두 명, 그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자칫하면 지루한 이야기로 흐를 수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독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에 맞닥뜨린다.

이 책을 포함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총 두 편 읽었다. 하나는 당연히 이 책일테고 또 하나는 앞서 언급한 ‘악의’다. 냉정하게 비교하자면 솔직히 이 책보다는 ‘악의’가 좀 더 재미있긴 하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토양이님은 이 작가의 다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꼭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니 아마 그 책이 더 재미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미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충분히 명성이 있는 작가일테지만, 나처럼 일본 문학이나 추리 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꼭 한 번 접해 볼 만한 작가라 권유할 만하다. 뭐,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소설이나 영화나, 일단 재미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일단 읽으면 손에서 떼지 않고 끝장을 봐야 하는 책. 이 책 역시 그 중에 이름을 올릴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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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텐로이의 생각

    Tracked from bartenroy's me2DAY  삭제

    i4r님 님의 #followFriday 에 감사! #booksoda 에 더욱 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에 기대 나오자 마자 바로 구입한 '옛날에 내가 죽은 집[2009_032]' 그러나 살짝 기대에 못 미쳐 아쉬운! http://tr.im/wO3x

    2009/08/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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