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항상 좋은 것만 물려 주고 싶을 겁니다. 부모의 장점, 능력 그런 것들만 물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삶은 참 오묘하게도 아이에게 부모의 장점과 단점을 골고루 전해 주는가 봅니다.
다른 건 다 저를 닮아도 제발 닮지 말아라 했던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눈이었습니다. 저는 눈이 많이 나쁩니다. 군대도 면제 받을 정도로 말이지요. 초등학교 일학년 때부터 안경을 써서 안경이 지겹기도 하지만, 이젠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해 라식 수술 같은 건 굳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긴 라식이 될 지 안 될 지도 모르는 수준이긴 하지만요.
어려서부터 안경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활동하는데 지장이 많았습니다. 선천적으로 운동을 못 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공으로 하는 모든 종목을 다 못 합니다. 축구는 말할 것도 없고 농구, 야구 등등 공 놀이는 제대로 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어릴 때는 했죠. 안경 무수히 깨 먹으면서 공 놀이 했습니다만 중고등학교 가면서 제가 싫어 스스로 멀리하게 되더군요. 하긴 공 놀이 뿐이겠습니까. 안경을 벗어야 하는 수영이나 또 다른 운동하고는 좀처럼 친해질 수 없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제발 딸 아이 만큼은 눈이 나쁘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대로 되지 않는 일이겠지요. 2년 전 쯤 되었을까요. 정기적으로 시력 검사를 받던 딸 아이에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6개월 전 시력 검사를 할 때만 해도 1.0이던 시력이 0.3으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특별히 눈을 혹사하거나 그런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정밀 검사를 다시 해도 시력이 확실이 나빠졌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안경을 써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그러던 중에 잠잘 때 끼고 자면 아침에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드림 렌즈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볼 것도 없이 드림 렌즈 잘 한다는 안과를 소개 받아 딸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시력 검사를 다시 하고 드림 렌즈를 낄 수 있는지 상태를 확인한 후 드림 렌즈를 맞췄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드림 렌즈는 할 수 있다는군요. 그런데 아이가 안과에서 드림 렌즈 착용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막막해 졌습니다. 어른도 하기 힘든 하드 렌즈를 어떻게 딸 아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앞섰지요. 그러나 안경을 쓰게 되면 한참 뛰어 놀 나이에 제대로 뛰어 놀지 못하고 저처럼 될까 봐 그냥 모험을 한 번 하기로 했습니다.
드림 렌즈 첫날. 첫 날부터 무리하게 끼지 말고 조금씩 늘려 가라는 지시를 받고 저녁 여덟시 반에 렌즈 넣기를 시도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가 무슨 수로 혼자 렌즈를 넣겠습니까. 부모가 넣어줘야지요. 그런데 저는 안경은 오래 썼어도 렌즈는 결혼 하기도 전에 잠깐 착용해 본 것이 전부이고 아내는 아예 안경이란 걸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렌즈를 넣을 일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결국 렌즈 넣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되었습니다.
삼십 분을 씨름해 간신히 렌즈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안과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렌즈가 눈동자 위에 잘 자리를 잡았는데도 아이는 아프다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저도 이게 웬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도 조금만 참자 달래고 첫 날은 두 시간 정도 렌즈를 끼었습니다. 빼자 마자 눈이 편하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둘째 날은 좀 속다가 빨라 졌습니다. 십 분만에 렌즈를 넣었거든요. 아프다는 것도 첫 날 보다는 덜 했고, 그래서 처음으로 렌즈를 낀 채 아이를 재웠습니다. 이물감이 심할 텐데 잘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아이는 역시 아이인가 봅니다. 그렇게 밤새 별 탈 없이 잘 잤습니다. 아침에 보니 눈꼽이 좀 끼어 있긴 한데 별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지요.
밤새 눈에 렌즈가 들어 있었으니 아프기도 하고 빡빡하기도 했을 겁니다. 렌즈가 눈동자 위에서 쉽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습윤제를 한 방울씩 떨어 뜨리고 렌즈를 빼는 흡착봉을 이용해 조심스레 빼 냈습니다. 이제 겨우 이틀 째라 시력이 호전되는 걸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잘 보이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4일을 지냈습니다. 익숙해지면서 렌즈를 넣는 건 괜찮은데 빼는 게 쉽지 않더군요. 기본적으로 병원에서는 흡착봉을 이용해서 렌즈를 빼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만 아이 눈에서 렌즈 빼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아빠 엄마가 렌즈를 그냥 빼 본 경험이 없으니 일단 흡착봉을 써야 했지요. 그런데 자고 나면 눈이 많이 건조해져서 렌즈가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습윤제를 넣어줘도 뻥하는 소리가 나면서 렌즈가 나오지 않는데 그 때는 많이 아파하지요. 처음에는 겁을 먹었는데 나중엔 요령이 좀 생기니까 습윤제 넣고 이 닦고 나오게 한 다음에 눈 운동을 좀 시키고, 그렇게 렌즈를 뺐습니다.
4일 렌즈 착용 후 다시 안과를 찾았습니다. 하루만 착용하고 와도 되는데 삼일 내내 끼었다고 외려 구박받았습니다. 렌즈를 뺀 채로 측정한 시력은 0.7, 0.8. 시력이 조금 좋아졌고 병원에서도 잘 적응하는 중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제 테스트 렌즈를 반납하고 새 렌즈를 받았습니다. 렌즈마다 조금씩 색이 있는데 연한 녹색과 보라색으로 고르더군요.
그렇게 렌즈에 적응하면서 일주일이 지나자 딸 아이의 시력은 1.0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엄마 아빠가 렌즈를 넣어주었는데 4학년이 되고 나서는 어느 날 자기가 해보겠다고 하더니 혼자 렌즈를 쑥 넣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특하던지요. 렌즈를 맞춘 지 일 년 반 정도 지났는데 이제는 혼자 렌즈를 넣고 빼고 다 합니다.
렌즈가 있어도 안경은 필요하더군요. 몹시 피곤한 날이라거나 외갓집에라도 가서 자는 날은 렌즈를 넣지 못하니 이럴 때를 대비해 비상용 안경은 하나 쯤 있어야 되겠더군요. 안경이 있으면 렌즈를 끼지 않을 것 같아서 일 년이 넘도록 안경을 해주지 않았는데, 이런 저런 필요가 생겨 두어 달 전에 안경을 맞춰 주었습니다. 안경이 좋다고 몇 번 써보더니 딸 아이도 안경이 불편한 줄 금방 깨달았던 모양입니다. 요즘은 알아서 렌즈를 잘 넣고 잡니다. 하긴, 중학교만 가도 외모 때문에 아이들이 안경을 잘 쓰지 않으려 한다니 안경 때문에 렌즈를 등한시 할 염려는 없을 듯 합니다.
드림 렌즈를 착용한 지 일년 반 정도를 되돌려 보면 처음 적응할 때는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여자 아이이고, 그렇게 덤벙대는 아이는 아니어서 나름대로 잘 적응했다는 생각이고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쉬고 매일 렌즈를 넣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눈병이 난 적이 없습니다. 덕분에 안과는 정기적으로 가서 검사를 하고요,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걸 보니 감사한 일이지요.
어쨌든 우리 딸 아이는 드림 렌즈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케이스라 합니다. 시력도 1.0이면 잘 나오는 편이라 하고요. 아마 이 녀석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졸업할 무렵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땐 라식이든 뭐든 수술을 해야 겠지요. 모처럼 컴퓨터 문서를 정리하다 보니 딸 아이 드림 렌즈 처음 착용할 때 기록해 두었던 일기가 보여서, 그 일기를 바탕으로 드림 렌즈를 쓸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글자 적어봤답니다. 딸 아이를 보고 저도 얼마 전에는 덜컥 하드 렌즈를 하나 맞췄는데, 나이가 들은 탓인지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번에는 아빠의 눈물 나는 하드 렌즈 적용기가 올라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 FIN
'쇼핑 하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앗! '달고나'다! (29) | 2008/03/26 |
|---|---|
| LCD냐 PDP냐 그것이 문제로다 (3) | 2008/03/15 |
| 초등학생 딸 아이의 드림 렌즈 착용기 (23) | 2007/10/16 |
| 카메라의 친구들 (10) | 2007/10/16 |
| 금딱지(!)로 폰 꾸미기 (12) | 2007/08/10 |
| 피시아이2, 하늘을 담기에 정말 좋은 카메라 (2) | 2007/07/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