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커피를 잘 마시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냥 맛이 없어서 안 마십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마시는 경우도 있고 하니, 일년에 한 열 잔 정도는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많이 늘은 겁니다. 예전에는 종이컵 기준으로 너댓잔 정도 마셨을 테니까요.
이렇게 커피를 안 마시다가 가끔 마시면 커피의 각성 효과 같은 걸 은근히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각성 효과가 있는지 심리적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왠지 정신이 바짝 드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아주 피곤할 때는 혼자 찾아서 마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제가 좋아하는 커피가 스타벅스의 카푸치노입니다. 커피의 쌉쌀한 맛과 거품의 부드러움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거든요. 커피보다는 거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고요. 부드럽고 풍부한 거품을 떠 먹다 보면 커피를 마신다는 생각 보다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마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푸치노의 거품은 진하고 부드럽고 빛나기까지 하죠. 이 정도면 제가 스타벅스 카푸치노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찬사를 날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2호선 종합운동장 역과 신천역 사이, 신천 먹자 골목에서 저녁을 먹고난 후 아시아공원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예의 그 카푸치노를 시켰죠. 저는 개인적으로 머그 잔을 좋아하는데, 그리고 보통은 주문 받을 때 머그로 할 건지, 일회용 컵으로 할 건지 물어보는데 이상하게 안 묻더군요. 저도 생각 못 하고 커피를 기다렸는데, 일회용 컵에 나오는 겁니다. 뭐 달라고 하지 않은 실수도 있을 테니 그건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커피 좀 이상합니다. 거품의 밀도도 약하고, 그래서인지 뒤따라 오는 커피도 유난히 더 쓰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가끔 먹기는 해도 그 한 가지만 먹다 보면 그 한 가지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법입니다. 하여튼 평소와는 너무 다른 카푸치노에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은 몰라도 스타벅스 정도면 표준화된 제조법과 재료, 장비를 쓸 텐데 왜 이렇게 다른 맛이 날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여튼 카푸치노가 별로 마음이 안 들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유독 그 집만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도 카푸치노 맛이 영 이상했었던 그런 기억이 나는 겁니다.
하여튼, 같은 스타벅스라고 해도 다 같은 스타벅스는 아닌 모양이네요. 졸린 오후에 평소에는 안 나던 커피 생각을 하면서 두런 두런 잡담을 늘어놨습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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