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뱀파이어다. 첫 눈에 본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 여자는 내 운명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난 그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은 없다. 영원하다는 것은, 한편으론 두려운 일이므로.
나는 인간 여자다. 첫 눈에 빠진 뱀파이어를 사랑했다. 그를 사랑한 만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그는 거부하지만, 난 이미 준비가 됐다. 언젠간 언젠간 그가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줄 것이다.
트와일라잇. 예고편만 봤을 땐 뱀파이어가 나오는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그 왜, 뱀파이어는 악하고, 인간은 선하다. 악한 뱀파이어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들은 무력에서는 약하지만, 사랑으로 단결해 승리한다는 뭐 그런 스토리 말이다.
전반부를 볼 때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어랏, 갈수록 예상을 뒤엎는다. 한 여자를 사랑한 뱀파이어, 뱀파이어를 사랑한 한 여자. 뱀파이어 가족들은 그 여자를 받아들이고, 가족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 여자를 노리는 또 다른 뱀파이어 무리들. 그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들이 서로 싸운다. 어라? 이거 러브 스토리야??
요즘 케이블TV XTM에서는 문라이트라는 뱀파이어 미드를 방영한다. 착한 뱀파이어가 탐정으로 나와 인간을 괴롭히는 악당들(심지어 그것이 같은 뱀파이어라 할지라도)을 무찌른다.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한다. 그 여자를 사랑하기에 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로 변한다. 여자는, 언젠가 자기도 뱀파이어가 되어야겠지 라는 생각에 두려워하나, 뱀파이어는 정작 그 여자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싶지 않다.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잡았지만, 트와일라잇과 문라이트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한 평생을 살면서도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영원한 삶을 살면서 과연 하나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인간 여자는, 영원함에 대한 애착을 보이나 영원함을 겪고 있는 뱀파이어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사랑에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영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럴 수 밖에. 뱀파이어 얘기를 예상하고 갔는데 러브 스토리라니. 황당하지만 여운은 남았다. 영원을 선택할 것인가, 불꽃같은 순간을 선택할 것인가. 어차피 순간을 선택해야 하는 인간에게 사랑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트와일라잇, 별 쓸 데 없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젠장, 그냥 뱀파이어 영화였으면 이런 고민은 필요 없었을 것인데.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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