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년 전쯤에 파인애플 볶음밥에 도전했었지요. 딸 아이는 워낙 파인애플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빠가 만들어준 파인애플 볶음밥을 잘 기억하고 있었더랍니다. 종종 해달라고 졸랐거든요. 너무 달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는 엄마의 반대와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기회를 못 잡았었는데, 지난 주 코스트코에 갔다가 파인애플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질러버렸습니다.
질렀다고 해 봐야 ^^ 파인애플 값이 많이 떨어졌더군요. 지난 번에 4,990원 주고 산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2,990원이었더랍니다. 필리핀산이더군요.
값도 부담 없으니 편히 질렀지요. 파인애플을 보고 딸 아이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덕분에 뽀뽀도 받고, 기분 좋게 저녁 준비를 시작합니다.
사실 파인애플 볶음밥이라는 게 뭐 어렵겠습니까마는 어려운 점이라면 파인애플을 손질해야 한다는 겁니다. 파인애플을 잘 씻어 위로 솟아 있는 뿔(!)을 잘라내고 길게 반으로 자릅니다. 그리고 속을 잘 긁어내지요. 속을 긁어내는 이유는 파인애플 껍질을 그릇으로 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적당히 긁어야지 너무 열심히 긁어내야 껍질에 구멍을 내면 안됩니다. 그런데 이게 노동이더라고요. ^^
속을 긁어낸 파인애플 껍질을 물에 썻어 헹궈둡니다. 지난 번에 할 때는 헹구지 않고 그냥 사용했는데 나중에 껍질에 담은 밥이 너무 달아져서 먹기에 좀 그렇더군요. 딸 아이는 신나게 먹었습니다만. 여튼 지난 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파인애플 껍질을 씻어두었습니다.
긁어낸 파인애플을 잘게 잘라 다른 재료와 함께 볶습니다. 파인애플이야 굳이 볶아지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까 감자, 당근, 양파, 햄 등을 먼저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넣으면 되겠지요. 볶는 도중에 소금과 후추로 적당히 간을 합니다. 가만 보면 집마다 밥을 볶을 때 쓰는 노하우가 있던데 그걸 그대로 쓰면 됩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파인애플이라는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단 단 맛이 강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어른들이 어찌 단 맛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제일 무책임한 말이기는 해도, 단 맛고 짠 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간을 맞춰야 합니다. 이런 표현을 쓸 때마다 이런 무책임한 글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뭐 별 방법이 없습니다. ^^
잘 볶았으면 아까 헹궈둔 껍질에 밥을 담습니다. 파인애플 볶음밥의 유리한 점은 일단 뽀대가 나고, 맛이 달달하기 때문에 대충 만들어도(!)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거죠. 여튼 반응은 대 성공! 딸 아이는 평소 먹던 것의 1.5배 정도를 먹었고 후식으로 파인애플 그릇을 구멍이 날 때까지 박박 긁었습니다. 이걸 때를 대비해서 아까 파인애플 속을 긁어낼 때 살짝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볶음밥엔 무조건 김치죠 ^^ 매콤 달콤한 나박김치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반찬입니다. 느끼함을 한 번에 샥 날려주는 데는 역시 김치만한 것이 없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파 김치가 바로 위에, 바닥을 보이고 있네요.
이렇게 해서 주말 저녁 식사도 끝. 아빠로서 점수도 따고, 뽀뽀도 받고, 배도 부르고... 더할 나위 없는 저녁 아니겠습니까? 아빠들, 한 번쯤 도전해 보시길 ^^
ps> 1년 쯤 뒤에 파인애플 볶음밥 포스팅이 한 번 더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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