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5/04 한자말 바로 잡기 – 초미 (2)
  2. 2007/04/14 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3)

한자말 바로 잡기 – 초미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5/04 23:50 Posted by '레이'

무척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초미의 관심사'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분 한자말이 그렇지만 초미라는 말은 어려운 글에서나 나오지 말로 얘기할 때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다. 평소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 글로 쓸 때나 쓰는 말이라니. 이래서야 어찌 우리 말과 글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초미. 도대체 한자로 쓰려고 해도 어떻게 써야 할 지 깜깜하기만 한 글자다. 역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 보았다.

초미03 (焦眉)

「명」(주로 '초미의' 꼴로 쓰여)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급함을 이르는 말. 불교의 《오등회원(五燈會元)》에 나오는 말이다. ≒ 소미지급˙연미07(燃眉)˙초미지급.

* 초미의 급선무
*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초미의 문제
* 노사 양측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매우 급하다는 말이란다. 그런데 매우 급한 걸 이렇게 어려운 말로 써 놓았으니 급한지 어쩐지 알 길이 없는 건 아닐까. 어쨌든 어떤 형태로 쓰이고 있는지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 봤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조선일보 2007년 5월 2일)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매우 급하다는 뜻인데 아무래도 이 뜻을 집어 넣으면 문장이 좀 이상해진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눈썹에 불이 붙을 정도로) 가장 급한 관심사였던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뜻은 '급한 관심사'가 아니라 '매우 관심을 끄는' 혹은 '가장 중요한'으로 바꾸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지난 30일 청와대는 정치권에서 매우 관심을 끌고 있는(가장 중요한)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논평이 없었다.

이제야 좀 말이 된다. 이렇게 억지로 따지고 보면 '초미'라는 말은 매우 급하다는 뜻은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혹은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매우 급한 일이 가장 관심이 가고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으니 뜻이 확장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어쨌든 매우 급한, 가장 중요한, 매우 관심이 가는 등과 같은 식으로 충분히 풀어 쓸 수 있는데 굳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한자어를 쓸 필요까지는 없다.

한자말도 이미 우리가 쓰기 시작한 우리말이라는 의견에는 나도 생각이 같다. 그러나 한 번 듣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한자말, 정작 한자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한자말을 우리말이라고 우기면서 계속 사용하자는 주장엔 절대 반대한다. 모름지기 글이란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 당연히 누구나 알기 쉽게 쓰는 것이 정답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것이 똑똑하고 있어 보인다는 건, 옛날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현학적 허세'에 불과하다는 걸, 배운 사람들부터 깨달았으면 좋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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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바로 잡기 – 미명

우리글 바로 쓰기 2007/04/14 18:11 Posted by '레이'

한창 젊었을 때 난 글 써서 먹고 사는 일을 했을 뿐, 전문 글 장이로 살아오지 않은 내가 주제 넘게 한자말 바로 잡기를 하겠다고 지금 나서고 있는 건, 누군가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에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사용하는 많은 말들이 우리 말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말들을 대신할 좋은 우리 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한자말 쓰기를 고칠 누군가가 있다면 덤으로 얻는 행복일 테다.

이 글을 쓸 수 있게 한 기본 교재는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다. 여기에 나와 있는 사례와 내 글, 혹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글에 나온 잘못된 점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내 습관을 고쳐볼 계획이다. 내 글이 아닌, 앞으로 인용할 다른 글들은 비록 한자어를 썼기는 해도, 글 자체가 잘못된 글이라 할 수는 없다. 내 감히 누구의 글을 잘 되었다 잘못 되었다 할 수 있을까. 단지 그런 사례로 들고 있다는 점으로만 이해해 주길 부탁한다.

제일 처음으로 선택한 한자어는 바로 '미명'이다. 한자로 쓰면 아름다울 미에 이름 명인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해 봤다. 결과는 다음 화면과 같다. 조선일보 기사만 검색했을 때 미명이란 낱말이 한 달에 평균 세 번 정도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히 미명은 '미명 하에, 미명 아래, 미명으로' 등으로 쓰인다. 이 중에서 '미명 아래'는 '미명 하에'라는 한자어를 우리 말로 풀어 쓴 경우일 텐데, 오히려 어정쩡한 표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미명이란 무슨 뜻일까? 대충 의미는 알 듯 하지만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하려니 좀 힘들다. 그래서 국서 사전을 찾아 보았다

미명 :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이나 명칭

그렇다고 기사 중간에 미명을 이렇게 풀어 쓸 수는 없는 일. 다음 문장을 한 번 고쳐 보자.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미명 하에 각종 폭력… (조선일보 2007년 2월 28일)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 듯하게 내세운 명목으로 각종 폭력…

뜻은 더 확실하게 와 닿는데 문장이 좀 길다. 이오덕 선생님이 제시한 표현은 아래와 같다.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각종 폭력…

혹은 국어 사전을 참조해 이렇게 고쳐 보는 것도 좋을 듯.

▶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각종 폭력…

어떤가? '미명'이라는 한자어보다 훨씬 더 쉽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쉽고 좋은 표현이 있는데 굳이 '미명'이라는 한자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앞으로 내 사전에선 '미명'이란 말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노력해본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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