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d'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6/27 드럼세탁기에서 90분을 버틴 아이팟 셔플 (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연찮게 아이팟 셔플을 손에 넣었습니다. 살려고 해서 산 게 아니라 맥북 살 때 패키지로 딸려온 제품이지요. 처음 봤을 땐 이게 뭐야 하고 다시 눈 여겨 봤을 정도로 작고 깜찍합니다. 가로 약 4cm 세로 3cm이고 무게는 15g, 뒤쪽엔 클립이 달려 있습니다. 옷이든 가방이든 클립을 꽂아 넣으면 되니까 음악만 듣기엔 아주 좋더군요. 사실 저는 음악을 즐겨 듣는 타입이 아니어서 평소에는 별로 쓸 일이 없는데, 자전거 탈 때는 아주 유용하더군요. 작고 가벼운데다가 아무 데나 찔러 넣으면 되니까 음악 듣기엔 아주 그만입니다.

자전거 바지 벨트 부분에 클립을 끼워 넣고 음악을 들으면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옷을 벗어 세탁기에 던져 넣었습니다. 이어폰이 자꾸 흘러내려서 미리 빼 놓은 탓에 정작 옷을 벗을 땐 아이팟 셔플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었지요. 그날 따라 이것 저것 빨랫감들이 보이길래 같이 세탁기에 넣고 세제도 넣고 표준 모드로 돌렸습니다. 저희가 쓰는 세탁기는 표준 모드로 하면 1시간 39분 타이머가 켜집니다.

세탁기가 도는 동안 샤워하고 있는데 세탁기에서 평소에 안 나던 소리가 납니다. 딸깍 딸깍, 무엇인가가 세탁기 안에서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혹시~ 하고 세탁기를 멈춘 후 바지 주머니 속을 확인했습니다. 아이팟 셔플은 생각도 못하고 바지 속에 휴대폰 넣어둔 건 아닌가 싶었던 거지요. 물론 주머니는 비어 있었습니다. 아니네, 하면서 다시 바지를 넣고 세탁기를 돌립니다. 계속해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지만 바지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벨트 때문이려니, 뭐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빨래 다 되었다는 벨 소리를 듣고 빨래를 꺼낸 순간 악~ 소리가 입에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바지 벨트 부위에 끼어 있던 아이팟 셔플을 그 때야 발견했거든요. 갑자기 막막해졌습니다. 산 지 일주일 밖에 안된 제품을 그대로 세탁기에서 돌렸으니, 값을 떠나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퍗 셔플의 뒷 모습. 클립 가장자리가 죄다 긁혀 있다 >.<


물 먹은 전자제품 켜면 안된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어서 ^^ 일단 꺼내놓고 보기만 했습니다. 방법이 없으니 일단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 수 밖에요. 애플코리아의 A/S에 대해 요즘 말이 많아서 뭐 특별한 기대를 한 건 아닙니다. 어차피 제 과실이니까 무료로 A/S 받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혹시 수리할 방법이 있나 해서였지요. 자조지종을 설명하고 수리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아이팟 셔플은 수리가 아니라 무조건 교환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건 명확히 제 실수라서 교환해 달라 할 수 없는 상황이구요.

일단 제 신상과 제품 시리얼까지 다 확인한 상담원은 일단 이틀 동안 잘 말려 보고 그 때 켜보라더군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안되면 한 번 전화나 다시 해보랍니다. 별 성과도 없는 통화를 하고 – 괜히 신상 정보만 다 불러 준 듯 하고 – 나흘 동안 말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말렸다기 보다는 손대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지요. 나흘쯤 지나서 조심스레 스위치를 켜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기대도 별로 안 했지만 역시 안 되더군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안 되면 다시 전화해보라는 상담원 말을 믿고 한 번 더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습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고 이런 저런 상황을 다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뭐 방법이 있겠습니까? 말로는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던 상담원이었지만 결론만 요약하면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센터를 방문한 후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제품을 유상 판매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는 있다. 제품 상태에 따라 유상 판매 비용이 결정되는데, 최악의 경우엔 신제품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 판매가 가능하다'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대충 얼마쯤 나오는지 알아야 나도 시간과 차비 들여 센터를 방문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건 제품을 봐야만 알 수 있다더군요.

어쨌든 일단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지도 모르니 다시 충전해 보라고 합니다. 마침 충전기는 집에 있어서 바로 충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요. 전화를 끊고 퇴근 후 집에 와서 아이팟 셔플을 충전기에 꽂았습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듯 짧은 시간이 흐른 후에 이게 왠 일, 주황색 램프가 깜박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컴퓨터에서는 아이튠이 실행되고 아이팟 셔플과 동기화 작업이 진행됩니다. 아이고 이제 됐네 하는 안도감이 들고, 아이팟 셔플에 있는 곡을 재생하면서 마음을 놓습니다. 그렇게 두어시간 충전이 끝나고 이이폰을 꽂으니 아이팟 셔플은 언제 물을 먹었냐는 듯 생생하게 잘 돌아 갑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생겼군요. 물 먹었든 어쨌든 이젠 잘 돌아가는데 제가 있는 그대로 말해서 고객센터에 내용 다 접수해 놨으니 이젠 다른 고장 나도 보상 받을 길이 없겠네 하는 생각 말입니다. 아, 그거 물 먹어서 그런 거에요~ 라고 말해 버리면 저도 더 할 말이 없지 않겠어요. 그냥 이 녀석 고장 안 나고 오래 오래 쓰기만을 바래봅니다. / FIN

Bookmark and Share Subscribe

TRACKBACK :: http://www.raytopia.net/trackback/154 관련글 쓰기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42)
아빠의 작은 유산 (20)
술한잔 인생 한입 (5)
재미 있는 디지털 (59)
백돌이 골프 일기 (5)
사랑하며 사는 삶 (61)
행복한 음식 얘기 (111)
휴식 가득한 여행 (30)
미디어 다시 보기 (72)
쇼핑 하는 즐거움 (27)
함께 타는 자전거 (37)
우리글 바로 쓰기 (15)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레이토피아 RayTopia

'레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레이' [ http://www.raytopia.net ] / 레이토피아.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